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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9시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화상 인터뷰
18일 오전 9시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진행된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화상 인터뷰 ⓒ 김시연

'인터넷'이 2010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인물이나 단체가 아닌 사물이 노벨상 공식 후보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지만, '인터넷' 노벨상 지지 활동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글로벌 인터넷 기업 '구글'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만약 인터넷이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다면 시상식엔 누가 대표로 올라야 할까. 강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가 공교롭게도 빈트 서프(66) 구글 부사장이다. 빈트 서프는 1969년 인터넷의 전신인 'ARPA넷'을 개발했고 1973년 로버트 칸과 함께 인터넷 프로토콜(통신규약)인 TCP/IP와 인터넷 기본 구조를 공동 설계해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린다. 지난 2005년 구글에 합류해 현재 수석 인터넷 전도사(에반젤리트스)를 겸하고 있다. 

2007년 10월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에도 온 적 있는 빈트 서프 부사장이 18일 아침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에 다시 모습을 나타났다. 몸은 비록 멀리 미국 동부 해안 자택에 있었지만 41년 전 그가 개발한 인터넷 덕에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날 수 있었다.      

"인터넷 주소 자원 내년쯤 고갈... IP6와 다국어 도메인이 해법"

그는 우선 한국의 빠른 인터넷 접속 환경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은 모바일 쪽에서도 통신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아래 앱)을 많이 활용할 수 있다. 대량 트래픽이 필요한 앱이나 비디오처럼 고속 앱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를 위해 2가지 목표 간에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한쪽은 브로드밴드(고속데이터통신망) 투자 활성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개방성 유지다. 누구 허가도 받을 필요 없는 개방성 때문에 다양한 앱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7년간 국제 인터넷 주소 자원을 관리하는 ICANN 의장직을 맡았던 빈트는 인터넷 주소(IP) 공간 부족 문제도 제기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IP4 인터넷 주소 공간은 32비트 길이 숫자로 된 인터넷주소로 43억 개 정도가 나올 수 있는데 지금 거의 고갈돼 가는 상태다. 전화번호 동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구글은 IP 여섯 번째 버전인 IP6를 IP4와 병행해서 준비하고 있다. IP6는 128비트를 사용해 340조 개의 주소가 공급될 수 있다."

현재 가용 주소는 5% 정도 남았지만 할당된 주소를 100% 사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주소가 모두 고갈되는 시기는 2011년 중반이나 그 이전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사용된 라틴문자(영문자)뿐 아니라 한국어, 중국 간체자, 아랍어 등 다른 문자도 인터넷 도메인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이 세계 평화 기여... 악용 규제 국제적 합의 필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겸 수석 인터넷 전도사 ⓒ 구글코리아 제공
'인터넷의 아버지'답게 인터넷이 왜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인터넷은 긴급한 상황이나 자연재해에서도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구글 어스를 통해 긴급한 비상사태가 어디서 일어났는지, 피난민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쓰나미가 어디서 발생했는지 알려준다. 아이티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많이 사용됐다.

구글 자동번역 기술도 발전해 언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게 돼 세계평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최근 '디지털 외교'란 표현이 등장했는데, 인터넷이 각국 대사들과 대중의 외교 교류에도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노벨 평화상 수상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인터넷을 악용한 피해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술은 건설적으로 사용될 수도, 남용될 수도 있다. 인터넷으로 범죄, 사기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고 유해한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떤 활동이 반사회적이며, 어떤 활동을 용납하지 않을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국가들 간에 국제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달성해야 할 큰 과제다."

"누구에게나 접근 허용한 것이 인터넷 성공 요인"

사실 초기 인터넷은 군사적 목적으로 발명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이 '평화상' 후보라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과연 그는 인터넷의 '평화적 수단'을 염두에 두고 연구했을까?

"처음에 인터넷 구조 설계 당시에는 네트워크 기능 작동이 급선무였다. 인터넷을 글로벌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 한 가지는 확신했다. 당시 인터넷이 진정한 의미로 실현되려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TCP/IP 등에 대한 특허도 내지 않기로 했다. 이것이 지금 인터넷 성공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빈트 서프는 이런 '웹 개방성'과 더불어 중앙 통제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특성을 강조했다.

"인터넷은 중앙에서 통제되지 않고 분산돼 있다. 네트워크는 모두 자발적으로 연결돼 있어 수십 억 명의 사람들이 협력하기로 했을 때 얼마나 거대한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이것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스트리트뷰 논란은 오해... 압수수색 이해 안 돼"

최근 검찰의 구글코리아 압수수색으로 불거진 구글 3차원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 정보 수집 논란에 대한 개인적 견해도 밝혔다.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구글은 수집한 정보가 어떤 정보였는지 한국 정부 요청에 따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압수수색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소프트웨어 문제를 발견한 순간 바로 보고했고 한국 정부와 구글 간에 더 이상의 오해를 막는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미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한국 정부의 법적 지침에 따르겠다." 

빈트 서프는 요즘 미 항공우주기관과 함께 태양계 행성 간 인터넷 연결 사업에 열의를 쏟고 있었다.  

"유인·무인탐사선을 우주로 파견할 때 사람이나 로봇에 의한 우주탐사를 지원하기 위해 인터넷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만나 얘기한 적도 있는데 태양계에서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우주를 탐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긍정적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 10년 동안 우주 탐사 미션을 진행할 텐데 태양계 인터넷 확대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진전도 있을 것이다."


#빈트 서프#구글코리아#구글#인터넷#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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