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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 재보선이 여당인 한나라당의 승리로 끝났다. 그것도 일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압승'이라고 한다. 불과 50여 일 전인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이 처참하게 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에 대한 비판기사가 연일 정치면을 가득 채우고 난리가 났다.

 

민주당의 패배 중 가장 큰 원인으로 오만함에 대한 지적이 가장 많다. 특히 민주당의 오만함 중에도 가장 큰 오만함으로 이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민주당의 이중성은 광주에서 극치를 보였다.

 

민주당은 서울 은평을에서는 민주노동당 및 야권과 손을 맞잡고 '반MB연대'를 외쳤지만 자신의 텃밭인 광주남구에서 민주노동당이 선전하자 비겁한 색깔론을 들이댔다. "한나라당 2중대"라는 주장에서부터 "민주노동당은 지금 야권연대를 운운하지만 지금까지 대선에서 한 번도 야권 후보 단일화에 동의한 적이 없는 정당"이라는 무례한 주장까지 쏟아내며 민노당 오병윤 후보를 맹공격한 것이다. 그것도 당의 지도부가 일제히 광주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까지 말이다.

 

텃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한나라당을 상대로 야권연대를 하자면서 정작 '자신들의 텃밭은 내 줄 수 없다'는 이중성을 보인 것이다. 왜 광주에서 반민주당 정서가 강하게 일어났는지 그에 대한 반성이나 고민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안일한 생각과 호남은 영원히 민주당을 '미워도 다시 한 번' 찍어줄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과 다른 제3당, 4당에는 그 어떤 양보를 하지 않으려했던 욕심.

 

그래서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외면했다. 오직 민주당으로의 후보단일화만이 정답이고 타당 후보에겐 전혀 양보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을에서조차 선거일을 불과 이틀 남기고 후보단일화를 했다. 상대적으로 너무 현격한 격차가 벌어지자 마지 못해 단일화에 응해 먼저 선점한 덕에 장상 후보로 단일화는 성공했지만 민심은 이미 떠난 후였다.

 

이제 민주당은 뼈를 깍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에 내몰렸다.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들겠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호남인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민주당이 새로운 변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변화 시킬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서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언제까지 민주당이 '반한나라당' 구호만 국민들에게 외칠 것인가. 제1야당답게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대한 반대급부로 얻어진 야당의 '무임승차에 의한 승리'를 민주당이 잘해서 국민이 지지해준 것이라는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대중이 만족할 수 없는 후보를, 단지 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야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을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또한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분노에 걸맞은 신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뼈져리게 인식해야만 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의식은 '국민들은 다 아는 데 정작 야당(특히 민주당)은 모르는 것 같다'는 감정이 표출된 것이다.


#7.28재보선#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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