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서부간선수로. 김포 신곡펌프장에서 시작해서 인천 부평 삼산동에서 끝나는 인공 농수로이다. 일제시대에 김포, 부평 일대의 평야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농수로가 지방선거를 흔들어 놓더니 이제는 전·현직 시장의 약속이 공무원의 소신에 눌리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이 농수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서부간선수로는 원래 인공 수로이지만 흐르는 물이었다. 하지만 부평 삼산동에 택지가 들어서면서 물길을 막아 이제는 농번기에 신곡펌프장에서 물을 뿜어 올려 물을 공급하고, 추수가 시작되기 전에 물을 빼놓아 건천이 되는 이상한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여름철에는 15km 긴 저수지가 형성되어 모기들의 천국이 되었고, 물이 빠지는 계절에는 그동안 흘러 들어온 쓰레기들이 악취를 뿜어내어 1년 내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서부간선수로 협의회'를 조직한 지역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이 생태하천을 만들기 위해 서명운동, 연날리기, 청소, 토론회, 청원운동 등  수많은 일들을 해왔다.

특히 지난 2009년 12월에는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결성되어, 지난 1월 서부간선수로 관할관청인 인천광역시, 한국농어촌공사 김포지사, 계양구,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원, 주민대표,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가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어 2월에는 20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한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기원 대보름맞이 연날리기대회'를 성사시키며 위 토론회에 참가한 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바람직한 서부간선수로 조성을 위한 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화'를 위해 매월 4번째주 토요일 정기적인 청소를 진행해왔고, 또한 모금과 네이버 카페에서의 콩모으기, 벼룩시장개최를 통해서 서부간선수로 매입기금(목표는 전체 매입기금의 1%인 1억7000만원 정도이고, 모금이유는 서부간선수로 소유권자인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서부간선수로 주변을 공원 등 휴식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세운 지자체에 매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을 현재 500만 원가량 모금한 상태이다.

안상수, 송영길 인천 전·현직 시장은 도로개설 취소, 반대

인천시장, 계양구청장, 한국농어촌공사김포지사장, 국회의원, 주민대표등 11개 기관,단체 대표들이 서부간선수로 문제를 풀기위한 협약서에 동의하고 교환한 협약서
▲ 바람직한 서부간선수로 조성을 위한 협약서 인천시장, 계양구청장, 한국농어촌공사김포지사장, 국회의원, 주민대표등 11개 기관,단체 대표들이 서부간선수로 문제를 풀기위한 협약서에 동의하고 교환한 협약서
ⓒ 방제식

관련사진보기


이 기간동안 협의회에서 민-관 간에 가장 큰 대립이 있었던 사안은 바로 계양구 서운동에서 부평 삼산동까지 이어지는 1.7km구간 왕복 2차선 도로를 서부간선수로 위에 건설하는 문제였다.

인천시 도로과에서는 계획된 일이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민간과 지역 정치인들은 수로의 반 이상을 메우는 도로개설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이런 갈등이 계속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운동본부와는 별개로 "서운-삼산간 도로개설반대 주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아파트 베란다에 "생태하천기원, 도로개설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도로개설반대운동을 전면화했다.

결국 지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안상수 인천시장은 도로개설을 철회하겠다는 공문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회장으로 있는 '계양임광그대가' 입주자대표회의 앞으로 보내왔다. 공문에 "대다수 주민등이 반대하면 동 도로개설을 취소토록 추진하겠으며"라는 내용이 실린 것에 대해 인천시 담당자에게 전화로 확인한 결과 "분명히 도로개설을 취소하겠다는 것이며 공문상의 내용으로는 취소가 아직 안된 상태이니 취소되었다고 보낼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답변했다.

또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은 후보시절에 계양구주민들이 보낸 정책질의서에 도로개설반대를 분명하게 적시하여 답변서를 보내왔다.

