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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4시 30분 울산시의회 본회의장. 상임위원회 위원 선임 건을 둘러싸고 한나라당-민주노동당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을 벌어지고 있었다.

 

앞서 오후 2시쯤 상임위원 배분을 강행처리하려던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저항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자 다시 작전을 바꿔 몇 시간 뒤 인해전술처럼 일사천리로 진행하려 의장석을 향해 한꺼번에 나왔다.

 

양 당 의원들간 몸싸움이 벌어진 것은 이 순간. 씨름판처럼 한판 엎어치기를 하는 의원들, 상대 당 의원 목을 조르는 의원 등… 의장석을 사수하기 위한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어느 당이던 상임위원수가 과반수가 넘으면 예산안이나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이 때문에 전체 상임위에서 한나라당 위원수가 많게 수를 배정한 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한나라당과 이를 막으려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몸싸움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서 기자는 두 명의 의원이 눈에 쏙 들어왔다. 한나라당 초선인 이희석 의원과 송병길 의원이다.

 

기자가 아는 송병길 의원은 다소곳한 주부였다. 몇몇 주부와 함께 지역에서 환경보전운동도 하고 가정에도 충실한, 연약한 주부로 각인된 그였다. 그러기에 상대 당 남자 의원의 목을 조르는 모습에서 "이게 정치인가"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울산예총 회장인 이희석 의원. 그는 여윈 체형의 소유자로 지역에서는 유명한 공예가로 알려져 있다. 이런 그가 이날 한나라당 의원단의 행동대장격이 되어 몸싸움에 앞장서는 모습이었다. 결국 그는 민주노동당 의원에 의해 엎어치기 한판을 당하기도 했다.

  

각 언론은 이날 파행을 두고 '시의회 몸싸움 난장국회 재연', '사상초유 울산시의회 폭력사태 시민 충격' '울산시의회 시작부터 난장판' 등 제목으로 한나라당, 민노당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이같은 비난 속에 한나라당은 전체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다수를 차지하게 됐고, 지난 회기처럼 서민법안 등을 발의하고도 표결에서 수에 밀려 번번히 좌절된 민주노동당은 다시 지난 회기의 전철을 밟게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집행부 거수기 우려"

 

민주노동당은 14일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나라당이 국회를 다수의 힘을 앞세워 날치기판으로 만들더니, 이제 지방의회마저 날치기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민주노동당 이은주 의원은 "5대 의회도 집행부의 거수기를 자청했던 지난 의회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며 "선거민심을 철저히 외면하고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한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번 6.2지방선거 울산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약진했다. 지난 4대 시의회에서 15(한나라당)대4(민노당)이던 의석수가 이번 선거에서는 13(한나라당) 7(민주노동당) 2(무소속) 4(교육의원)으로 고루 배분됐다.

 

선거구가 늘고 교육의원이 추가됐다. 한나라당은 명목상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를 넘지 못했지만 2명의 무소속 시의원이 한나라당 성향인점, 교육의원 2명이 보수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표결에서 한나라당으로서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별 사안을 다루는 상임위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노동당이 1~2개 상임위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밀어붙이기로 무너졌다.

 

지난 4대 울산시의회에서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심사 끝에 울산시의 낭비성 예산을 삭감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삭감 예산을 고스란히 부활한 일. 민주노동당이 발의한 대학생학자금 이자 지원안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결시킨 것 등.

 

지역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행부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번번히 내놨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의회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들이 나왔다.

 

13일의 전투는 어쩌면 이런 지난 추억의 연장선일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전투. 그럼 한나라당은 이 전철을 다시 밟자는 전투였을까? 5대 울산시의회를 지켜봐야 할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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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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