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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과 7월 22일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판결은 같은 의미 아닌가?"

7월 22일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비정규직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인정"한 판결을 낸 후 노동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권익을 찾아주자는 움직임이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 비정규직이 "정규직 쟁취"를 외치며 나선 것은 사실은 지난 3월 25일 나왔던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에 대한 판결에 고무됐기 대문이다. 여기다 다시 4개월 후 대법원이 잇따라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구제 판결을 내리자 전 노동계가 흥분하고 있는 것.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4개월 전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오히려 임금이 대규모 삭감되거나 해고되는 등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종훈 동구위원장(가운데) 등 동구지역 지역의원 및 당직자들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를 돕자고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종훈 동구위원장(가운데) 등 동구지역 지역의원 및 당직자들이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를 돕자고 호소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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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처지에 놓인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을 위해 모든 양심세력, 민주세력이 함께 나설 것을 공식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동구위원회는 "하청노동자들이 감시와 탄압으로 노동조합조차 마음놓고 결성, 가입할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하청노동자의 삭감된 임금 원상회복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모든 양심세력의 동참을 호소한다"며 "소속과 정견을 뛰어 넘어 생존권과 기본권의 위협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는 하청노동자 문제에 공동의 실천을 위한 연대를 하자"고 호소했다.

"하청업체서 노조 활동하면 해고"

7년 전인 지난 2003년 8월이다.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를 외치며 노조를 설립했다. 하지만 노조원이 속한 하청업체는 곧 폐업됐다. 노조 간부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억울하다며 법에 호소했고 결국 1,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하청노동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올해 3월 25일 현대중공업의 1, 2심 패소에 따른 항고심에서 "원청업체가 하청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원청회사인 현대중공업측이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설립되자 하청 업체를 폐업이라는 방식으로 해고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행위"라면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 판결에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물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까지 고무됐던 것,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 대법원의 이런 판결도 무용지물,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11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그 사내협력업체 사용자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위해 1년이 되기 전에 해고하고 재취업시킨다"면서 "협력업체만 다를 뿐이지 수년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출입증을 가지고 출퇴근하는 하청노동자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한 "더 많은 이윤 독점을 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생존권을 쉬지않고 갉아 먹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상권과 경제도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김종훈 동구위원장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2만6000여 명 하청노동자들에게 일방적 강압적 조직적인 임금삭감 동의서 서명강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며 "이들은 노조 조차 마음 놓고 만들거나 가입할 수 없는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삭감된 30%의 임금은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의 가계파탄, 생존권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동구 지역경제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으며 지역상권이 찬바람을 맞아 교육문제, 주택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청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는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중공업 최대실적에 맞게 정규직 노동자가 보상받는 것은 맞지만 사용자들이 비정규직을 차별하고 비정규직노동자와 그 가정의 생존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대중공업 1만9800명의 하청노동자, 현대미포조선 5600명의 하청노동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생존권과 기본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중공업 하청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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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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