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나의 정치적 목숨이 한나라당이나 법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원과 국민이 나의 정치적 사망 여부를 판단해주는 것이다."

대선 당시 'BBK 저격수'로 불리었던 정봉주(50) 전 의원을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그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1년형을 받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실형이 확정되면 그는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하는 '사망선고'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지금 법원이 아닌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 의원의 이러한 입장은 지난 12일 정동영 상임고문의 반성문을 공개비판하면서 일부 드러난 바 있었다. "BBK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 운동에 매몰됐다"는 정 고문의 말에 "BBK는 당시 대선 과정에서 대한민국 최고 공직자에게 요구됐던 도덕성 검증 과정"이라며 "혼자만 살겠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정 의원이 받고자 하는 당원과 국민의 심판은 오는 10월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그는 지난 10일 민주당 취약지역위원장 60여 명과 함께 '좋은정치희망연대'를 출범시키는 등 최고위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권탈환을 위해 당이 필요로 하는 것은 상대방의 진영을 흔들 수 있는 최전방 공격수"라며 "BBK와 사립학교법 등을 통해 공격력이 증명된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또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건의 판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회피하는 것은 자기 검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민주당에서 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어야 할 사람들이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며 "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뒤 전국 정당화를 통한 정권탈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봉주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정동영, 나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고 밝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정동영 상임고문의 반성문을 공개 비판했다. "BBK로 상징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매몰"됐다던 정 고문의 표현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난 사람에 대한 배신감은 잘 못 느낀다. 그러나 정 고문의 반성문은 정치적 행위다. 그 정치적 행위에 대한 나의 평가를 내린 것이다. 단순한 반성문이라고 봐야 할지 몰라서 며칠 더 고민했다.

하지만 정 고문이 정봉주의 정치적 행위를 부정한 것이라 생각했다. '네거티브'는 미국의 해석으론 '진실이되, 상대방이 원치 않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를 '흑색선전', '허위사실'과 동일한 개념으로 놓고 쓴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 정동영 고문의 사과를 촉구했는데.
"16일 정 고문을 만났다. 정 고문이 'BBK를 어떻게 부정하겠느냐, 정봉주 의원에 대해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 '정봉주 의원의 문제제기에 공감했다' 등의 얘기를 했다. 또 반성문 이후 상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한 글을 발표할 예정인데 나에 대한 얘기를 넣겠다고 했다. 내용적으로 조금 잘못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힌 이상, 충분히 사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생각한다. 100%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화해의 손을 내미는데 잡아주지 않는 것은 신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이 문제를 야기한 원점은 BBK다. 함께 기소됐던 김현미, 김종률 전 의원 등은 이미 사면으로 풀려났다. 정 의원 본인만 아직 BBK의 족쇄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 때문에 꿈 속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곤 한다.(웃음) BBK문제를 털고 안 털고는 내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재판부에서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다. 문제가 어려우면 상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가 제기된 지 근 3년에 달한다. 대단히 정치적 사안임에도 정치적 판단을 따르지 않고 형법을 적용, 유죄를 내렸다. 미국의 경우 '정치인과 언론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적용할 땐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해, 형사 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가릴 것'이란 원칙이 있다. BBK를 형사적 사건으로 다루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중 누가 문제제기를 떳떳하게 할 수 있겠나."

- 대법 판결만 남겨놓고 있다. 1, 2심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아 전망이 그리 좋진 않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BBK를 여전히 정치적 사건으로 보고 국민의 알 권리,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이 모든 것들은 계속 보호돼야 하지 않겠나. 법조계에서도 이 사건을 의미심장한 판결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치인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지 결정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야성 회복 못하는 민주당, 최전방 공격수가 필요하다"

- 대법 판결에 따라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의 정치적 목숨이 한나라당이나 법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원과 국민이 나의 정치적 사망 여부를 판단해주는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 때 강원도민들이 이광재 도지사가 당선된 뒤 도지사직을 수행할 수 없을 수도 있단 예상을 하고도 그를 택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는 사건의 재판인데 그 판결 때문에 당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피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태도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 검열이다. 정권탈환을 위해 어렵고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 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성이 분명하고 정권탈환 의지와 열정으로 무장된 아주 뛰어난 공격수다."

- '뛰어난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지난 2년 반 동안 민주당을 원외에서 지켜봤다. 대체로 국민들의 평가는 유사했다. 민주당은 존재감이 없단 거다. 박근혜와 민주노동당만 보인다고 했다. 당내를 들여다보면 '반대'는 하고 있지만 정치적 생명을 걸고, 당의 운명을 걸고 진실로 싸우는 개인, 그룹들이 약화돼 있다. 그래서 야성을 회복하란 주문이 계속 나온다. 이는 최근 결심하게 된 게 아니다.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당원 교육을 했다. 당원들은 '17대 때 한나라당과 강하게 대립하고 우리의 얘기를 분명히 전했던 공격수들은 다 어디에 갔냐'고 말했다."

- '최고위원 정봉주'가 '뛰어난 공격수'란 얘기인가.
"1년 전부터 이명박 정권을 '빚더미 정권'으로 규정짓고 끊임없이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이 우리를 '잃어버린 10년', '무능한 좌파정권'으로 규정지었듯 우리도 그렇게 한나라당을 규정짓고 싸워야 한단 얘기였다. 그런데 당에선 몇 번 얘기하다가 먹히지 않으니 슬그머니 후퇴해버렸다. BBK에 대해선 정봉주에게 물어보라고 했듯, '빚에 대해선 누구에게 물어보라'가 돼야 했다. 그런데 당에선 그런 공격수를 마련하지 못했다.

