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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서양화 실기) 실마다 사용되는 경비 12만원과 운영비 10만 원을 걷는데… 우리은행 1580○○561○○ 앞으로 22만 원 송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 D예술고 2학년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A씨는 지난 6월 9일 아침 9시 52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교사와 식사해야 하니 돈 내라", 또 하루만에...

 

A씨가 이 학교에 수업료 말고도 해당 방과후학교 실기실 학습비 등으로 따로 내는 돈은 한해(여름·겨울방학 포함) 240만 원 정도. 사정이 이런데도 학부모단체에서 또 22만 원을 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보니 '기가 막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전인 8일 오후 6시 15분에도 '실기교사와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면서 '2만 원을 갖고 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19일 A씨의 말이다.

 

"방과후학교 실기실 학습비를 세 달에 60만원씩 받는데도 학부모들이 돈을 더 내야 하는 현실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불법찬조금이 없는 줄 알았더니 사립예고인 우리 학교는 그대로다."

 

이 학교 2학년 방과후학교 서양화 실기반 소속 학생은 모두 11명. 6월 한 달 사이에 24만 원을 보낼 것을 요구했으니, 전체 금액으로 따지면 264만 원의 돈을 찬조금으로 모으게 된 셈이다.

 

미술·음악·무용부를 운용하고 있는 이 학교 학생은 모두 750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학기 중 밤 9∼10시까지 실기 수업을 받고 있는 사정을 감안하면 찬조금 액수는 더 커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불법찬조금 관련 지침을 보면 '자생 학부모단체 임원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전화 등으로 금액과 인원을 할당해 모은 돈'은 불법찬조금이다. 더구나 D예고 학부모단체는 이 돈을 학교발전기금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운용한 것으로 드러나 불법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이 학부모단체 총무 B씨는 "22만 원 회비는 대부분 학부모단체 식사비와 학생들 간식비로 쓰려고 미리 모아 놓은 돈"이라면서 "교사와 식사 한 번 한 것도 사실이지만 편의를 위해 1년 동안 쓸 돈을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것인데 이런 것까지 문제를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D예고 교장 "간식·식사 제공 전혀 알지 못했다"

 

최아무개 D예고 교장은 "불법찬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학생들에 대한 간식 제공은 물론 교사들 식사 접대도 극구 피해왔다"면서 "학부모단체가 돈을 모아 학생들과 교사에게 간식과 식사를 제공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D예고에 대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7일 전인 지난 12일 A씨가 이미 '불법찬조금 요구' 문자메시지에 대해 모 장학사에게 통보했는데도 손을 놓고 있던 점에 비춰보면 늦장 대응이란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교육청 중견관리는 "감사관실에서 D예고 불법찬조금 건에 대해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불법찬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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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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