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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느 새 3년이 지났다.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을 다녀온 지도. 2007년 6월에서 2008년 5월까지. 그 중 반을 보냈던 곳이 홋카이도(北海道) 니세코 라는 스키 리조트. 스키장이라곤 가본 적도 없었던 내가 막연한 호기심으로 향했던 그 곳에선, 기대와는 달리 스노보드가 엄청나게 늘지도 않았고 눈 내리는 풍경도 하루 이틀이었다. 하지만 그 곳엔 그 무엇보다 마음 속 오래 남은 "만남"들이 있었다. 나이를 의미 없게 만드는 만남들이 몇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사노 토모코(佐農朋子)"와의 만남. 니세코에 있는 동안 그녀의 나이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1년이 지난 2009년 5월부터 거의 2개월에 걸쳐 그녀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mixi라는 일본의 SNS를 통해서.(난 그녀를 "토모짱"이라고 부르고 있다)

스노보드 즐기다 잠깐 쉬면서~
▲ 니세코에서의 마지막 시즌 스노보드 즐기다 잠깐 쉬면서~
ⓒ 사노토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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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977년10월3일,오사카 센슈에서 사노(佐農)가의 셋째로 태어남.
막내라서 응석부리며 자라남.
성격은.....매우매우 기분파. 자유인.
하고 싶은 일은 뛰어들어서 하고 맘.
하지 않고서 후회하기보다 하고 나서 후회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함.
낯가리는 사람 좋아함. 술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하고 즐거운 일 좋아함.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되고 싶었었지만, 지금은 여자아이로 정착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나의 설명서.

니세코에서 우리가 만나기 전까지의 토모짱의 인생을 짧게 요약한다면?
:고등학교 졸업 - 복지 전문 학교 - 노인복지시설에서 일함(할아버지, 할머니의 아이돌이었습니다) - 미용 전문학교 다니면서 미용실에서 일하면서 미용사가 되었음. - 여러 가지 자격증 따면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 니세코로(이렇게 오기까지 약 10년 걸렸어!!)
니세코에서 돌아와서는 노인복지시설에서 어르신들 머리 잘라주는 봉사활동 하고 있습니다.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야.

왜, 니세코에 가자 마음 먹었어? 뭔가 계기가 있었어?
:솔직히 대실연(大失戀) 후.....하하하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고 30년간 벗어난 적이 없는 이곳을 떠나보고 싶었어. 은근히 과잉보호. 예전부터 코모리(篭り,스키장에서 일하면서 스노보드도 즐기며 시즌을 보내는 일)는 해보고 싶었었어.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닿질 않아서. 하지만 그 기회라는 게 생기더라. 니세코에 가본 적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 듣고서 망설임 없이 니세코로.
1년만 하고 그만 두겠다 했는데 어느새 3년째 그만두지 못하고 또 갔지.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고 자신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 수 있었고....만남이 있고, 그만큼 헤어짐도 있고.
니세코에 있으면 매일매일이 공부.언제까지나 이 생활을 계속할 수 있다면.......그런 생각도 들었어.

니세코에 있으면 매일이 공부라고 애기했는데, 뭘 배운 것 같아?
:니세코........자신의 그릇이 작다든가, 타인에 대한 배려라든지.
나라는 인간이 너무 작게 보였다.....는 것? 1년째는 처음으로 길게 집을 떠난 거라서 말이야, 신선한 느낌도 있었어. 그것과 동시에 가족이 있음에 고마움도 느꼈고. 평소와 다른 환경에 나 자신을 놔두고서야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것도 있었고

알고는 있었지만 방치해둔 채로 있던 게 뚜렷이 드러나 고민하기도 했고....그 어느 것도 소중한 인생경험! 대충 이런 것들. 앞으로도 문제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일만 생각할까 해.

맞는 말씀. 니세코에서의 시간들은 사람과의 만남이나 유대감을 통해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들이었어. 그러고 보면 토모쨩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었는데 어느새 친해져 있었어. 일터도 달랐고(나는 카페, 토모짱은 리프트 타는 곳에 있는 식당) 방도 달랐고 난 스노보드 많이 탄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도 지금도 이렇게 연결되어 있어. 계기는 뭐였을까?
:그러게. 인생과 사람과의 만남이란 게 재밌어.
너하고는.....술로 이어진 거 아냐? 음.....잘 기억 안나네.
먼 옛날부터 친구였던 거 아닐까? 하하하
갑자기 집에 묵으러 오고 말이야.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갈때 오사카에서 배를 이용했는데 예약이 밀려 하룻밤 잠잘 곳이 없을 때 갑자기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집으로 오라고 해주었었다.)

