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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 주에서 주 방위군(National Guard)과 주 경찰이 합동으로 뉴욕 주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 불신검문을 실시한 일로 위헌 논란이 일었다.

많은 시민들과 법률가들은 소위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이래 뉴욕 주에 들어오는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그 안에 총기나 마약이 숨겨져 있는지를 전리(電離) 검사기법(ionization swabbing technology)으로 검색한 이러한 조치가 미국헌법상의 압수․수색의 영장주의에 반하고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9.11사태 이후 테러와의 전쟁, 미국본토 방위의 명분으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의 제한이 일상적으로 심화되어서 사실상 계엄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뉴욕 주의 조치가 평시 군 병력에 의한 치안활동을 금지하는 "Posse Comitatus Act"(시민의 동원)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도 가열됐다. 

평시 군 병력의 치안활동 금하는 미국 "Posse Comitatus Act"

"Posse Comitatus(Power of the county)"라는 라틴어를 어원으로 하는 이 법은 미국 남북전쟁 직후에 있었던 10년간의 국토재건을 종료하며 만들어진 연방법률이다.

"누구든지 헌법과 연방 법률이 명백하게 허용하지 않는 한 연방군을 동원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형사 처벌한다."

이에 따라 연방법 10USC§375는 평시 압수․수색절차에 연방군의 병력동원이나 장비제공을 금지하는 구체적 규정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Posse Comitatus Act의 예외가 되는 유일한 법은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으로, 이 법은 반란(폭동)으로 인하여 치안이 마비되는 경우 대통령이 연방군을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2006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이후 자연재해 등으로 발생하는 치안공백의 경우에도 연방군병력 투입을 허용하는 존 워너(John Warner)법이 만들어졌으나 이는 2008년 폐기됐다.

아울러 미군의 군사교리 상 '전쟁 이외의 군사작전'의 여섯 가지 원칙중 하나가 '적법성'(legitimacy)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9.11사태 이후 테러위협으로부터 미국본토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루어 졌던 여러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조치들에 대한 합헌성 논쟁이 지금껏 이어져 왔는데, Posse Comitatus Act의 원칙과 예외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교한 법해석이 가능했다. 해안경비대나 주 방위군은 연방군의 일부로 배속되는 경우가 아니면 이 법의 금지대상이 아니다. 현재 논란이 있는 뉴욕주 방위군의 치안투입은 연방군과 무관하게 주방위군 차원에서 이루어 진 것이어서 영장주의와 같은 다른 헌법조항 위배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Posse Comitatus Act 위반에 해당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육군 청강부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투입된 육군 청강부대.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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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Posse Comitatus Act 논란, 청강부대

현재 4대강 사업의 일부 공사에 투입되고 있는 '청강부대'는 한국판 Posse Comitatus Act 논란을 제공하고 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과 달리 단일 중앙정부체제와 단일 정규군으로서의 국군을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청강부대의 위헌․위법성 판단은 비교적 간명하다.

필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대의민주주의 정치적 공박이나, 현재 4개 법원에서 행정소송으로 다투어 지고 있는 국가재정법, 하천법, 환경정책기본법 등 실정법 위반 논란에 대해 새삼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강과 강주변의 생태계와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보존 필요성, 수려한 절대 보전지구를 지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환경, 문화 전문가의 몫으로 남기고 싶다. 이들 논란은 선거 등을 통한 정치적 책임기제와 사법부의 최종 판단으로 평가되고 정리될 것이다. 그러나 군의 헌법상 소임과 무관한 4대강 사업에 실병력을 동원하는 행위는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논란 이상으로 심각한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르고 강한 군'(正律强軍)을 이루고자 함께 노력하였던 이들 중 한 사람으로서 군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그러한 문제를 지적해 보고자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헌법 제5조는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제74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 국군의 조직과 편성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군조직법은 제1조(목적)에서 "이 법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국군의 조직과 편성의 대강(大綱)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96조는 "행정 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부조직법 제28조는 "국방부장관은 국방에 관련된 군정 및 군령과 그 밖에 군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라고 하고 있다.

정리하면,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 즉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조직․편성되어 있고,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군통수권을 행사하고,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ㆍ감독한다. 국방부와 달리 국군은 정부조직법상의 행정청이 아니며 군통수체계는 일반 행정지휘감독과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2작전사령부와 부산국토관리청 간의 협약을 근거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초 '청강(淸江)'부대를 창설하여 경북 문경시 영순면 현장(낙동강 35공구)에 그 병력과 장비를 함께 투입, 강바닥을 준설하고 준설토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2작전사령부와 부산국토관리청 간의 협약을 근거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초 '청강(淸江)'부대를 창설하여 경북 문경시 영순면 현장(낙동강 35공구)에 그 병력과 장비를 함께 투입, 강바닥을 준설하고 준설토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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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강부대 4대강 투입은 헌법 위배

그렇다면 4대강사업에 군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라는 국군의 의무에 부합하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의 Posse Comitatus Act와 같은 명확한 법률규정이 없으나, 헌법과 법률의 해석상 국군은 '국방의 의무' 수행 이외에는 법률이 명확하게 허용하는 경우가 아니면 동원될 수 없다. 현대전이 모든 국력을 동원하여야 할 총력전임은 자명한 사실이나, 상비군으로서 국군의 '국방의 의무'는 고유하고도 대체 불가능한 것이며 또한 다른 국가기능과 엄별 된다.

