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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록 선생이 일본학교에서 딸과 함께 한일문화교류학습회를 열고 있는 사진.
배동록 선생이 일본학교에서 딸과 함께 한일문화교류학습회를 열고 있는 사진. ⓒ 배동록

배동록(67) 선생은 일제 식민시대 아버지의 강제징용을 따라 가족이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일본에서 태어나, 1남 2녀의 자녀와 손자를 두고 있는 재일동포 2세다. 본인은 물론, 자녀와 손자들 모두 조선학교에 보내 민족의 정체성과 우리 말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또한, 작고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 자녀, 손자를 포함하는 4세 모두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민족혼을 잇고 있다.

 

배동록 선생은 일본을 찾는 고국의 방문객들에게 유명 인사다. 일제시대 일본에 끌려간 우리 민족의 처절한 고통과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일본의 억압과 차별정책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당하면서 고국의 방문자들에게 낱낱이 고발하는 증언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강제연행의 한을 실어 나르던 관부연락선의 도착지인 시모노세키 일대의 역사현장 방문에는 늘 배 선생이 동행, 과거 우리 민족의 고통을 생생하게 재현해 방문객의 가슴을 적신다.

 

배동록 선생은 어머니 강금순 여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가족들이 귀화하지 않고 민족성을 지키며 살 수 있는 힘도 어머니에게서 나왔다. 강 여사는 식민의 설움을 당하면서도 7남매를 낳아 키우며 조선학교에 보내 민족 정신을 지키게 했다. 강 여사는 1986년부터 후쿠오카 키타큐스 일본학교에서 강연회를 시작해 본격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다.

 

배동록 선생은 1995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임시강사로 참여해 일제의 조선인 강제연행과 재일동포의 고통,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위한 문화 교류 등에 대해 강연을 했으며, 2004년 어머니가 작고한 후 누나 배동선씨와 함께하고 있다. 올 11월 배 선생은 문화교류학습회 700회를 맞는다. 재일동포의 고통을 알리고 일제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한일 양국의 시민연대를 위해 최근 고국을 방문한 배동록 선생을 만났다.

 

배 선생은 "일제시대 강제연행된 조선인의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냐"며 "과거 뼈  아픈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고 이를 통해 평화와 공생의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선생은 "일제의 과거 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분단된 조국에서는 전체 민족 차원에서 이를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루 빨리 통일을 이뤄 온 민족의 힘으로 이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선생은 "이념과 사상의 차이를 넘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기초 위에 통일을 이뤄야 한다"며 "그렇게 됐을 경우 말로만 외치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넘어 실질적인 사죄와 배상을 받아 과거의 아픈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 선생은 "얼마 전에도 한국의 역사기행단이 일본열도를 방문, 시모노세키에서 안내를 했다"며 "어린 학생에서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계층이 역사의 현장을 방문해 과거를 통해 미래를 조망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지만 조국을 위해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배동록 선생은 서울 체류기간 중에도 전화연락에 바빴다. 일본에서 만나 교류해온 인사들의 안부와 강제연행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들이다. 특히, 올해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언론의 관심이 증폭되는 가운데 일본에 강제연행된 조선인들의 고통과 재일동포들이 당하는 차별과 억압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리기 위해 고심이다.

 

배 선생은 "그 동안 강제연행 진상을 알리는 언론보도가 있었고 내 자신에 대한 기사도 몇 차례 있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 방문을 통한 절절한 내용은 부족했다"며 "간몬 해저터널, 철도 현장, 미츠비시 탄광, 일명 똥굴동네, 원폭 피해자와 그 2세들의 고통 등 생생한 역사와 고통의 현장을 보다 자세히 알려 과거의 아픔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배동록 선생은 끝으로 "남과 북, 중국과 일본, 사할린 등에서 일제 탄압의 아픈 기억과 이산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 민족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일을 이뤄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하루 빨리 대북 강경정책을 벗어나 대북 쌀 지원과 교류협력 등 남북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을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배동록#인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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