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회에 공부보다 쉬운 것은 없다

달콤한 수다를 함께 즐긴 김수연, 김수진 그리고 최혜림
 달콤한 수다를 함께 즐긴 김수연, 김수진 그리고 최혜림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지난 27일 밤, 직장 근무 때문에 아주 밤늦은 시간에 모티프원에 도착한 세 처녀와 밤늦도록, 아니 아침이 가까운 시간까지 수다를 즐겼습니다.

마치 열대지방에서 만났던 스콜squall처럼, 낮부터 오락가락하던 소나기가 계속되는 밤이었습니다.

간호사 김수연씨와 물리치료사 김수진씨는 두 살 터울의 자매 사이이고 수진씨의 중고등학교친구인 최혜림씨는 남들보다 늦게 대학에 진학한 서울 모 대학의 대기과학과 학생이었습니다.

투약 시 약봉지 하나가 바뀌어도 살인일 수 있는 간호사의 애환과, 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시한부의 암환자가 간호사에게 오히려 더 밝게 아침인사를 건네는 아이러니, 전공을 살려 사회로 나가야할지, 학사과정으로 대학에 남아야할지 아니면 전공과 상관없는 기업의 봉급생활자로 진출해야 할지에 대한, 졸업을 앞둔 대학생의 고민들이 서재 밖의 오락가락하는 소낙성 호우만큼이나 두서없이 섞였습니다.

"세상에 공부보다 쉬운 것은 없나 봐요. 날씨를 맞추기도 어렵고, 제가 어떤 길로 발을 들여놓아야할지는 더 어렵네요."
대기과학도가 말했습니다.

-그 학교에 기상자료 분석용 수퍼컴퓨터가 있지요?
"네 있어요."
-그럼 현재의 욕망과 현실 그리고 이상에 대한 데이터를 그 컴퓨터에 입력시켜보면 미래의 인생에 대한 현재의 선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을까? 미래의 인생을 시물레이션해보는 거예요.
"안될 일입니다. 아마 현재의 제 데이터를 넣고 2년 뒤의 제 인생을 계산해 달라고 한다면 아마 제가 2년의 삶을 산 뒤에도 그 컴퓨터는 여전히 계산중일걸요."

혜림씨의 얘기에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수퍼컴퓨터도 연산하지 못할 만큼의 여러 변수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비루한 오늘이라도 내일에 희망을 두고 열심히 살 용기를 얻습니다.

오늘을 최선으로 살뿐이다



SVA(School of Visual Arts) 홈페이지
 SVA(School of Visual Arts) 홈페이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오늘 한석호 대표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그분은 부엌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크지 않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따님인 한주희는 지금 뉴욕 매해튼의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6년 전 한 대표님과 대화중에 고등학교 1학년인 주희가 언어에 소질을 보이지만 팍팍한 학교스케줄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주희를 미국공립고등학교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여시켜볼 것을 권했습니다. 딸과 상의 후 그렇게 했고, 주희는 미국에서 너무나 잘 적응했습니다. 교환학생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사립유학으로 미국에 남았고 결국 자신의 희망에 따라 뉴욕의 아트스쿨인 SVA에 진학 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던 주희는 워크샵 작품만으로도 교수들로부터 창의성에 대해 자주 칭찬을 듣곤 했습니다. 작년 여름 방학 때 아버지와 함께 저를 방문한 주희가 말했습니다.
"아버지를 설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오늘 통화에서 한 대표님으로 부터 주희가 9월에 시작하는 2학년부터 파인 아트Fine Arts쪽으로 전공을 바꿀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참 잘된 일이다 싶습니다. SVA의 교수님들이 주희의 창의성을 인정했고, 검증된 방향으로의 전환이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등록금과 생활비 등을 감당해야하는 한대표님이 대단합니다."

주희와 한대표님을 함께 기운 돋우는 제 말에 한대표께서 말했습니다.

"저는 내일의 결과를 철저히 계산치 않습니다. 오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경제적으로 힘이 부치는 일이지만 가는데까지 가보겠다는 자식에 대한 부모의 희생어린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저는 수퍼컴퓨터로도 '날씨 못 맞춘다'(본인의 표현)는 대기과학도 최혜림씨가 한 얘기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1초에 1.75페타 플롭스(초당 1750조번)의 속도로 연산이 가능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인 재규어로도 내일의 우리 인생의 정답을 연산할 수는 없대요. 우리 모두는 한 대표님처럼 그저 오늘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SVA(School of Visual Arts)
SVA는 1947년에 설립된 아트스쿨로 미국 내에서도 가장 진취적인 미술대학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900여명 이상의 전문아티스트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교수진용과 첨단시설 및 실기위주의 교육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학교미술관(The Visual Arts of Museum)과 현대미술의 메카인 첼시에 학교갤러리(The Visual Arts of Gallery)를 두고있으며 프랫, 파슨스보다 늦게 설립되었지만 순수미술, 미디어아트, 컴퓨퓨터 아트, 사진, 영화 등은 수위首位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50여 개국에서 온 국제학생들이 등록하고 있습니다.

관련정보 바로가기
SVA | /www.schoolofvisualarts.edu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인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