헌법 제77조의 계엄, 제76조의 긴급명령의 상황이 아닌, 평시에 진행되고 있는 4대강 공사는 비록 그것이 국가 인프라에 관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방의 의무'와 무관하다. 물론 국군에게도 '전쟁이외의 작전'(MOOTW)으로서의 각종 재해․재난 구조구호활동 등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군 병력 동원이나 행정응원 등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자연재해대책법'과 같은 특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일반법으로서의 '행정절차법'이 정하고 있는 행정응원에 군사응원을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국방부가 행정청 중의 하나이고 군 조직이 일부 행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지만, 헌법이 그 존재성을 부여하고 정부조직법과 별개인 국군조직법에 근거한 국군은 결코 여러 행정청 중의 하나가 아니다.

헌법상 국방을 위해 존재하는 국군이 국방이 아닌 임무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국방에 준하는 성격으로서 국회가 특별법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 한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일반 행정법적인 논리로 이를 확장시킬 수는 없다.

군 병력은 농번기 일손돕기나 각종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활동에도 자주 참여한다. 이러한 봉사활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거나 정상적인 것이 아니지만, 이러한 활동은 제대별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일과시간 중에 병력이 집단적으로 동원되고 장비가 투입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본질적으로 군의 업무와는 무관한, 말 그대로 구성원 각자의 "자발적 봉사이자 사회적 활동"의 집합에 불과하다.

하지만, 4대강 공사 투입을 위한 공병부대의 창설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2작전사령부와 부산국토관리청 간의 협약을 근거로 이명박 정부는 지난 6월초 '청강(淸江)'부대를 창설하여 경북 문경시 영순면 현장(낙동강 35공구)에 그 병력과 장비를 함께 투입, 강바닥을 준설하고 준설토를 실어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준설작업의 전체적 공기 단축을 위해 국군의 병력과 장비가 일정 공구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병부대의 활동은 국방의 의무 수행이 아님은 물론 자발적 봉사활동 또한 아니다. 적법한 행정응원이라 할 수도 없다. 현재 청강부대가 하고 있는 일은 정부조직법 제37조에 의하여 "국토 및 수자원의 보전·이용 및 개발,....., 해안·하천·항만 및 간척, 육운·해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국토해양부의 일이다.

청강부대의 4대강 투입은 국방의 의무 수행이 아님은 물론 자발적 봉사활동 또한 아니다.
 청강부대의 4대강 투입은 국방의 의무 수행이 아님은 물론 자발적 봉사활동 또한 아니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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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국군사에 오점 남기지 말아야

지난 6월 23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군 병력동원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한 스님은 청강부대의 숙영지가 영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하천 둔치에 있어 홍수가 날 경우 수몰될 위험성이 있으니 철수하라는 호소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국책사업에 군이 동참하는 의미에서 국토해양부의 요청을 받아 들였고, 정부예산을 절감하고 공병부대의 기량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하면 제방을 쌓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전혀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순수한 충정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과 결정은 잘못된 것이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다. 국민의 군대는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으로나 국민 정서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들은 천암함 사태 이후 우리 군이 하늘과 바다, 땅 어느 곳에서건 오직 국방의 의무에만 충실하기를 바라고 있다.

결론적으로, 선진법치국가이자 세계평화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국군의 움직임은 매우 엄중한 헌법적 가치와 국제적 의미를 갖는다. 국군의 해외파병은 그 규모가 아무리 작고 기간이 짧더라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국군의 국내 전개와 동원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군의 움직임에 사소한 것이란 없다.

청강부대의 공병 병력이 100여 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이들은 현역 군인이자 전투병과원임에도 병영 외 공간에서 비군사적인 목적으로 배치․투입되고 있다. '현역' 신분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다른 형태인 전환복무나 보충역 복무와는 매우 다른 제도적 의미를 갖는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병영을 벗어나, 국방의 의무와 무관한 작업에 현역 군 병력이 동원되는 것은 명백한 헌법과 법률위반이다.

자칫 군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시비와 책임성 논란까지 불러 올 수 있다. 부디 국군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올바른 결단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간곡히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재석은 변호사이며 초당대 겸임교수입니다. 고등군사법원장 및 국방부 법무담당관, 육군법무실장을 역임했습니다.



태그:#4대강, #청강부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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