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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래시장의 장터국밥은 값도 착한데다 인심도 후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별 부담이 없는 곳이다.
 재래시장의 장터국밥은 값도 착한데다 인심도 후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별 부담이 없는 곳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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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 먹읍시다. 끝내주는 데 있는데..."

6일 점심 무렵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수 서시장에 국밥을 끝내주게 하는 집이 있다며. '날도 더운데 무슨 국밥, 시원한 콩물국수가 났지 않을까?' 내심 투덜대면서도 모처럼의 호의를 뿌리칠 수 없어 그러마고 했다.

한여름 오후의 아스팔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횡단보도를 건너 여수 서교동의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시장 한가운데에는 국밥집이 줄지어 국밥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골목 초입의 금오곱창집이다.

 가게 앞에 놓인 돼지머리가 미소 짓고 있다.
 가게 앞에 놓인 돼지머리가 미소 짓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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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찾아간 여수 서시장 국밥집골목은 한산하기만 하다.
 오후에 찾아간 여수 서시장 국밥집골목은 한산하기만 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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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장터국밥은 값도 착한데다 인심도 후해서 주머니가 가벼워도 별 부담이 없는 곳이다. 그래서 예부터 우리 서민들의 친숙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냥 막걸리나 소주 한 병만 주문해도 안주거리를 내놓곤 한다. 때로는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푸짐한 안주를 내주기도 한다. 이집 아주머니의 인심이 그러했다. 옛날 국밥집이나 선술집의 인심 좋은 주모를 본 듯 반가웠다.

국밥 한 그릇에 5000원, 순대는 1인분에 3000원이다. 손님을 맞이할 테이블은 달랑 3개, 한쪽 벽에 또 하나가 붙어 있다. 가게 구석구석에서는 소탈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에 정감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아주머니는 돼지머리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낸다.
 아주머니는 돼지머리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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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밥은 머리고기와 고추 송송, 다진 양념, 들깻잎과 부추 썰어 넣고 후추로 마무리한다.
 국밥은 머리고기와 고추 송송, 다진 양념, 들깻잎과 부추 썰어 넣고 후추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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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돼지국밥 기본 상차림이다.
 돼지국밥 기본 상차림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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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 탓일까. 곁에 있는 손님들과도 금세 친숙해진다. 주문한 국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이웃한 손님이 '이거 맛 좀 보시라'며 음식을 넌지시 건네준다. 그건 다름 아닌 돼지 울대였다. 물렁뼈의 식감이 좋아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부위다.

가게 앞에는 돼지머리가 진열되어 있다. 이 녀석이 글쎄 희죽거리며 웃고 있는 표정이다. 아주머니는 돼지머리고기를 솜씨 좋게 썰어낸다. 프라이팬에는 국밥이 맛있게 끓고 있다. 돼지 뼈를 고아 낸 육수와 숙주나물이다. 머리고기를 넣고 고추 송송, 다진 양념 풀어 넣는다. 들깻잎과 부추도 썰어 넣고 후추로 마무리한다.

 양도 넉넉한데다 맛까지 제대로 담겨있어 별 나무랄 데가 없다.
 양도 넉넉한데다 맛까지 제대로 담겨있어 별 나무랄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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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은 맑고 깨끗하다. 첫맛과 끝 맛이 한결같다. '이게 돼지국밥이야' 할 정도로 그 느낌이 별다르다. 국물 한술만 떠먹고서도 고급스런 풍미에 푹 빠져든다. 밥은 조밥이다. 양도 넉넉한데다 맛까지 제대로 담겨있어 별 나무랄 데가 없다. 신선한 식재료의 특성과 맛을 잘 살려냈다.

"돼지머리뼈를 삶아 육수를 내서 기름기가 없어요. 고기는 하루 팔 양만 삶아요, 다 떨어지면 그냥 문 닫아요."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술안주까지 덤으로 챙겨준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는 술안주까지 덤으로 챙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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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는 차림표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 없는 차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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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박나박 썬 무와 함께 담은 좀 색다른 배추김치는 이집의 인기 있는 찬이다. 시원한 느낌이 좋다.

"무시(무)에서 시원한 맛이 나와서 김치가 시원하니 좋아요."

복더위에 땀 뻘뻘 흘리며 먹는 이집 국밥 한 그릇이면 이 더위도 무색해질 터. 그릇을 비워갈수록 스며드는 행복감이 좋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밥#서시장#돼지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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