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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포기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는 '백수'는 실업자일까?

'취업을 포기하고'라는 질문 속 가정에 직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니 이 질문에 대한 상식적인 답은 '그렇다'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렇게 답하는 사람은 사실 경제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다. 한국은 실업자를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노동의사가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되려면 우선 15세 이상이어야 하고,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며, 돈을 못 벌면서 적어도 한 달 정도 일자리를 찾아 헤맨 사람이어야 한다.

2010년 2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위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4.9%. 이 수치를 진짜 실업률로 믿는 사람도 상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통계를 조합해서 계산한 '사실상 실업자'는 공식 실업률의 3배가 넘는 18.7%에 달한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사람 중 한 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이런 숨겨진 경제 상식들은 언론 매체에서 잘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 상식을 익히면서 요즘 한국의 경제 동향도 챙겨보고 싶다면 최근 나온 책 중에서는 최진기경제연구소의 최진기 대표가 쓴 <경제상식 충전소>가 적당하다.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경제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살면서 꼭 알아야 하는 경제 상식들을 유기적으로 묶어 쉽게 다루고 있다. 비타에듀 사회탐구 영역 1위의 스타강사인 최 대표는 KBS 인터넷 방송에서 '최진기의 생존경제'를 진행하며 어려운 경제현상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에서는 '최진기쌤의 알기 쉬운 경제학' 온라인 강의를 맡았다.

MB물가지수가 망한 이유는?

<경제상식 충전소>
 <경제상식 충전소>
ⓒ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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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식 충전소>는 금융, 경제지표, 증권, 부동산, 경제정책, 국제경제의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경제 상식과 함께 미소금융, MB물가지수, 인버스 ETF, 보금자리아파트, 금산분리, 녹색경제 등 최근 이슈가 된 경제 키워드들을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다.

2008년 초,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물가관리를 강조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물가지수를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52개 주요 생필품 소비자물가 동향'으로, 일명 'MB물가지수'라고 불렸다. 최 대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물가지수 중에는 '일반 소비자물가지수'라는, MB물가지수와 성격이 거의 유사한 통계가 이미 있었다"며 "왜 굳이 새로 만드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지적한다.

MB물가지수는 기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올라가는 등 '핵심 생필품의 물가 관리'라는 애초 의도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최 대표는 "물가관리를 위해 새로 만든 지수가 어떻게 기존의 소비자물가지수보다 더 올라버렸는지는 경제를 알면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먼저 52개 MB물가지수를 보면 농축수산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여기에 휘발유, 경유, LPG, 등유 등의 연료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2008년에는 환율과 기름값이 급격히 상승했는데 농축수산물은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다. 당시 MB정부는 고환율정책을 쓰다가 환율이 너무 오르자 곤란한 상황이 되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에 따라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도 엄청나게 오를 게 당연했던 것이다. 사실 경제를 조금만 더 잘 이해했더라면 이런 물가지수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작은 경제 상식들을 엮어 경제적 물음에 응용할 수 있는 요령을 구체적으로 일러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가격에 정말 거품이 있는지 분석하는 내용이 그 좋은 예다. 최 대표는 "누구나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실감한다"며 "국내 아파트 가격이 적절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대표가 첫 번째로 제시하는 방법은 국민 소득에 비해 지금의 집값이 적절한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집값을 해당 국가의 1인당 GDP로 나눈 것을 PIR(Price to Income Ratio)라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 PIR이 6.26인 반면 미국은 3.55, 일본은 3.72에 불과하다. PIR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집값이 2배 정도 비싼 셈이다.

서울만 놓고 본다면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PIR은 무려 12.64까지 올라간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의 평균적인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도 PIR이 7.22이며, 샌프란시스코는 9.09이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소득 대비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에 속한다.

아파트 가격이 적절한지 보기 위해 최 대표가 두 번째로 확인한 지표는 전세가격 대비 매매가격비율지표다. 이 지표는 말 그대로 해당 주택의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고, 전세가격은 사용가치를 반영하므로 두 가격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그 아파트에는 투기적 수요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논리다.

최 대표는 "서울의 경우, 주택가격에 거품이 없던 2001년에는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의 160% 정도였는데 2005년 들어 서울의 매매가격은 전세가격의 209%까지 올랐고, 강남 지역은 235%까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강남에 그만큼 투기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아파트 구입을 위해 대부분 대출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착안한 분석 방법이다. 최 대표는 "소득에 비해 이미 많은 대출을 받았다면 더 이상의 대출(을 하기)도, 더 이상 집을 사기도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2008년에 우리나라 가계가 연간 100만 원을 벌어들였다고 가정하면, 빚은 140만 원씩 졌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었음에도 같은 시기 금융부채비율이 128%로 우리나라보다 낮지요. 우리나라 가계는 대출을 받을 만한 여력이 그만큼 적습니다."

또한 최 대표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런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알면서도 주거의 편의성과 투자가치 때문에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원가를 공개한다고 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출산과 국민연금 고갈이 합쳐지면?

<경제상식 충전소>에서는 이밖에 한·미 FTA와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최근 EU의 몇몇 국가들이 겪었던 국가부도 위기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가까운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 대표는 최근 한국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에 의한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해 경제적으로 접근하며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최 대표는 "고령사회가 오면 경제적으로 가장 두드러질 변화는 저성장"이라며 "저출산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진행된다면 한국의 부양부담비율은 전 세계 최고치로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의 저출산 추세와 국민연금 고갈이 겹치는 2050년경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현재 추세라면 2043년을 기점으로 국민연금은 급속하게 고갈되며 2060년이 되면 연금기금 자체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2050년의 대한민국 사회는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버는 수입의 거의 절반을 노인 부양에 써야 하는 침체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상식 충전소

최진기 지음, 한빛비즈(2010)


태그:#최진기, #경제상식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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