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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징계를 받은 교사의 출근을 저지하는 학부모들
 성추행 징계를 받은 교사의 출근을 저지하는 학부모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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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생 실습을 나온 여대생을 성추행한 교사에게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없습니다."
"신성한 교단에서 성추행 교사가 웬 말이냐."
"정직 3개월이 웬 말이냐. 성추행 교사의 출근을 저지하자."
"성추행 교사 구속수사, 교단에서 퇴출하라."
"성추행 자행한 자는 교사 자격 없다."
"성추행 전력 교사 교사자격 박탈하라."

3일 오전 7시 20분께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각. 경기 안양시 A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20여 명의 학부모들이 학교로 올라가는 B교사(51·남)를 황급히 세웠다. 그들은 플래카드와 피켓으로 가로막고 B교사에게 "자진해서 학교를 떠나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교생실습생 성추행... 정직 3개월?

성추행 교사 교단 퇴출 요구 기자회견
 성추행 교사 교단 퇴출 요구 기자회견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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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 앞에 모인 이들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학사모)'과 이 학교 학부모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 이 학교에 교생 실습 나온 여대생들을 성추행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고 복귀해 1일부터 출근하는 B교사에게 자녀 교육을 맡길 수 없다"며 "추행 사건에 연루된 교사는 교단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 학교 교사 4명은 2009년 4월 교생 실습을 나온 여대생 3명과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노래방에 가지 않으면 실습학점을 엉망(F학점)으로 주겠다"며 반강제로 데려가 성추행했다. 이후 해당 학교 이사회는 4명 중 징계 전력이 있던 1명은 파면하고 3명을 해임하는 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교사들이 소청심사를 제기해 3명은 해임, B씨는 정직 3개월로 징계가 경감됐다. 교생 담당이었던 B교사는 성추행 정도가 약했던 점이 감안됐다. 다시 교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긴 했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종필 부장판사)는 지난 6월 '해임 징계와 3개월 정직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학교 측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은 B교사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으며 현재 항소한 상태다. B교사는 3개월의 정직 기간이 끝난 지난 1일부터 출근했다.

"우리 자녀를 맡길 수 없다" vs "법원이 괜찮다고 판단했다"

학부모들은 징계 교사와 등굣길 논쟁을 벌였다.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을 더이상 맡길 수 없다. 학부모들이 선생님으로서 인정하지도 않으며 교단에 설 것을 원치도 않는다. 자진해서 학교를 떠나 달라"고 요구했다.

이병도 학사모 경기대표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겠느냐. 선생님 자녀가 있으면 아이들을 맡기겠느냐. 정직 3개월 자체가 잘못이다. 우리는 법원 판단 이전에 양심의 문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는 "법원이 교단에 서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독단적으로 몰아가지 말라. 내가 왜 출근해도 되는지 여러분에게 일일이 말할 수 없다. 판결문을 읽어 보라"며 맞섰다.

등교하던 이 학교 학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얘기를 듣기도 했다. 1학년이라고 밝힌 한 여학생은 "우리 학교에 성추행 교사가 있었다니 사실이냐"고 반문하며 "우리 엄마가 이 사실을 아시면 당장 학교 가지 말라고 하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성추행 전력이 있는 선생님에게 어느 누가 수업을 듣겠느냐"고 말했다.

B교사는 학부모들과 30여 분 실랑이를 벌이다 다른 남성교사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학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성추행 교사 떠날 때까지 매일 출근저지"

이어 학부모들은 '성추행 교사 구속수사, 교단에서 퇴출하라'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교생 실습을 나온 딸 같은 자식을 강제로 노래방에 데려가 성추행을 한 파렴치한 교사에게 자녀 교육을 맡길 수 있겠느냐. 교사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성추행, 성폭행하는 행위는 보다 더욱 강하게 처벌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징계(정직 3개월)를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로서의 자격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성추행 교사를 어떻게 부모의 입장에서 지켜보겠느냐"며 "본인이 물러날 때까지 매일 오전 학교 앞에서 출근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부모회장 박아무개(45)씨는 "성추행 교사가 3개월 정직이라니, 상상도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다. 그동안 학교의 명예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쉬쉬하고 넘어갔지만 이제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킬 각오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학부모회는 해당 교사의 출근 저지를 위해 학부모 12명씩 6개조를 편성해 매일 등교시간에 나오고 전체 학부모들까지 참여를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학교 측 "항소한 상태"... 학부모들 "자녀등교거부도 불사"

해당 학교 교장과 학부모들의 면담
 해당 학교 교장과 학부모들의 면담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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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후 학부모들은 학교장과 면담을 가졌다.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물의를 일으켜 부모님들께 죄송합니다. 원만하게 처리되길 바랐는데 어려운 지경에까지 오게 돼서 교장으로서 책임을 느끼며 유구무언입니다."

최아무개교장은 "재단 이사회 해임 결정에 소청심사 결과 B교사에게 정직 3개월 판정을 내려 재단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며 "학교로서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현재 항소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징계기간이 끝나 법적으로 출근하라고 할 수밖에 없어 지난 1일부터 학교로 복귀했지만 담임을 맡길 수도 없고 보직도 주지 않아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최 교장은 "현실적으로 우리 학교에서 교단에 설 수 있겠는가 싶다"며 "재단에서도 타 학교 전출, 명퇴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느 학교에서 받겠느냐. 명퇴도 사실 어려운 것을 재단의 협조로 수차례 권유했지만 출근을 고집해 어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학교와 재단이 B교사가 학교를 떠날 수 있도록 나서달라"며 "우리는 출근 저지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 자녀 등교거부도 불사할 각오다"며 "경찰에 집회신고도 내고 문제의 교사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학교앞 집회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안양, #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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