맞아. 옛날부터 술친구였던 거야! 하하하 갑자기 찾아가도 재워주고 말이야. 그 땐 신세 많이 졌습니다. 어느 새 친해졌다는 거 왠지 좋다. 토모쨩은 니세코에서도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었어. 타고난거야?
:누구와도 친구가 되어있었어, 내가? 그렇게 보였다니 기쁘다.
이래봬도 낯가림도 하거든. 아무도 안 믿어주지만.....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아. 그것도 내 모습.

토모짱이 낯가림? 당연히 아무도 안 믿지! 하지만 난 사람은 누구나 낯가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토모쨩의 낯가림은 좀 믿기 어려운데?
:낯가림을 하기 때문에 반대로 말이 많아지는 것도 있어.
정신 차려보면 사람의 마음속에 성큼성큼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고.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들어가. 상대방은 많이 당황했을지도 몰라. 하하하

눈 내리는 날
▲ 친구들과 한 컷! 눈 내리는 날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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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세코에서의 만남이라는 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 토모쨩은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쭉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도 있지만 니세코 친구들 중에서 아직까지도 연락하는 친구들 많이 있지? 니세코 생활이 끝나고 다들 각자의 본래 생활로 돌아가기도 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기도 하면서 다시 만날 기회라는 게 좀처럼 없기도 해. 뭐 다들 여행을 좋아해서 의외로 만나기도 하지만. 떨어져 있어도 관계를 계속 유지시켜 가는 토모쨩 나름의 비결이란 게 있을까?
:그러게. 니세코가 특이한 건지도 모르겠어.
다들 "같은편(仲間,나카마)"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 관계가 쭉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자주 있어. 이어져 오는 경우는 나랑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어.
어딘가 나와 닮았다거나 아님 나와는 정반대의 것을 가졌다거나.

계속 이어져오는 친구들은 정말 신기할 정도의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해.
어느 날 문득 연락이 오거나 말이야. 니세코에서의 만남이 그 시간들의 시작점이고....
그 시간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 아닐까? 니세코의 추억들은 거의가 다 즐거운 일 들 뿐인데다 그런 경험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더더욱 사이가 좋은 것 같아.
말하면서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하하하

떨어져 있어도 계속 이어올 수 있는 비결은....그 친구를 생각하는 것. "잘 지내고 있을까?"라든지 말이야. 가끔 연락도 하지. 전화나 편지나. 서로 적당한 거리로 떨어져 있는 거니까 그 거리를 소중히 생각해. "성큼성큼"이 모토(motto)인 나이지만....후훗

그 친구를 생각한다......나도 알 것 같아. 한 때 새로운 만남을 통해 친구가 많이 생겼을 때 비슷한 걸 느꼈어. 서로 가까워졌으니까 떨어진데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도 실제로 떨어져 보면 그 친구는 날 생각이나 할까? 나만 그리워하는 거 아닐까? 라며 불안해하기 도 했었어.

하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의심하는 게 결국은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은 후론 맘이 편해졌어. 내가 그 친구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을 의심하지 않음으로서 친구를 믿을 수 있게 된 거야. 그래서 니세코의 친구들과도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딘가 이어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전혀 불안하지 않아.

언제 만나도 그 때의 즐거웠던 때로 돌아갈 수 있어. 만날 때마다 더 끈끈해지는 거지.
이런 것들이 내가 니세코에서 배운 건지도 몰라. 그러니까 그 친구를 생각한다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뭔가 불가사의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음이 100%확실해! 미안, 내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
:정말 신기해.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걸 네가 다 얘기해준 것 같아. 묘하게 말이 통한다니까.
인연, 이런 얘기하면 이상하게 생각하고들 하니까. 어떤 특별한 계기 없이 그냥 누군가를 생각 한다는 게 의외로 어려운 일인 것 같아. 그게 가능하게 된다면 조금 성장했다는 게 아닐까 싶어. 오랜만에 이런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 바쁘게 생활하려고 해. 일도 하나 정해졌고 말이지. 그리고 한가한 틈을 타 또 하나의 하고 싶은 일. 한국에 여행 갈 자금을 모으는 일. 몸이 바빠지면 쓸데없는 고민 따위 할 시간 없어지니까!

뜬금없는 얘기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잖아?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말들도 자기 자신에게 한 번 더 얘기해보기도 하고 말이야. "말"이라는 게 재밌어. 몇 개 국어! 많이 이해하고 싶어.
그 나라의 말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어.

