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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인 먹을거리와 극도의 소통통제로 인하여 결국 고공액션 4일째인 어제 오전, 최수영 사무처장이 설사를 동반한 복통을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오후에 부인과 두 아들이 현장을 찾아왔으나 최 사무처장의 부인은 함안 쪽에서 고성과 수신호를 통하여 연락을 취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아들이 '엄마! 아빠 있는 데까지 다리 놓으면 안 돼?'라고 물었다."

 

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함안보(18공구) 타워크레인(전체 높이 40m)에서 최수영(40)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과 이환문(42)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이 '4대강사업 중단'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5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국민연대가 휴대전화 배터리 지원을 차단하고 있는 창녕경찰서를 규탄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두 활동가는 지난 22일 오전 5시경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다. 이들은 태양열을 이용한 휴대전화 충전기를 갖고 가다 물속에 떨어뜨렸다. 민주당 최철국 의원(김해을)은 지난 23일 창녕경찰서장과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를 만나 물과 식량, 휴대전화 배터리 공급을 하기로 했다. 그뒤 물은 한 차례 공급되었지만 휴대전화 배터리는 공급이 거부되었다.

 

활동가들이 25일 두 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휴대전화를 통한 소통은 끊겼다.

 

25일 오전 8시 46분 : 배터리 없음. 마지막 연락. 어젯밤 천둥번개 별일 없음. 더 이상 연락불가. 대책 부탁. 당분간 연락 안 돼도 걱정 마시고 모두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25일 오전 11시 42분 : 최(수영 사무처장)가 속이 좀 안 좋음. 설사해. 진정되기를 기다리는 중.

 

낙동강국민연대는 함안보 공사장 출입문 건너편 공터에 컨테이너와 천막을 설치해 놓고, 철야로 지키며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타워크레인과 전망대(홍보관, 창녕쪽)까지 거리는 700m이며, 건너편 함안쪽 강둑에서 거리는 200m 정도다. 낙동강국민연대는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두 활동가의 상황을 살펴보기도 한다.

 

26일 오전 두 활동가는 크레인 운전석 앞에 피켓을 하나 내걸었다. 피켓에는 "현장소식. 4대강 공사 중단. 들어라 민심. 타워크레인 고공농성 5일째"라고 적혀 있었다.

 

환경연합 관계자는 "23일 밤에 천둥번개가 쳤는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활동가들이 걱정되었다. 당시 경찰은 낙뢰 위험성을 제기하며 활동가들에게 내려오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면서 "25일에는 가족들이 왔지만 제대로 소통하지도 못하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낙동강국민연대 "밥은 묵었나?"

 

낙동강국민연대는 26일 오전 함안보 홍보관 전망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활동가의 안전 보장 등을 촉구했다. 4대강사업저지및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 박창균-이경희 공동대표와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인 자흥 스님, 박민웅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 의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타워크레인을 향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마이크를 잡고 "이환문, 최수영 괜찮나"와 "밥은 묵었나"를 외쳤다. 환경연합 관계자가 망원경을 통해 이들의 상황을 살폈는데, 활동가들은 밥을 먹지 못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임희자 사무국장은 "두 사람은 올라갈 때 물과 식량을 조금밖에 가져가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식사도 못했다고 한다. 어제는 아이들이 왔는데 아빠와 소통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생명이 위태롭다. 경찰은 물과 식량, 배터리 공급을 약속해 놓고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낙동강국민연대는 회견문을 통해 "철탑 아래에는 강물이 있고 철근들이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아 있다. 경찰에서 강제진압작전조차 고려할 수 없는 철저히 고립된 곳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오로지 자신들만 활동가와 접촉하겠다며 기자들의 취재도 거부하고 있다. 이에 농성 중인 활동가들은 배터리 공급을 요구하며 창녕경찰서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활동가들의 안전 보장을 위해 현재 농성 현장 관리를 창녕경찰서가 아닌 경남지방경찰청이 할 것"과 "수자원공사와 경찰측은 활동가들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의사의 건강검진을 요청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들은 "국회는 국회의원과 한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는 수자원공사와 창녕경찰서에 대해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 구성 및 현장조사 활동을 벌일 것", "정부는 법정 홍수기간 동안 4대강사업 공사를 중단하고 사회적 검증기구를 구성하여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것", "경남도와 도의회는 도의회특위를 구성하고 수질 문제 등 주민 피해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수자원공사와 GS건설은 지난 16~17일 집중호우로 수몰된 가물막이 구조물 안 물을 빼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이외의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양수작업은 많이 진행되었으며, 더 이상 비가 오지 않는다면 3일 안에 다 마칠 것 같다"면서 "물이 빠진 부분에서는 공사를 해도 되는 상황이다. 공사 재개는 양수작업을 다하고 난 뒤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동강국민연대는 26일 오후 경남지방경찰청을 항의 방문하고, 천주교 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함안보 전망대에서 '미사'를 올린다. 또 낙동강국민연대는 매일 저녁 함안보 주변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태그:#낙동강, #4대강정비사업, #함안보, #고공농성, #낙동강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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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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