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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좋은 세상이 됐는데 엄마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픈곳이 더 생긴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안쓰럽습니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됐는데 엄마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픈곳이 더 생긴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안쓰럽습니다. ⓒ 윤태

올해 고희(70세)가 되신 엄마. 완전 백발이시지만 염색을 하셨습니다. 시골에서 워낙 고생을 많이 하셔서 연세는 70이지만 사진에서처럼 실제 보이는 모습은 80세 이상입니다. 시골 어른신들 대부분 이런 상황입니다.

지금도 그 고생은 'ing'입니다. 논농사, 밭농사, 소농사 등 농사는 끝이 없으니까요. 아버지는 빨리 빨리 일 안 한다고 타박하시고 엄마는 농사 이제 징그럽다 하시며, 더 이상 가르칠 얘들도 없으니 남 줘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말씀은 10년 전부터 하고 계십니다.

엄마가 초등학교 입학할 시기에 한국전쟁이 터지기도 했지만 여자가 공부해서 무엇하랴 라는 외할아버지의 마인드에 따라 초등학교 문턱에도 못 가 보시고 어깨너머로 글을 깨우치시기도 했습니다.

이러첨 배우지 못한 것도 한스러운데 엄마는 몸까지 무척 허약하십니다. 워낙 약하고 편찮으신 데가 많아 감기약 같은 가벼운 약을 드시거나 주사 바늘 한 번 꽂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큰어머니, 숙모 할 것 없이 친인척들은 엄마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생각이나 짐작이 앞셨고 엄마도 "막내 국민학교 졸업때까지는 살아야 한다"고 늘 작은 바람을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막내 고등학교 때까지는..." 하시며 그 소박한 꿈이 점점 더 커지시더니  급기야 "막내 군인가는 거나 봤으면..." 하고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셨습니다. 그런데 막내 제대한 지가 벌써 10년 정도 지났습니다.

요즘은 6살 된 손자 "장가 갈 때까지 살 수 있으려나?" 하십니다. 손자 장가가는 거 보시려면 빨라도 앞으로 20년은 사셔야 하는데 말이죠. 워낙 이곳저곳 편찮은 데가 많으셔서 삶의 질도 상당히 떨어졌지만 그래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시는데 문제가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고된 농촌의 삶을 저녁 일일연속극으로 버티고 계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도 어김없이 그것을 보고 계시니까요. 바로 그 재미니까요. 이번 휴가 때 가족들이 둘러모여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엄마께서 막내더러 휴대폰 TV를 켜 달라 하시더니 DMB를 통해 일일연속극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쭈글쭈글한 엄마의 얼굴과 최첨단 IT와의 만남이 제가 보기에도 좀 매치가 안 되는 상황이었고 엄마도 이런 생활이 익숙칠 않았는지 멋쩍은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엄마가 살고 계시는 세상은 이렇게 좋은 세상입니다. 1년, 2년 지나면 더 좋은 세상, 편리한 세상이 오겠지요. 반면 엄마를 기다리는 세상을 생각해보면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이런 세상을 오래전부터 누리시던가 아니면 앞으로 몇 십 년 후에 이런 세상이 오던가 했었더라면 차라리 이렇게 마음이 뭉클하진 않았을텐데 말이죠. 휴대폰 TV를 보고 계시는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서글퍼지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언젠가는 이 사진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언젠가는 이 사진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요. ⓒ 윤태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함께 올립니다



#휴대폰 TV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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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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