한국 올 자금이라~좋았어! 한국하면 나 아니겠어?
토모짱 오면 함께 한국을 만끽할 수 있도록 나 역시 준비해놔야겠어.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다음의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거 멋지다!
:작년부터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질 않아서.
일본에서 널 만났으니까 이번엔 너의 나라에서 만나볼까 싶어서. 하하하
한국에서 맛있는 음식 많이 먹어보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 먼저 돈과 언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너라는 한국인 친구.

토모짱의 한국 여행
김해 공항에서 한 컷
▲ 한국 안녕? 김해 공항에서 한 컷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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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처음 한국(부산)을 찾은 건 2009년 12월. 부산 여행이 끝나고 그녀에게 있어 니세코 마지막 시즌을 끝내고 2010년 5월 또 한번 부산을 찾아왔다. 이번엔 친구와 함께. 다음엔 또 언제 한국 갈지 늘 벼르고 있다. 한국에 와주어서 고맙다.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주어 고맙다.

나에게 있어 그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여행일 때가 많아. 결국 일본여행?
일본에서 친구가 생겨서 만나고 싶어지면 일본가고 싶어진단 말이지.
그래서 또 좋은 추억 많이 생겨서 또 그리워져서 일본 가고 싶어지는.....끝이 없어. 하하하
게다가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하하하
니세코 친구들은 여행자 들이 많잖아? 토모짱도 여행 좋아해?
:그다지 여행은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돌아다니는 건 좋아해.
혼자서 설렁설렁 다니는 걸 좋아해서 좀처럼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가 어렵네.
자동차로 유유히 여행이 하고 싶어.
일본 각지에 사는 친구들 만나러.
니세코에서 만난 친구들은 정말 여행자뿐이었네.
행동력이 장난 아니잖아. 그건 정말 배우고 싶어.

아, 일은 어떤 일? 미용사? 그리고 겨울엔 또 니세코?
:매일 가는 일은 아니라서 다른 일도 같이 하려고.
일본에는 시치고상(七五三) 이라는 게 있어.
시치고상(七五三)
일본에서는 남자아이는 3살과 5살, 여자아이는 3살과 7살이 되는 해의 11월 15일에 아이의 성장을 축하하기 위해 신사나 절에 인사드리러 간다.
그 날을 위한 머리 손질과 메이크업, 옷 입히는 등의 일.  결국 미용사 일 하게 되었어.
슬슬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려고 해, 요즘엔.
겨울엔 또 니세코에 갈 생각이야.
하지만 이번을 마지막으로 할까 진지하게 고민 중.
계속 스노보드만 즐기는 생활은 할 수 없을 것 같아.
홋카이도에 살아버리면 될 이야긴가? 하하하
조금 고민 중. 올해는 갈 생각이야. 니세코.

역시 전문기술이 있어서 그런지 일을 빨리 구했네? 앞으로도 미용사일 계속 할 생각이야?
아, 노인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도 아직 하고 있어?
:전문기술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뛰어나진 못하니까 말이지.
아직 공부가 부족해. 하지만 그 기술 덕분에 일도 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지.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었던 때는 항상 다른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었지.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나 자신의 좋은 점 찾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 얘기가 옆길로 샜네.미용사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취미.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도 받으면 "네,네~"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잘라주기도 하고 말이야. 참, 돈 되는 일을 생각해야 하는데. 미용사는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어.
어떻게든 계속 해나가고 싶어. 노인복지시설의 이야기, 기억하고 있었네? 지금도 하고 있어. 니세코에 있을 땐 친구에게 부탁하지만.

토모쨩은 홋카이도에 산다는 것도 선택 사항에 포함 되어 있어?
역시 스노우보드를 좋아하고 친구들이 그 곳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산다는 거 대단 한 것 같아! 니세코에 몇 명 있지, 아마?

인생의 가장 큰 축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즉 세상은 "취미"라고 부르는 일)이 되어 있잖아. 용기가 대단한 것 같아. 난 가족이나 내 미래 등 여러 가지 생각하면 막상 그런 용기가 안 생겨. 니세코에서는 각자 다양하게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법이 존재하고 있어서 어떤 의미로 충격을 받았었어. 게다가 나에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인생을 존중할 수 있었던 것도 같아.

