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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 달과 9월 13일까지 총 36일간 비가 내려 기상 관측 이래 비 오는 날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지난 13일, 우리 직장 동료 6명의 부부가 갑자기 메밀꽃 철이라며 봉평을 가자고 하여 떠난 그날도 새벽 내내 비가 장맛비처럼 퍼부었다. 그러다가 아침이 되니 푸른 가을 하늘이 구름사이로 얼굴을 내밀어 오랜만에 햇빛 구경을 하는가 했다. 그런 생각도 잠깐, 영동고속도로에 올라 동으로 방향을 잡은 승합차의 윈도브러시가 쉴 틈이 없다.

2시간 여를 달려 장평IC를 나와 이정표 따라 우측으로 방향을 잡아 봉평에 들어서니 도로변 곳곳에 메밀 심어둔 논과 밭이 눈에 띈다. 메밀은 척박하고 건조한 토질에 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논에도 메밀이 심어진 것을 보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자치단체에서 관광자원으로 소득도 시원찮은 메밀을 심도록 권유하는 노력이 많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메밀 밭 풍경 섶다리가 있는 흥정천 주변의 메밀밭
▲ 메밀 밭 풍경 섶다리가 있는 흥정천 주변의 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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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메밀 논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고, 철이 빨라서인지 꽃이 만개하지 않아 그런지, 가산 이효석 선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에서의 가장 아름다운 문장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 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기분을 느낄 수가 없어 아쉽다.

봉평 읍 이 효석 문학관에서 내려다 본 봉평읍내 전경
▲ 봉평 읍 이 효석 문학관에서 내려다 본 봉평읍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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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밭 색깔이 아직은 꽃보다 붉은색의 줄기와 녹색의 잎이 더 무성하여 달밤에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하얀 메밀밭을 기대하려면 날씨가 좋아지고 다음주 쯤 되어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흔히 메밀을 이야기 하면 아마도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을 먼저 연상할 것이다. 그리고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전병 정도일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메밀꽃을 먼저 연상하게 해준 것은 누가 뭐래도 이효석 선생 때문인 것 같다. 더불어 이를 이용한 지역 자치 단체가 사라져 가는 메밀밭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한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그래서 봉평은 가산 이효석 작가 덕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이효석 문학관 생가터에서 멀지않은 곳에 세워진 이 효석 문학관
▲ 이효석 문학관 생가터에서 멀지않은 곳에 세워진 이 효석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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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은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유학하여 너무도 잘 알려진, 고향을 무대로 한 <메밀꽃 필 무렵>을 썼다. 그 외에도 <산협> <개살구> <고사리>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36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사망했다. 이후 그의 생가가 복원되었고, 문학관도 건설되었다. 또 매년 그의 문학제까지 열고 있다.

봉평 + 이 효석 봉평에서 가 볼만한 곳은 여기에...
▲ 봉평 + 이 효석 봉평에서 가 볼만한 곳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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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만해도 산골 오지의 오일마다 열리는 장터에 불과한 그야 말로 한적한 시골 마을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9월 3일부터 12일까지 이효석 문화제가 열려서인지는 몰라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다니고 음향 시설을 한 각설이패까지 구성진 노랫가락으로 목청을 돋우고 있다.

각설이 공연 시골장이면 흔히 볼수 있는 각설이도 
이제 첨단 음향장비로 무장을 하고...
▲ 각설이 공연 시골장이면 흔히 볼수 있는 각설이도 이제 첨단 음향장비로 무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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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읍을 비켜 지나고 있는 섶다리가 있는 흥정천 주변에 조성한 메밀밭과 이효석 문학관, 복원한 이효석 생가 등은 문학기행으로 삼고, 주변의 메밀 음식점에서 메밀국수를 비롯한 각종 메밀 요리를 시식해 보는 기회를 권해보고 싶다.

 장터 풍경 1 팥죽과 올챙이 국수
▲ 장터 풍경 1 팥죽과 올챙이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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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 풍경 2 다소 징그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음직 스런 통돼지 바베큐도 ...
▲ 장터 풍경 2 다소 징그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먹음직 스런 통돼지 바베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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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이 다녔다는 봉평초등학교 근처에 임시로 조성한 장터에는 많은 먹거리와 토산품이 넘쳐났다. 효석 문화 마을에서는 이효석과 관련한 백일장, 각종 공연, 전시회 등 너무나 많은 볼거리와 체험 거리가 많다. 그야말로 가는 곳마다 이효석과 메밀이다. 그래서 봉평은 이효석과 메밀을 지역 특화 상품으로 잘 승화시켜 성공한 대표적인 지역 아닌가 싶다.

국악 공연 이효석 문화마을 옆 임시공연장에서는 
신명나는 국악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국악 공연 이효석 문화마을 옆 임시공연장에서는 신명나는 국악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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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순천에도 순천만이 있고, 갈대밭이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한 무진기행을 쓴 김 승옥 작가가 있는데…. 순천만 갈대 축제를 좀더 발전 시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효석#메밀꽃#순천만#무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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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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