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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은 2002년부터 시작된 외형적인 호황기가 2008년에 이르러 끝나면서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사진 갤러리를 중심으로 거의 매주 8개씩 오픈하던 사진전시도 수적으로 급격이 줄어들었고, 급격히 늘어난 사진갤러리도 많이 문 닫았다. 미술시장 경기가 침체됨과 동시에 사진 작품 판매도 힘들어졌고, 마치 붐을 이루듯 개최되던 작가들의 개인전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것과 더불어서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대관 전시도 줄어들어서 사진 갤러리 운영이 힘들어지고 있다.

 

갤러리를 중심으로 열리는 사진전시는 줄어들었지만, 상업적인 목적으로 기획된 대규모 사진전시는 오히려 늘어났다. 그 중에서 '스티브 맥컬리' 사진전과 '플리처상' 사진전은 흥행에 성공해서 큰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경기가 침체되고 미술시장이 위축되어 사진작품 판매는 어려워졌다. 하지만 사진 애호가들이 증가하면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상업적인 사진전시는 작가를 선택하기에 따라서 흥행에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상업적인 목적의 전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공공성을 표방한 전시도 여전히 개최되고 있다. 7월에는 '동강국제사진제'가 개최되었고, 9월30일부터는 '2010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개최된다. 그 중에서 동강국제사진제는 행사운영과 전시기획의 폐쇄성으로 인해 젊은 사진가들의 주목을 전혀 못 받고 있고, 전체적으로도 관심사에서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올해 독립 법인이 출범해서 기대를 갖게 했지만, 행사준비가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 행사 성공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공적인 행사는 아니지만 아트 페어를 표방한 '2010 서울포토'도 지난봄에 세 번째 행사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판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행사를 위한 행사, 전시를 위한 전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가 거의 전무한 상황 속에서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사진에 국한된 아트페어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실을 직시해서 보완책을 마련해야 안정적으로 행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사진은 구성수, 윤정미와 같은 일부 주목받는 사진가들의 개인전이 개최되기는 했지만, 비중 있는 사진가들의 개인전이 수적으로 줄어든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작품판매가 거의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사진이 한국현대미술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자리를 매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비상업적인 사진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아직도 설자리가 없는 것이 한국사진의 또 다른 현실 이기도하다. 그로 인해 해외 진출을 기대하면서 암중모색을 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차세대 젊은 사진가를 지원하기 위한 '다음 작가 상'이 올해도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박형근이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제정된 '일우 사진상'은 백승우와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인숙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젊은 사진가를 지원하는 상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상이 상으로서 권위를 확보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해져야 한다. 또한 변화된 문화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제도의 운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보수적인 운영은 오히려 부정적인 작용을 하게 된다.

 

상반기 한국사진의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포토넷'의 휴간과 '사진예술' 강병욱 디자인 실장의 별세였다. '포토넷'은 10년 동안 발간되면서 사진문화발전에 기여하며 한국사진계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래서 휴간은 열악한 한국사진의 현실을 반영한 사건이다. 전문가, 사진 애호가를 막론하고 사진전문지를 사지도 읽지도 않는 것은 사진문화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 중 하나다. 그 결과 사진전문지가 발행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사진예술 강병욱 디자인 실장은 특정 잡지 직원이라는 것을 떠나 한국 사진문화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활동을 했는데,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서 많은 사진인들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2000년대 한국사진은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성숙해져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사진의 여러 주체들이 사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사진의 역사적인 가치와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작품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하는 공적인 사진미술관이 건립돼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져야만 한국사진이 상업적인 발전뿐 만 아니라, 예술적인 가치가 확대 재생산되어 사진문화가 발전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 우리는 현재 1인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인 현실을 좀 더 생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한국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해서 문화예술발전의 주축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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