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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3월 5일로 돼 있네요. 정확히 10년 전 목순옥 여사님 모습입니다. 이때만해도 시에 대한 열정이 순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둘 낳고 세속에서 살다보니 그 마음이 흐트러지더군요.
2000년 3월 5일로 돼 있네요. 정확히 10년 전 목순옥 여사님 모습입니다. 이때만해도 시에 대한 열정이 순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 둘 낳고 세속에서 살다보니 그 마음이 흐트러지더군요. ⓒ 윤태

고 천상병 시인의 사모님이신 목순옥 여사님께서 지난 26일 세상을 뜨셨네요.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 천상병 기념 사업회 통해 추모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별세하셨다니 말이죠. 종종 언론 통해 소식 접했을 때 반갑게 뉴스를 접하곤 했었는데요.

 

저도 시 쓰는 걸 좋아해서 90년대 말 졸업 한 해를 앞두고 시 모임 동아리에서 자작시 시화전을 하면서 공동 창작시집도 판매하며 그 돈으로 불우한 이웃을 도왔던 기억도 납니다.

 

그 후 연도별로 신춘문예 당선시집을 죄다 사 모으고 원로시인들 시집도 사 모으고 그랬습니다. 결국 '당선을 목적'으로 한 시쓰기에 몰두해 월간 문학잡지 두 군데 등단하고 김유정 문학에 응모해 장려상도 받아봤습니다. 온라인에서 몇 번 상을 받은 기억이 있네요.

 

처음에는 시를 너무 좋아해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쓰려고 노력했지만 나중에는 등단이라는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돼 버리더군요. 삿갓만 쓰지 않았지 방랑시인 김삿갓과 늘 같은 저울대 위에 올려져 비교되고 있는 천상병 시인. 천상의 시인 시집을 사들고 천 시인이 동심으로 쓰는 시를 배우고자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2000년 3월 5일, 천상병 시인의 아내인 목순옥 여사께서 운영하는 인사동 카페 <귀천>을 찾아간 기억이 납니다. 졸업 당시 시화전을 펼쳤던 대학 선배 부부와 같이 갔습니다. 시집 <귀천> 한 모퉁이에 사인을 받으면서 목순옥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냐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 시간 넘게 정담을 나누긴 했는데 오래된 일이라 대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건 커다란 주전자에 차를 끓여 몇 번이고 따라주시던 것은 기억이 확실합니다. 카페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천상병 시인의 사진 등 흔적도 머릿속에 남고요 . 그렇게 목순옥 선생님과 기념사진 한 장 찍고 그곳을 나왔더랍니다.

 

그 후로 인사동에 몇 번 갔지만 두 번 다시 귀천을 찾지는 않았습니다. 세속에 물이 들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시를 쓰고자했던 그 순수함이 퇴색해버린 탓일까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저는 지난 2006년 다시 문을 연 안국동 시인학교에 출입하게 되었습니다.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통했던 시인학교에 학생으로 잠시 다니다가 자퇴도, 퇴학도 아닌 애매모호하게 그곳도 활동을 안 하게 되더라구요.

 

천상병 시인의 시 구절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 이 세상에서 못다 이룬 부부의 정을 쌓게 되었네요. 이제 곧 가을이고 여기저기서 소풍도 많이 갈텐데 목순옥 여사께서 떠나셨다니 많이 아쉽습니다. 그나마 목순옥 여사님께서 계셔서 천상병 시인 기념 사업회 통해 천시인의 시세계를 알릴 수 있었고 간접적으로나마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는데 말이죠.

 

하늘나라에서 천상병 시인과 함께 새로운 소풍을 준비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시에 대한 열정은 버릴수 없어 시인학교를 찾아 시인들과 어울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영 참여를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시인은 배가 고픈가봅니다.
그래도 시에 대한 열정은 버릴수 없어 시인학교를 찾아 시인들과 어울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영 참여를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시인은 배가 고픈가봅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있습니다.


#목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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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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