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9일 건설사측의 기습으로 잘려나간 성미산의 나무
 29일 건설사측의 기습으로 잘려나간 성미산의 나무
ⓒ 성미산대책위

관련사진보기











다들 잠들었을 29일 오전 5시 20분, 성미산지킴이 텐트를 지키고 있던 이들에게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들렸다.



놀란 나머지 텐트 밖으로 달려 나간 이들이 마주한 것은 쌍용건설 직원과 삼은개발 인부들이었다. 이쪽은 네 명이지만 상대는 열 명이었다. 성미산대책위는 학교법인 홍익학원과 건설사들의 기습 벌목에 대비해 산비탈에 텐트를 치고 성미산을 지켜왔었다.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려는 인부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엉겨 붙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현장 인부는 전기톱으로 계속 나무를 잘랐고, 텐트 위로도 나무가 넘어졌으며, 넘어지는 나무에 머리를 다친 사람도 있었다.



새벽에 텐트 부수고 벌목



이날 몸싸움으로 허리와 어깨를 다친 A씨는 "현장 인부는 전기톱을 계속 켜두고 접근을 막으려 위협했다"며 "아침에 다친 사람들이 병원에 갔지만 아침 일찍이라 의사가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했다"며 새벽의 기억을 묵묵히 되살렸다.



치고 막고 밀치는 사이 잘려나간 나무는 5그루. 다행히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고, 이날 아침의 악몽은 그것으로 끝이 나는 줄 알았다.


 
29일 오전 10시경, 홍익재단 교직원들이 성미산지킴이 텐트를 파괴하고 있다.
 29일 오전 10시경, 홍익재단 교직원들이 성미산지킴이 텐트를 파괴하고 있다.
ⓒ 성미산대책위

관련사진보기





현장 인부들이 떠난 자리에 성미산대책위 주민들이 모여 텐트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오전 10시가 지날 무렵, 텐트에 홍익학원 교직원과 현장 인부들이 찾아왔다. 현장에 있던 B씨는 "그들이 새벽의 일을 사과하러 온줄 알았다, 하지만 저의 가슴을 밀치며 텐트를 찢고 부수기 시작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홍익학원 교직원들은 막무가내로 텐트를 부쉈고, 현장 인부들의 무자비한 벌목은 시작됐다. 다시 사람들이 엉겨 붙으면서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졌다. 일터로 떠난 남성을 대신해 여성들 위주이던 성미산대책위가 할 수 있는 건 '애원'밖에 없었다. '제발 그만 하라'는 그들의 절규에 들려온 것은 두 동강이 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뿐이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제발 한번만 봐달라고 애원했어요. 제발 평지에 학교를 지어달라고 땅을 굴렀어요. 그래도 인부들은 옆에서 태연히 나무를 잘랐습니다.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홍익학원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교육재단이잖아요. 주식회사 아니잖아요?"



학교법인 홍익학원은 성미산의 일부를 깎아 학교 건물을 지어 홍익초중고를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성미산대책위가 홍익학원의 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이유는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숲을 훼손하고 공사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 아이들의 통학 안전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성미산 인근의 주민들은 성미산의 생태를 보전하기 위해 산비탈에 텐트를 치고 건설사들과 대치하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홍익재단 홍익초중고 건설현장 앞에서 문치웅 성미산대책위원장이 두 차례 기습 벌목을 한 홍익재단과 건설사들을 규탄하고 있다.
 29일 오전 11시 홍익재단 홍익초중고 건설현장 앞에서 문치웅 성미산대책위원장이 두 차례 기습 벌목을 한 홍익재단과 건설사들을 규탄하고 있다.
ⓒ 강민수

관련사진보기








'밤길 조심하라' 협박까지



성미산지키기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성미산 앞 홍익초중고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벌어진 기습 벌목을 규탄했다.



홍익대 교직원들과 대치했던 한 주민은 "성미산은 주변의 어린이집, 초등학교, 대안학교에서 생태학습현장으로 이용하며 아이들은 나무를 심고 자기 나무의 생태일지를 쓴다"며 "우리는 그런 나무들을 지키고 싶었다. 저희들이 무슨 욕심이 있어서 그렇게 하겠는가"라며 오열했다.



문치웅 성미산대책위 위원장은 "벌목을 마친 홍익학원 직원들은 성미산을 유유히 떠나며 '만세'를 외치기까지 했다"며 "동영상을 촬영하는 주민에게 카메라를 뺏으려고 위협했고, 한 주민에게는 '밤길 조심하라'고 욕설을 퍼부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문 위원장은 "오늘 벌어진 야만적인 행동은 홍익학원이 교육재단인지 의심스럽게 한다"며 "쌍용건설과 삼은개발 측의 행태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해 폭력적 행위에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성미산지키기, #벌목, #홍익학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