이제 2년 반도 안 남았다. 상대방 진영을 흔들 수 있는 기민한 공격수가 필요하다. 아직 당에는 미드필더와 수비수만 있고 그러한 공격수가 없다. 정치경력의 많고 적음을 떠나, 정치적 신분의 향방을 떠나 당원과 국민이 요구하는 공격수가 되는 것이 필연이라 생각한다. 당원들도 이런 얘기를 하면 동의한다. 이미 BBK와 사립학교법으로 표상되는 정봉주의 공격력을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본질은 강력하고 분명한 개혁성 있는 정당"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정권탈환을 위해선 공격수도 있어야겠지만 전반적인 당의 노선 재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
"당내 많은 온건한 인사들은 한나라당과 '중원 전쟁'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원을 뺏긴 것이 아니라 개혁적 지지자들을 민노당과 국민참여당에 뺏긴 것이다. 당내에서 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어야 할 사람들이 목소리를 못 내고 있었다. 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표현되는 호남민들도 광주민주화항쟁에서 드러나듯 개혁성을 본질로 하고 있다.

민주당의 본질은 강력하고 분명한 개혁성을 갖고 있는 정당이다. 당내에서 이를 지키려고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당의 개혁성을 지키고 나면 중원을 열어가긴 쉽다. 우리 당에는 중도우파인 분들도 많다. 무엇보다 당이 그러한 노력도 없이 목소리를 내면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갖기 힘들다."

- 지난 10일 '좋은정치희망연대'를 출범시키면서 '전국정당화'와 '젊은 도전'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국정당이 되기 위한 노력을 너무 게을리 했다. 영남의 지지율을 10% 이상 못 올리면 정권탈환 절대로 못한다. 열린우리당 시절만 하더라도 '대사모(대구를 사랑하는 의원모임)'라고 있었다. 이들이 대구 각 지역별로 쪼개져서 가상 지역구를 두고 민원상담하고 했다.

구호만 전국정당으로 둘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벤트, 프로젝트를 영남민들에게 보여야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해볼 만하다. 영남지역 몇 개 지역을 권역으로 묶어 비례대표를 할당하면 그가 바로 그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는 것 아닌가. 지역 밑바닥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할 수 있다. 영남에 감동코드를 던져야 한다."

- 실제로 '좋은정치희망연대' 출범 때 취약지역위원장 60여 명이 함께했던 것으로 안다.
"당내 양극화를 빨리 없애야 한다, 어려운 지역도 먹고 살자. 이런 고민을 그들과 함께했다. 대략 62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지금 저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선거 때만 일시적으로 돕고 흩어지는 관계는 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건 줄 서기에 불과하니깐 선거 끝나고 최고위원이 되든, 안 되든 두세 달에 한 번씩 각 지역에서 만나며 이런 고민을 구체화하려고 한다."

- '젊은 도전'은 세대교체를 의미하나?
"나이가 젊어서 젊단 얘긴 이제 안 했으면 한다. 더 이상 정치인 이전의 경력으로 먹고 사는 것도 없어야 한다. 그러니깐 민주당은 고루한 집단이란 평이 나오는 것이다. 나는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동지들의 정체성, 동질감 다 존경한다. 그러나 오히려 당내에서 무리를 지으면서 폐쇄적이란 얘기는 듣되 도전적이란 평가는 못 받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 들어와 변화와 개혁에 소극적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전에 말했던 것과 같이 '젊은 늙은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다."

"재보선 후 변화 얘기하지 않은 당은 민주당이 유일"

- 세대를 분류해 나눈 게 아니라면 어떤 모습을 '젊은 도전'이라고 평할 수 있을까.
"지지자들과 대의원들은 당이 젊은 도전 정신으로 무장돼야 한다고 한다. 현재 원내에선 최문순 의원과 김진애 의원이 가장 젊은 의원이다. 어느 나이 젊은 의원보다도 이들의 재기발랄함, 활발함, 즐거움은 눈에 띈다. 그처럼 젊어진다는 것은 영양제 먹고 보톡스 주사를 맞는 게 아니다. 정신을 젊게 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의 민주당은 머물러 있는 정당이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7·28 재보선 승리 후 '반성과 변화'를 얘기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유연한 진보'를 말했다. 변화를 얘기하지 않은 정당은 민주당이 유일하다. 당의 이름만 놔두고 체제를 싹 뜯어고쳐야 한다. 체제를 뜯어고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지도부에 들어와야 한다. 인위적 교체가 아니라 전당대회에서 경쟁해서 이런 아젠더를 던진 이들이 당 변화의 시동을 거는 것이다."

- 체제를 뜯어고칠 의지를 가진 이들이 많이 지도부에 입성하려면 전당대회 '룰' 변화도 필요하다. 현재 통합선출 방식의 집단지도체제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집단지도체제에 반대한다. 한나라당은 상명하달로 운영될 수 있는 부분이 일부분 있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당에선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바람 잘 날이 없어진다. 열린우리당이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때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1등을 공격하는 게 마치 업처럼 돼버렸다.

결국 1~5등까지 당의장을 돌아가며 했다. 당 대표가 심각한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정치적 관점의 차이로 교체돼야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지도부가 자주 교체된다면 2012년 총선, 대선을 잘 대비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여기에 관심이 없다. 당 계파가 맨날 그 문제만 갖고 '밥그릇 싸움'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고 있다."

- 전당원투표제 도입 등 현재 대의원 중심의 투표권을 여는 방안들도 논의되고 있다.
"전당원 투표제는 반대한다. 본인이 당원인지도 모르고 있거나, 이미 탈당했거나 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신청하는 사람만 투표하자? 그것도 안 좋다고 본다. 대신 나는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어떤 기제를 사용할 것인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보자. 적어도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한나라당보단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태그:#전당대회, #정봉주, #BBK, #민주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