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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는 안면도의 상징인 안면송 군락지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 안면송 800여주 피해 태풍 '곤파스'는 안면도의 상징인 안면송 군락지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 가우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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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대재앙으로 일컬어지는 기름유출의 검은 재앙을 딛고 재기에 나서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던 태안반도에 이번에는 '태풍'이라는 자연재앙이 덮쳐 순식간에 주민들의 꿈을 앗아가 버렸다.

지난 3일 오전 소멸된 제7호 태풍 곤파스는 그 세력이 절정이었던 지난 1일과 2일, 서해안 일대에 상륙해 직격타를 날렸다. 수많은 재산피해와 사상 유래없는 정전 사태로 태안 일부지역을 이틀간 암흑세계로 몰아넣었다.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여름내 구슬땀을 흘리며 애지중지했던 농작물과 추석을 앞두고 출하를 목전에 두었던 과일에 이르기까지 쑥대밭이 되었다.

특히, 안면도의 상징으로 온갖 시련 속에서도 수백년을 견뎌 온 안면송을 비롯해 영겁의 세월을 견뎌 온 천연기념물도 이번 태풍 '곤파스'의 위력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번달 6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한 탓에 가설덧집만 붕괴되었다. 올해 안에 수홍루를 완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태풍 '곤파스'에 힘없이 무너져버린 안흥성의 가설 덧집 이번달 6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한 탓에 가설덧집만 붕괴되었다. 올해 안에 수홍루를 완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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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읍 상옥리의 가영현 고택이 폐가처럼 변했다. 인근 사과농장도 낙과가 심해 많은 피해를 봤다.
▲ 전설의 고향 촬영지? 태안읍 상옥리의 가영현 고택이 폐가처럼 변했다. 인근 사과농장도 낙과가 심해 많은 피해를 봤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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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지정문화재로 최근 보수 정비에 들어간 안흥성은 본격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세워 두었던 가설 덧집이 힘없이 무너져 내려 재공사가 불가피한 상태다. 태안 유일의 후손이 거주하고 있는 가영현 가옥도 초가지붕이 모두 훼손되었는 등 태풍 '곤파스'는 조상들의 숨결이 묻어있는 문화재에도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지난 6일 현재까지 태안군이 집계한 문화재 피해 현황은 총 8개소 12건으로 대부분이 조경수 등의 나무와 지붕 등 건물 파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확한 피해액은 아직까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모감주나무 군락지 전체에 피해를 입어 약 50그루가 크게 훼손됐다.
▲ 허리잘린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군락지 전체에 피해를 입어 약 50그루가 크게 훼손됐다.
ⓒ 가우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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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피해현황으로는 ▲패총박물관의 조경수 10그루가 쓰러지고 국기게양대 파손 ▲태안 유일의 국보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태을암은 인근 나무 5그루 쓰러지고 화장실 출입문 2곳 파손 ▲가영현 가옥 초가지붕 261㎡ 파손 ▲경이정 지붕기와 30장 파손 ▲천연기념물인 안면모감주나무 군락지 50그루 훼손 ▲승언리 상여 기와 50장 파손 및 내부 받침대 훼손 ▲태국사 요사체 입구 15㎡ 훼손 및 관음전 지붕 기와 탈락 ▲안흥성 보수현장 가설 덧집 파손 등이다.

태안군은 이들 피해 문화재와 관련해 시설 등에 대해서는 군 시설장비유지비를 투입해 긴급 조치할 예정이며, 현재 사업 진행중인 가영현 가옥과 안흥성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비로 보수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안면모감주나무 군락지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에 긴급 보수를 신청해 응급 복구에 나설 방침이다.

[현장 #1] 처참한 모습의 가영현 가옥과 안흥성

연통도 날아가고 지붕도 뒤엎어진 처참한 모습의 가영현 가옥. 툇마루에 앉아 재잘대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 폐가처럼 변한 문화재 연통도 날아가고 지붕도 뒤엎어진 처참한 모습의 가영현 가옥. 툇마루에 앉아 재잘대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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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파스'가 훑고 지나간 현장은 참담했다. 아비규환의 전쟁터보다도 더 끔찍했다. 지난 3일 찾은 태안읍 상옥리의 가영현 가옥(도지정 민족자료 제17호)은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폐가처럼 보였다. 짚으로 엮여있던 지붕은 뒤짚어져 마당으로 떨어졌고, 창호지로 곱게 발라있던 나무격자가 선명한 사랑채 문짝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안채는 이보다 더했다. 초가지붕에서 떨어진 짚이 마당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곤파스'에게 한방 얻어맞은 장독대는 전통 장맛을 이어오던 종갓집의 손맛까지 앗아가 버렸다.

더군다나, 농촌체험학습장으로서 인기를 끌며 가옥 인근에 사과농장을 운영해 왔던 가영현 가옥은 수확을 앞두고 아직 익지도 않은 새파란 사과가 낙과돼 두 배의 고통을 떠안게 되었다.

대민지원에 나선 한 주민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본격 수확철인데 너무 안타깝다"며 "낙과라도 얼른 회수해야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연신 낙과를 주워 담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사가 지연되었던 안흥성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버렸다. 완공단계에서 곤파스를 만났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반사경속의 안흥성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사가 지연되었던 안흥성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버렸다. 완공단계에서 곤파스를 만났다면 더 큰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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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파스'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 비단 가영한 가옥만이 아니었다. 지난 3월 말부터 12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을 수순을 밟아가던 안흥성(도 지정기념물 제11호)도 '곤파스'에게 한 방 얻어맞고는 폭삭 주저앉아 버렸다.

안흥성은 지난 3월 말부터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홍루를 새로 보수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9월 6일을 공기로 해서 진행된 사업으로 수홍루의 형체가 드러나야 하는 시점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수완료시점을 3일 앞두고 덧집이 파손되기 까지 수홍루의 형체는커녕 안흥성 주변에는 공사 자재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안흥성 관계자는 "공기에 맞춰 수홍루가 완공이 된 상태였다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지 아니면 피해가 없었을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수홍루 공사가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피해로 수홍루 보수공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도 "안흥성은 그동안 보수정비가 진행되고 있던 사업으로 이번 피해로 인해 별도의 예산은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공업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현장 #2] 태을암과 흥주사, 문화재 멀쩡

천연기념물인 안면송과 모감주나무 군락지, 신두사구, 도지정문화재인 가영현 가옥과 안흥성 등 태풍 '곤파스'는 문화재에도 크나큰 피해를 입혔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태안 유일의 문화재인 마애삼존불상이 있는 태을암과 아들 낳는 은행나무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흥주사 등 태안의 대표 사찰은 인근 숲의 나무가 일부 쓰러졌을 뿐 건물과 문화재는 멀쩡했다.

태을암은 인근 5그루의 나무가 쓰러지고 화장실 출입문이 파손되는 경미한 피해에 그쳤고, 흥주사 또한 대웅전 뒤편 소나무 한 그루와 진입로상 소나무 몇 그루 등의 피해를 입었을 뿐 문화재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신두사구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심하게 훼손된 모습
▲ 신두사구 진입 제한 신두사구로 진입하는 진입로가 심하게 훼손된 모습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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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국내 유일의 해안사구인 태안 신두리사구는 완충지역이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안면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안면송 800여 그루도 꺾이고 부러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태안군 관계자는 "시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본예산을 투입해 긴급조치를 할 예정이고, 모감주나무 군락지와 신두사구 등 큰 피해지역에 대해서는 문화재청에 긴급보수를 신청해 응급복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안군, #곤파스,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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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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