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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49) 대표는 "노출을 꺼리거나 몰라서 아직도 신고(등록)하지 않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많다"면서 "신고를 추가로 받아야 하고, 할머니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증언 채록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모임은 지난 5~6일 사이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금 마련 평화인권문화제"를 열었다. 시민모임은 해마다 '다가가기'라는 제목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 관련 행사를 열어오고 있는데, 올해 행사는 여덟 번째다.

송 대표는 이번 행사를 정리하면서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는 1990년대에 할머니들을 찾아 증언 채록작업을 했던 게 인연이 되어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 대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송도자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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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83명(국내 75명, 국외 8명)인데, 통영거제지역에는 2명이 살고 있다. 이전에는 모두 8명이 신고해서 살고 있었는데, 2명은 서울과 울산으로 이사를 갔다. 2007년 8월 이순선(거제)·김기하(통영), 2009년 5월 김정애(통영), 2010년 3월 이두순(거제)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 시민모임은 올해 88세와 93세의 할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있다.

시민모임은 지난해 서명운동을 벌여 통영시의회와 거제시의회, 경남도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했다. 이후 결의문 채택에 불이 붙어 현재까지 11개 도·시·군의회에서 채택했다. 송도자 대표는 8월말부터 나머지 시·군의회에서도 결의문을 채택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송도자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인연은 언제부터 맺어졌는지?
"1990년대에 정부에서 '위안부' 피해자 등록센터를 설치하고 신고를 받았다. 당시 정신대연구소에서 할머니들을 찾아 증언을 채록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채록 작업을 하면서 할머니들을 만났다. 그때 할머니들을 만나 알게 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 모임에는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후원회원을 포함해서 150여 명 정도다. 정기적으로 후원하시는 회원은 많지 않다. '다가가기' 행사를 해오고 있는데, 실무자 임금도 챙겨주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회원들이 있어 모임을 꾸려 나가고 있고, 그분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 이번에 행사를 치르면서 힘들지 않았는지?
"아무래도 날씨 탓에 관객들이 적게 와서 속이 상했다. 그나마, 추모제를 할 때는 더웠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참여가 많았다. 준비 과정에서도 날씨 때문에 어려웠다."

- 통영·거제라는 작은 도시에서 행사를 여는 것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번에 성금이 들어오면 행사 비용으로 쓰고 남겨서 할머니를 돕는 기금으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통영시에서 행사비 일부를 지원받았고 후원금을 받았는데, 행사비용으로 쓰고 나니 남는 기금이 없다. 올해가 한일강제병합 100년이라는데, 행사 후원도 줄고 시 지원금도 지난해보다 1원도 증액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힘들다."

- 할머니를 돕는 기금 마련이 목적이었는데?
"할머니들은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안정자금을 생활비에 쓰고 있다. 그런데,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금이 필요하다. 모임에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눈을 감기 전에 명예회복을 해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해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그러다보니 상실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시간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절박하다. 점점 힘이 모여야 함에도 관심은 적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할머니들이 눈을 감기 전에 명예회복을 해드려야 하는데..."

- 통영·거제지역에는 두 할머니가 생존해 계신 것으로 아는데 건강은?
"올해 88세와 93세 할머니가 살아계신다. 한 할머니는 기력도 떨어지고 치매 증세도 있고, 요양원에서 생활하신다. 다른 할머니는 걷기도 하지만 혼자 사신다. 두 분 다 가족이 없다. 통영·거제지역 거주 할머니는 전국 최고령이다. 그 할머니들은 일찍 '위안부'로 끌려가셨는데, 7년간 그 생활을 하신 분도 있었다."

- 모임에서는 두 할머니를 위해 주로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방문 활동이다. 할머니들을 찾아가서 필요한 게 있는지 살펴보고 지원해 준다. 할머니들이 한 해 4~5회 정도 나들이를 가시는데, 도와 드린다. 말벗이 되어 드리기도 한다. 힘들지는 않은데 시간을 내야 한다."

지난 5일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추모제'에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송도자 대표와 나란히 서서 인사를 했다.
 지난 5일 통영 강구안문화마당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추모제'에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해 송도자 대표와 나란히 서서 인사를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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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할머니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외로워하시는) 할머니들을 자주 찾아가서 말벗이 되어 드리고 있다. 할머니들은 외로우면 치매가 온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정기적으로 찾아뵐 회원들이 필요하다. 할머니들의 식사와 간식거리도 챙겨드린다. 올해 들어 통영여고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할머니들을 찾고 있다."

- 이번 행사 때 여고생들이 나와 자원봉사를 하던데?
"올해 초 통영여고와 충렬여고에서 연락이 왔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 모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연락해 왔더라. 이번 행사를 할 때 여고생들이 모금함을 들고 동네를 다니며 모금활동도 벌였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했다. 이번 행사를 치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할머니들이 외로워하시는데 누구보다 여학생들의 방문이 고맙다. 할머니한테도 도움이 되지만, 여고생들도 자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 본다."

-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우리 정부나 일본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다. 우리 정부는 생활안정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생활보호대상자 지원도 한다. 할머니들은 의료보호1종 혜택을 받고 있으며, 간병비를 지원받고 있다."

- 지방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결의안 채택이 계속되다가 최근 뜸한 거 같은데?
"현재까지 경남지역 11곳(옛 마산시의회, 창원시의회 포함) 광역·기초의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했다. 지방선거가 끼어 있어 하지 못했는데, 8월말부터 아직 채택하지 않은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청원운동을 벌일 것이다. 지난해 말 통영시의회와 거제시의회, 경남도의회에서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시민들의 서명운동이 많은 힘이 되었다. 아직 경남지역에서 결의문을 채택하지 않은 시·군의회도 빠른 시일 안에 의지를 보이길 기대한다."

- 결의문을 채택했던 지방의회는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대부분의 결의문을 보면, 역사정의 회복과 교육에 앞장설 것을 결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다. 생존해 있는 할머니들이 불과 2~3년 안에 다 돌아가실 수 있다고 보면, 시간이 정말 없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절반 정도가 경상도 출신이다. 대구도 많지만, 경남지역도 많다. '위안부' 역사관 건립이 필요하다. 지방의회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 추모 사업도 필요할 것 같은데?
"추모비라도 먼저 세워야 할 것이다. 역사관 건립은 경남도 등 자치단체 차원으로 추진되었으면 한다. 별도로 추모비를 곳곳에 세웠으면 한다. 통영과 거제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추모비 건립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른 지역에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고 없고를 떠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기 위해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억하고 교육해야 하기에 추모비 건립이 필요하다."

- '위안부' 피해자로 신고(등록)하지 않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다고 보는지?
"전국적으로 보면 많이 있다. 통영거제지역에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안다. 몇 번 제보도 접했지만, 본인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거나 몰라서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만 해도 몇 분들이 계신 것으로 아는데,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 주변에서는 어디에 누가 살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그분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연세가 워낙 많다보니 걱정이 앞선다. 실태조사를 다시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신고도 다시 받아야 할 것이다."

-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일대기를 정리하는 작업은 이루어지고 있는지?
"해방 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나. 그런데도 아직 '위안부' 할머니 피해 실태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남지역부터라도 피해 실태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영상으로 담아 놓는 작업이 중요한데, 제작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서 하다가 중단된 상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뿐만 아니라 동년배 어르신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놓아야 한다. 앞으로 역사관이 만들어지면 그 안에 담을 자료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이 부족하다."


태그:#일본군위안부, #위안부피해할머니,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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