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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최고위원이 이끌고 있는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가 구체적인 '친서민'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당 내에서 '반시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념논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0일 특위 산하의 대기업하도급구조개선위원회는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추진 ▲납품단가 조정협의체의 실효성 높이기 ▲납품단가 연동제 검토 ▲구두발주 금지 ▲2·3차 하도급 구조 개선 등을 단기 과제로 정했다.

 

서민자녀등록금대책위원회는 ▲각 대학의 등록금 산정산식 세부내역 공시 ▲저소득층 자녀는 적게 내고 고소득층 자녀는 많이 내는 등록금 차등제 검토 ▲2011년 국·공립 대학 등록금 동결 ▲차상위 계층 무상장학금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택시대책위원회는 ▲경부고속도로 한남-오산 구간 평일 택시 진입 허용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택시 진입 허용(출퇴근 시간 제외) ▲수익금 전액관리제를 통한 법인 택시 종사자의 월급제 확대 ▲카드 결제 수수료 중 일부로 운전자 복지재단 설립 ▲택시 연료에 대한 유류세 감면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대책을 발표한 3개의 분과위원회 말고도 서민특위에는 전통시장, 서민 금융, 서민 일자리, 서민 영유아, 서민 주거, 농수산물 유통 개선 및 쌀값, 서민 의료 등으로 나뉜 분과위원회가 있어 이들 위원회에서도 차례차례 서민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서민특위 견제...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 국면부터 친서민 깃발을 본격적으로 내건 홍 최고위원은 특위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과제들을 내놓으면서 친서민 색채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나오기 시작하자, 친서민 구호에 편승하던 당 지도부가 반론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9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최고위원은 "그럴 거면 특위를 왜 만들었느냐, 정책위에서 서민특위도 하라"면서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고야 말았다.

 

이날 회의에서 홍 최고위원은 서민금융대책의 하나로 은행 순수익의 10%를 서민 대출에 쓰게 하는 안을 언급했지만, '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해외자본과 마찰이 우려된다'는 다른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최고위원이 서민특위 정책 방안을 발표하기 직전인 10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는 행정안전부의 행정고시 제도 개편 과정에 대해 "정책에는 공감대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 절차라고 생각한다"면서 홍 최고위원이 주도하는 서민특위 정책 방안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서민정책특위에서 여러 가지 좋은 안을 만들고 있지만, 이것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며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사회 모든 분야를 세계화 기준에 맞추면서 OECD국가가 됐는데, 한쪽 면만 옳다고 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면 국제기준 미달로 더 큰 국가적 손실이 있으니 반드시 당 정책위와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비판 기류는 당 내에 폭넓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당 지도부의 생각과 당 내에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시장주의자들의 비판을 아우른 것으로 봐야 한다.

 

홍준표 "자유시장론 주장하려면 서민정책 하지 마"... 돌파에 자신감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 선언한 '비주류의 길'을 고집할 태세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특위 활동에 대한 일각의 비판에 대해 "자유시장론을 주장하려면 서민정책 하지 말라"고 되받아쳤다.

 

10일 서민특위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 최고위원은 "어제(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논리를 들며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 상당수였다"며 "하지만 서민정책의 본질은 자유시장경제 논리를 제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역설했다.

 

홍 최고위원은 또 "'공정한 사회'에는 출발의 공정, 과정의 공정, 결과에 대한 승복이 중요하다"며 "부자와 서민의 출발이 공정하지 않은데, 이를 가급적 공정하게 해주고 사회생활에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특위가 내놓을 정책방안의 현실화 전망에 대해 "당에서 논쟁이 일 것이고, 정부와 당이 또 논쟁하게 될 것"이라며 '험난한 앞날'을 예견하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이 정부 하반기 국정 이념은 이런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당성은 자기에게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홍 최고위원의 자신감은 민심 동향과 관련된 자신의 최근 발언들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상황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김태호·신재민·이재훈 후보는 정리돼야 한다'고 발언하자 곧바로 언급된 3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낙마했고, '행정고시 폐지는 고려시대 음서제도의 부활'이라고 비판하자 유명환 전 장관 딸의 특채 문제가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면서 행안부의 특채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

 

홍 최고위원은 '민심은 내 편'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시장주의를 신봉하는 당 내 광범위한 세력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 유례가 없던 '친서민이냐 친시장이냐'에 대한 당 내 이념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홍준표, #친서민, #서민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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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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