아, 토모쨩도 나에게 있어 그들 중 한명이야.^^사실 토모쨩은 내 친언니보다 한 살 위거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아온 토모쨩과 비슷한 또래의 사람과 토모쨩의 인생은 완전 달랐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나이는 상관없다는 걸 토모쨩에게서 배웠어.
:아까 말했던 자원봉사도 있고 해서 홋카이도에 살아버리는 건 고민 돼. 내가 시작한 일인데 친구에게 맡겨만 두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아직도 눈에 미련이 남기도 하고 좀 더 스노보드 타고 싶단 생각도 들고. 취미로 살아가는 것에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네.

뭐든지 하고 싶을 때가 그 일을 해야 할 때 인거야. 나 역시 예전엔 "나이가....."라고 말하곤 했지만 "지금 안하면 언제 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 생각한 그 순간이 마지막, 결국 지금과 연결돼. 그러기 위해선 뭔가 계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용기와 행동력이 필요해.
그래서 10년 후의 나를 생각해보면 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지금의 내가 제일 젊을 때 이니까. 하하하 그러니까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냐고.

토모쨩은 나처럼 니세코에서 이거 좀 신선한데~라고 느낀 거 뭔가 있어? 난 아까도 말했듯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발견!
:니세코에서 신선하게 느꼈던 건 너랑 똑같아. 라이프 스타일. 나이가 어려도 똑 부러지고 다음의 꿈이 있고. 목표를 정해서 자기 자신을 움직이고.

이번 시즌이 마지막 니세코가 될 것 같다고 그랬는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니세코 생활, 어떻게 지내고 싶어?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들이나 주변에서 아무 말도 안 해? 니세코 간다고 그러면. 난 말이야, 문득문득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을 보면서 불안해지기도 해.
토모쨩도 그런 불안 느껴본 적 있어?
:이번 시즌(09'-10'시즌)이 마지막이지 싶어.
가족들에게 "이젠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게 어때?"라든지 "뭐가 하고 싶은 거야?" 이런 말 듣고 있거든. 나도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
토모짱과 나
▲ 눈 녹은 니세코 토모짱과 나
ⓒ 사노 토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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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뭐라 그런다고 그만두는 건 싫거든. 스스로 답을 찾아서 납득한 뒤 그만둘 거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회할 테니까.
훗날 "그 때 말이지...."라며 다른 사람 탓하며 후회하고 싶진 않으니까.

둘러보면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가족이 늘어나서 행복해 보이긴 해. 가족이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도 늘긴 하지만 힘든 일도 같이 늘어.
지금의 내가 그런 것들을 견딜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혼자서도 이렇게 버거운데..... 하하하
라고 말하면서도 남자친구도 없고 뭐 얘기가 안 되네. 하하하
지금은 내가 혼자서라도 즐길 수 있는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이걸 확실하게 하고 싶어. 아직까진 애매모호하지만.

불안.....자주 느끼지. 하하하
바닥까지 부정적이 되곤 해. 하지만 곧 긍정모드로 돌아서곤 해.
기분파이니까. 하하하

토모쨩에게 니세코란 어떤 의미? 어떤 곳이야?
:나에게 니세코란,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곳. 꿈의 나라. 하하하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느껴지는 곳. 한번은 가볼만 한 곳.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곳.

마지막으로 토모쨩의 꿈은?
:내 꿈? 모두를 기운 나게 만드는 존재. 그 중에서도 제일 되고 싶은 건, 다재다능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지내는 주부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엄마가 기운이 없으면 가족들이 어두워지잖아. 그러니까 웃는 얼굴로 활기차게 지내는 걸 모토로 살아가는 거야. 그냥 주부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걸 가진 주부가 되고 싶어. 별로 재미없는 대답이네. 너무 진지했나? 하하하

재미없는 꿈이라니 그런 말이 어디 있어~예전에는 꿈이라는 걸 뭐가 되고 싶다든지 직업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생각했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서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선입견이 없어졌어.

꿈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더욱 멋진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토모쨩의 꿈도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 지금도 반은 이루어진 거 아냐? 다음은 주부가 되기만 하면 돼. 하하하
:하지금 생각해도 토모짱과 나의 인연은 신기하다. 니세코에서 처음 만나 햇수로 3년이 되었지만 서로 한국, 일본에 살고 있다는 게 무색할 정도로 자주 만나고 있다. 그녀가 나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가져주고 한국에 오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2010년 7월, 그녀는 정말 니세코 생활을 졸업하고 오사카에서 노인복지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오랜만에 정직원으로 일하는 거라며 설레어했었다. 당분간은 오사카에서 열심히 해볼거라는 그녀. 언젠가 그녀와 한국어로 대화하며 한국 이곳저곳 같이 여행 다니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의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


태그:#니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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