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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비정규직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인정한 지난 7월 22일 대법원 판결이 정부의 강경 노동정책으로 위기에 빠진 노동계의 돌파구로 떠오르면서 정치쟁점화 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7월 1일부터 강행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한도제)의 배경에 대기업, 특히 현대기아차그룹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대법 판결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속노조는 최근 언론을 통해 불거지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의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유상증자 등 불법적인 방식으로 대주주 일가에 특혜를 준 의혹 등을 집중 부각해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타임오프 부당성을 여론에 호소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상담, 법률지원 등을 위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국회의원을 특별대책본부장으로 하는 '민주노동당 특별대책본부'를 중앙당 차원에서 구성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차공장이 있는 울산시당도 특별대책본부(본부장 정후택 노동위원장, 하현숙 시의원)를 구성해 사내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대법원의 비정규직 구제 판결이 도화선

 

대법원 3부는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과 관련한 2008년 2월 12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지난 7월 22일 파기환송하며 "최 조합원은 2004년 3월 13일부터 현대자동차에 의해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이 체결된 비정규직의 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현대차 사측의 작업지시서에 의해 업무를 수행한 점, 사측이 작업배치와 변경결정권을 갖고 있는 점, 비정규직의 노동 및 휴게시간, 근무교대와 작업속도를 현대차 사측이 결정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동안 비정규직이 줄곧 주장해온 것을 대법원이 그대로 인정한 것.

 

이와 비슷한 시정명령을 5년 전 노동부가 내렸었다. 하지만 이 시정명령을 바탕으로 정규직화를 요구하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되레 대거 해고되고 투옥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1만 명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고무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5년 공장을 점거하고 불법파견 철폐를 위한 투쟁을 벌였지만 오히려 업무방해와 불법집회 등으로 수 백명이 해고되고 27명이 기소됐던 것.

 

특히 이번 대법 판결을 이끌어 낸 최병승 조합원은 당시 기소된 27명 중 한 명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으나 결국 대법원으로부터 현대차의 직접고용 판결을 받았다.

 

지금은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현대차는 노동부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국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라(물론 다시 고등법원에서 다뤄야 하지만) 회사 측이 외면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물론 진보정당 등에서도 가만 있지 않을 태세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원청회사의 직접적인 노무 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 만연되어 있는 불법파견 관행에 제동을 걸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크게 반겼다.

 

이어 "그간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은 하청노동자들에 대해 관리 감독과 작업 배치를 하는 등 사실상 사용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들은 도급업체의 직원이라며 하청노동자와의 직접 교섭을 배제해 왔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사실상 원청 노동자와 성격이 같은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란 이유로 원청업체 노동자의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원청업체를 사용자로 인정한 이번 판결로 도급 계약으로 위장된 불법파견 문제가 일정 부분 해결될 수 계기가 열렸다"며 "현대차 사측이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결국 타임오프제 강행으로 노조활동 위축 위기에 몰린 노동계로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대 반격의 시발점이 될 셈이다. 그 주요 공격 대상은 현대기아차그룹이다.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지난 7월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본사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재벌사들이 타임오프제도를 무기삼아 노동조합을 말살하고자 하고 있고, 특히 가장 극심한 탄압을 벌이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노조도 비정규직 지지 성명

 

7월 22일 대법원의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판결이 나오기 4개월 전인 지난 3월 25일,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판결에 고무된 현대차 비정규직은 현대차 사측에 대해 단체협약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교섭대상이 아니다"며 일절 교섭에 응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현대차 비정규직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금속노조는 11일 서울을 비롯해 현대차 공장이 있는 울산, 충남천안, 전북전주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현대자동차 공장 내에서 불법을 자행하지 말라"며 사측과 노동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10일 "내일(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사내하청업체와의 교섭중단, 현대차 사측에 발송한 요구안 철회, 노동부에 불법 파견업체 폐쇄 촉구 등을 포함한 이후 계획과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급반전된 상황을 실감케 했다.  

 

앞서 현대자동차(정규직)노조도 지난 8월 5일 성명을 내고 "회사는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2년 이상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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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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