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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충북시민모임'(이하 충북시민모임)이 3일 교육과정 파행과 시험감독 부정 등으로 논란을 빚어온 충북교육청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현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2009년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평가 결과 순위표 문건을 수사해줄 것을 검찰에 요청했다. 아울러 이 문건을 만든 교육청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해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많은 학교들이 교육과정은 신경 쓰지 않고 일제고사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보충수업을 늘리고 일제고사 대비시험을 보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이런 학교들의 행태를 그대로 방치한 교육청의 태도는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교육감 또한 교육과정 파행을 조장했기 때문에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것. 또 교육청은 법에서 위임받은 권한에 따라 학교가 정상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장려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풀이 수업이 일어나도록 했기 때문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추가되었다.

 

충북시민모임, 도내 순위표 작성 관련 교육청 고발

 

충북시민모임이 교육청을 검찰에 고발한 이유는 <한겨레>에 지난 5월 29일 보도된 한 문건 때문이다. 이 문건에는 괴산증평교육청 관내 19개 학교의 교과별 평균, 전체 평균, 관내 순위, 도내 순위가 적혀 있었다. 당시 충북시민모임은 도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작성자를 찾아서 징계하라"고 민원을 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절대 모르는 일"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사실 지난해부터 교장실에 순위표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지만, 이렇듯 실제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순위표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교육청에서 이런 일이나 하고 있느냐"고 분개하면서, "괴산증평교육청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한 이유는 도교육청이 아니면 도내 순위를 알 수 없기 때문. 임실 조작 사건 이후 교과부는 일제고사 평가관리를 수능수준으로 강화해 단위학교채점을 금지했다. 그리곤 시도교육청에서 모든 학교의 OMR을 수거해 단체로 채점을 하도록 지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충북시민모임을 최근 불거진 시험감독 부정 사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천을 비롯해 충북 도내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시험감독 부정 사태는 2009년부터 시작된 일제고사가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경쟁을 유발시켜 일어난 필연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경쟁유발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전교조에서 발표한 충북 괴산 사례를 들어보자.

 

충북 괴산에 있는 A학교는 '에듀코어'란 이름의 예산을 받았다. 이후 6학년 중 보통 이상의 아동은 담임이 주당 15시간의 보충수업을, 부진아동은 1~5학년 담임 중 4명이 2명씩 맡아 주당 10시간씩 보충수업을 시켰다고 한다. 엎친 데 덮쳐 2010학년도 학업성취도평가가 당겨지면서 5학년마저 2009년 겨울방학의 반을 반납했다고. 이렇게 6학년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서, 저학년 아이들의 귀가시간도 함께 늦어지게 되고, 아이들의 건강도 안 좋아졌다고 한다.

 

교과부는 그동안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는 목적은 학교나 학생을 서열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학습부진 학생이나 학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해왔다. 성적표 양식도 점수가 아니라 기초미달, 기초학력, 보통이상 3단계로 발표해왔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점수로 줄을 세운 문건이 돌아다니며 교장, 교감을 압박하고 학생들에게 문제풀이 수업이나 시키도록 강요해 온 것이다.

 

알맹이 빠진 충북교육청의 부정사례 관련 정례브리핑

 

 

충북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한 날 같은 시각, 충북교육청은 정례브리핑에서 "일제고사 시험감독 부정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더 이상 조사하지 않고 이제 화해와 소통을 추진하자"고 발표했다. 이어 ▲ 학업성취도평가 개선방안 건의 ▲ 다양한 맞춤형 학습을 통한 공교육 강화 ▲ 공정한 평가를 위한 감독교사 연수 ▲ 학부모 참여를 권장하는 학교 단위 평가위원회 구성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26일에는 "7월말까지 전교조가 제기한 일제고사 부정사례 의혹에 대해 제보자와 학교를 밝히지 않으면 고발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화해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교육청의 브리핑을 전해들은 충북시민모임은 "도교육청의 발표를 보면 마치 시험부정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을 덮어두고 전교조와 화해만 하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은 그간 계속 나왔지만 다인수학급에서 불가능한 맞춤형 학습이고, 처음에 예상한 것처럼 학부모를 참여시키는 등 감독 강화 수준으로 덮으려는 듯이 보인다"고 평가절하 했다.  

 

이들은 이어 "교과부는 그간 교육과정파행을 걱정하고 작년부터 교육과정 파행 금지 공문을 내려 보냈다, 그런데도 시험감독 부정 사태까지 오게 만든 것은 교육청이 앞장서 점수 올리기 정책에 올인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기용 교육감은 선거 때나 당선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일제고사정책에 찬성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교과부에 무슨 대안을 건의한다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시민모임은 마지막으로 "교육청들이 불법적인 학교순위표를 만들었거나 묵인하여 교육파행을 조장하고 충북교육에 암운을 드리운 것은 명백하므로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저도 시험지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기위한 시민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충북시민모임은 다양한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이 모여 충북의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충북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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