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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민주당 장상(70) 후보와 국민참여당 천호선(47) 후보가 후보단일화에 성공하면서 7·28 재보선 결승전의 막이 올랐다.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는 서울 은평을에서는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와 장상 단일후보가 1위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창조한국당 공성경(39), 사회당 금민(47), 통일당 안웅현(54) 후보가 표밭을 누비고 있지만, '양강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표를 이틀 남겨 놓고 극적으로 타결된 후보단일화로 인해 은평을의 판세는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26일 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장 후보를 비롯한 군소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야권 단일후보 카드가 다시 등장하면서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나라당의 타들어가는 속내는 후보단일화 직후 나온 대변인 논평에서 잘 드러난다. 조해진 대변인은 야권의 후보단일화에 대해 "유권자를 주머니 속 공깃돌로 생각한다", "줄세우기", "(야당 후보들은) 장마당 꼴뚜기", "선거를 야바위판으로 만든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은평구민을 우롱하는 단일화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독설에 가까운 표현들 속에서, 역설적으로 한나라당의 긴장감이 묻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우상호 대변인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와 장 후보의 맞대결 구도에서 박빙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야당의 '숨은 표'를 감안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는 했지만, 선거일까지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선거일과 휴가철이 겹친 것도 문제다. 가뜩이나 재보선 투표율이 낮은데다, 후보단일화 과정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고 일찌감치 휴가를 떠났을 수도 있다. 우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재보선 투표율이 낮은 점과 후보단일화가 늦었다는 점이 두 가지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야당은 남은 하루를 '총력집중의 날'로 잡고, 은평을에 전력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7일 오전 7시 연신내역 출근 인사로 시작해 밤 10시 불광역 주변 거리인사로 전체 유세 일정을 마무리 짓는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대표와 후보들도 공동 유세에 나서 힘을 보탠다.

 

한나라당 3곳? 민주당 4곳?... "예전에는 윤곽이라도 나왔지만..." 

 

여야 모두 불안하게 생각하는 '단일화 효과'가 나머지 7곳 선거구에 미칠 영향도 투표함을 열어 보기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서울발(發) 단일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여당은 애초의 선거 전략, 지역구별 '각개전투'로 승전보를 울릴 곳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중이다.

 

현재 은평을을 포함한 8곳의 판세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야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면, 한나라당은 2~3곳, 민주당은 4곳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MB맨'들이 출격한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의 윤진식(64) 후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접경지역인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의 한기호(57) 후보도 선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민주당은 송영길 시장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의 김희갑(47) 후보와 강원 원주의 박우순(59) 후보, 태백·영월·평창·정선의 최종원(60) 후보, 광주 남구의 장병완(58) 후보를 당선권으로 본다. 다만, 광주 남구에서 민주노동당 오병윤(53)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찮아 민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나머지 1곳인 충남 천안을의 한나라당 김호연(55), 민주당 박완주(43), 자유선진당 박중현(42)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접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섣부른 예측은 금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과거에는 지금쯤 당락 윤곽, 큰 그림이 그려졌지만 지금은 섣불리 단정하기 굉장히 어렵다"(조해진 대변인)고 말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도 "결과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6·2 지방선거 반성도 안끝났는데... 사찰, 성희롱, 막말? 

 

하지만 정치권은 전체 선거판이 한나라당에 불리하다는 점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터진 대형 악재가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안팎의 면모를 바꾸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다. '청와대 돌쇠'로 불리는 안상수 의원이 당 대표 자리를 꿰차면서, 당이 또 한 번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쇄신파가 자신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비판도 크다.

 

여기에 민간인 사찰, 여당 중진의원 사찰, 성희롱 발언 등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헛발질이 줄줄이 이어졌다. 급기야 26일에는 MB 정권의 최장수 장관 중 한 사람인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민주당 찍은 젊은이들은 어버이 수령 밑으로 가라"는 등 막말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도 여당이 참패한다면, 야당의 최대 공신은 이인규, 강용석, 유명환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2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줄을 서는 동안, 여야는 피 말리는 14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정께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면, 한쪽은 웃고 한쪽은 울게 된다.


태그:#7.28 재보선, #한나라당, #민주당, #은평을, #후보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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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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