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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남해의 한 섬에 유기견이 넘쳐 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동물병원도 애견숍도 없는 이 섬에 100여 마리의 유기견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6월~7월경 섬으로 휴가를 온 사람들이 개들을 버리고 간 것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섬으로 데리고 온 개가 마침 발정이 난 시기였고 주인이 방심한 사이에 섬에 있던 수컷 개와 교미가 됐는데 새끼가 태어날 것을 두려워 한 주인이 그 개를 그냥 버려두고 가버렸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러진 뒷다리를 힘겹게 끌고서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은 똘이를 버린 주인이었을까요..
▲ 섬에 버려진 시추 똘이는 매일 선착장으로 나가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부러진 뒷다리를 힘겹게 끌고서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은 똘이를 버린 주인이었을까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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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마리에 육박했던 섬에 버려진 유기견들은 주민들의 민원과 신고로 대다수는 관할 지자체 보호소에 인계가 되었지만 쥐약을 먹거나 로드킬로 생을 마감한 개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수는 주민들이 거두어 키우고 있었으나 주민들이 거두었다고 해서 끝은 아니었습니다.

불임수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섬에서 이 개들은 번식이 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3마리를 거두신 한 아주머니 댁은 어느새 13마리로 불어 난 개들로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버려진 유기견들의 대다수는 불임수술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길에서 떠돌며 임신을 한 개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새끼들을 낳게 됩니다. 이 새끼들의 가혹한 운명을 자연의 섭리란 말로 보상 받을 수 있나요?

여름철이 다가오면 동물단체는 두렵다

불임수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섬에서 개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같은 어미에게서 나온 개들 불임수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섬에서 개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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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되면 유기견의 수는 급증합니다. 그리고 관광지와 고속도로 휴게소, 펜션등에 버리고 간 개들에 대한 제보 또한 늘어납니다. 보통 키우던 개를 유기하는 사람들은 개를 집근처에 유기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웃들이 알 수도 있고 개의 귀소본능으로 인해 다시 찾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름철에 유기견이 급증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더운 날씨에 현관문을 열어 두는 집이 많아지면서 집을 나오는 개들도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가정에서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이름표 목걸이를 채워두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우리 개는 절대로 혼자 나가지 않는다며 장담을 합니다. 그리고 영영 잃어 버리게 되는 일은 빈번합니다.

유기가 되었던 집을 나왔건 여름철에 떠돌아 다니는 개들은 그 삶이 더 참혹하게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복날이 다가오면 동네를 돌아 다니며 유기동물을 잡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굶주림에 지친 유기동물들은 먹을 것 하나에 쉽게 몸과 마음을 허락합니다.

초복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 고물상 리어카에 감금되어 있던 말티즈 초복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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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복을 며칠 남겨두고 다급한 제보 한 통을 받았습니다. 고물을 수집하는 동네 사람의 리어카에 개가 감금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어떤 사정으로 잠시 리어카에 둘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3일째 물과 밥은 구경할 수도 없고 나가지 못하도록 철망을 덮어둔 것도 모자라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망 위에 비닐까지 씌워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합니다. 애완견들이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잘 드러나지 않아서이지 암암리에 행해지는 일입니다.

이 개는 상태로 보아 집을 나왔건, 버려졌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보였고 바로 잡혀서 감금 된 걸로 추측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개의 이름을 '완벽한 말숙씨'로 지었습니다. 곱게 염색까지 하고 있었고 성격과 외모 또한 너무나 완벽했던 녀석이라 주인이 나타날 것을 기대했었지만 결국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잡혀가지 않고 길에서 삶을 유지하더라도 털이 계속 자라는 장모종이 버려졌을 경우 여름철의 덥고 습한 날씨에 엉키고 더러워진 털 안쪽의 피부는 금세 병이 생기게 됩니다. 또 길에서 상처를 입을 경우 치료가 되지 않아 극심한 가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살이 썩어 들어가게 됩니다.

만신창이가 된 슈나우저... 동물은 죄가 없다

이미 망신창이가 된몸은 치료를 견디지 못했고 이 가여운 녀석은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 무더위가 한풀 꺾인 9월에 처참한 모습으로 나타난 슈나우저 이미 망신창이가 된몸은 치료를 견디지 못했고 이 가여운 녀석은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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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슈나우저는 몸 전체에 구더기가 바글바글 했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여 털어내고 밀어내고 소독을 해도 해도 어느새 구더기들은 살을 뚫고 올라왔습니다. 이미 내장까지 구더기들이 파고 들어가 있었으며 녀석의 눈빛에는 삶에 대한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매번 반복되는 상담전화 내용입니다.

"못 키우신다면 입양을 함께 알아보죠... 메일 주소를 불러 드릴 테니..."
"뭐 이렇게 복잡해." 
"뚜뚜뚜......"

"개가 똥을 아무데나 싸서... 와서 좀 데리고 가요.... 안 된다고? 그럼 버려야지 뭐."

"옛날에 키우던 쪼그만 개는 안 그랬는데 얘는 너무 별나서... 돈 줬더니 우리애가 사왔거든요.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별난 줄 몰랐다니까요."

"이거 뭐... 길에 내버리자니 불쌍하고. 그럼 어디 기증할 때 좀 알려줘요."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 해서... 얘는 발바리라서 못 데리고 가요."

"원래 두 마리였는데 지금 12마리가 됬거든요... 감당이 안 돼서... 불임수술? 동물들도 생명인데 자연의 섭리의 있지 그건 못할 짓이지..."

"개가 이제 늙어서 똥오줌도 못가리고... 안락사 싸게 하는 병원 있으면 소개 좀 해 줘요."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잘못된  애견인들의 자화상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증인입니다.

심각한 질병과 부상을 입은 개들이 대부분입니다.
▲ 동물자유연대에서 구조한 유기견들 심각한 질병과 부상을 입은 개들이 대부분입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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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들은 사람들의 눈에 최대한 예뻐 보이도록, 집안에서 키우기 편하도록  계속해서 개량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질병에 약하며 길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동물들은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고, 경험을 배우고,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애완견들은 사람들이 만든 틀에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한때의 호기심과 무책임으로 고통과 상처를 받는 것은 그들에게 선택당한 죄 없는 동물이며 키우지 못하는 이유를 합리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키우던 동물을 버리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그깟 동물하나 버리는 게 뭐가 대수냐는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덧붙여 처음부터 나쁜 동물은 없습니다. 그들의 주인이 나쁠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함께 나누는 삶'에도 올려질 예정입니다.



태그:#동물자유연대, #유기동물, #유기견, #동물관련기사,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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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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