도로개설을 취소토록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 인천시공문 도로개설을 취소토록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 방제식

관련사진보기


계양구주민 7400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서 지방선거 당시 보낸 정책질의서에 대한 당시 송영길후보의 답변내용. 도로개설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송영길시장의 공약 계양구주민 7400여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서 지방선거 당시 보낸 정책질의서에 대한 당시 송영길후보의 답변내용. 도로개설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방제식

관련사진보기


이후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이 지역의 광역시장후보, 구청장후보, 시의원후보, 구의원후보들이 대부분 '서부간선수로 생태하천'을 공약으로 내걸 수 밖에 없었고, 생태하천-도로개설반대를 내건 후보들이 당선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되어 이제 생태하천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또한 선거이후 민관협의회에 참가한 인천시 직원도 지난 4월에 추진한 도로개설 실시설계용역을 중단하고, 올해는 서부간선수로를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용역설계비용만 하반기 추경예산에 반영하고, 전체적인 사업비는 내년 본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발언하며 도로개설문제는 인천시에서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했다.

재점화된 도로개설 문제...타당성조사 E, F 등급 나온 공사 해야하나

모두가 서부간선수로를 생태하천으로 만들어가는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지난 3일 인천신문에 "인천시 도로과 직원들의 소신(도로개설)과 현 송영길인천시장의 공약이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가 실렸고
이어 12일 경기일보 기사에 인천광역시 도로과 직원이 서부간선수로 위에 만들어지는 '서운-삼산간 도로'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부평을(삼산동포함) 지역구 국회의원인 홍영표 의원의 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자리에서 인천시 도로과는 다시 도로개설의 의지를 강력하게 주장하였고, 홍 의원은 자신이 나서서 예산을 마련하겠으며, 계양구 지역 정치인들에 대한 설득을 맡겠다라고 발언하여 도로개설 문제가 재점화되었다.

전·현직 시장이 모두 약속한 "서부간선수로 도로개설 중단"을 인천시 도로과가 철저한 소신으로 가로막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도로개설자체가 문제이다. 인천시 자체 조사결과 타당성조사에서 E, F 등급이 나와 교통분산 효과 등 타당성이 없다고 나온 것이다. 이는 도로과가 주민 설명회 자리에서 직접 발표한 내용이다.

인천시는 현재 수조원의 빚을 남기고 간 지난 지방정부의 예산운용으로 재정파탄이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376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전·현직 시장이 반대하고, 스스로 조사한 결과, 타당성도 없는 도로를 개설하겠다는 것을 인천시 도로과의 우직한 소신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도로를 개설함으로 인해 이 도로를 통해 지나다닐 수천명의 학생들 안전문제라든가, 교통 소음문제 등 주민들이 제기하는 민원을 뒤로 돌린다고 해도 이미 도로개설 문제는 그 정당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몇가지 문제를 더 짚어보자.

홍영표 의원 후원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 자리에 배포된 인천시 측의 자료 중, 계양구와 부평구에서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는 문구가 있어 계양구 부구청장과 '서운-삼산간 도로 개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고영관 위원장이 통화해보니 계양구 부구청장은 그런 말을 한 바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도로개설에 대한 공무원의 소신이 담긴 자료
▲ 인천시배포자료 도로개설에 대한 공무원의 소신이 담긴 자료
ⓒ 방제식

관련사진보기


서부간선 도로개설의 대안으로 제시된 외곽순환도로 하부공간을 이용한 도로개설를 두고 시는 경인고속도로 구간을 지하 차도로 공사해야해서 경제성 부족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에서 자체 계획중인 서운-삼산간 도로 역시 같은 경인고속도로 구간을 지나쳐야 하는데 이에 대해 인천시는 경제성 부족을 극복할 다른 대안이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한가지 더 지적하면 인천시가 계획중인 서운-삼산간 왕복2차선 도로는 1.7km 구간 중 4차선 도로와 만나는 세 부분에서 신호를 거쳐야 한다. 과연 이 도로와 지역 정치인과 민간측에서 주장하는 외곽순환도로 하부공간을 이용해 왕복 6차선 도로를 만들 경우 중 어떤 것이 더 교통분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인천시는 지난 7월에 열린 협의회에서 "그런 조사를 한 바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간담회에서 배포한 자료에는 대안으로 제시된 우회도로가 교통분산에 효과가 없다고 나와 있다. 시는 위의 교통분석결과를 언제 어떻게 어느 기관을 통해서 분석한 것인지 그 자료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은 어처구니 없는 인천시 도로과의 소신을 의혹에 찬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단체장의 약속을 뒤집고, 자체 타당성 결과에서 E, F 등급을 맞아
교통분산효과도 기대되지 않으며 오히려 교통정체를 만들 1.7km 편도1차선 도로를 만드는데 376억원의 예산을 낭비하려는 이유를 시는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태그:#서부간선수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