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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요금이 열배 넘게 나왔다. 수도국에서 누수가 있는 것 같다고 신청하면 조사팀을 보내겠단다. 땅속 누수를 어떻게 찾는지 궁금했는데 원리는 간단하다. 길다란 쇠고챙이 끝에 귀마개 같은 것이 달렸는 데 수도관에 대고 소리로 알아낸다. 수도국 사람들이 와서 마당에 있는 수도 꼭지에 청진기를 대고 들어보니 신기하게 물새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누수 공사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도관이 오래되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오래된 주택의 노후수도관을 교체할 경우 공사비 지원도 해준다고 하여 녹물도 잡고, 수압이 약한 문제도 잡을 겸 수도국 지원을 받아 노후수도관 전면교체공사를 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바닥과 벽을 팔 때 그동안 미루어 둔 화장실, 주방, 욕실 공사를 하는 게 경제적이라 여겨 몇 번 해본 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치밀한 공사계획을 밤새워 짰다. 그리고 공사계약에 들어갔다.

업자는 감언이설과 자신감으로 떵떵거리며 계약을 체결했지만 약속과는 달랐다. 막상 일을 하다보면 난관은 있게 마련이다. 인부들을 생각처럼 부린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면  마무리가 원만하지 않는 게 태반이다. 성의가 보이면 추가공사까지 맡기려 했지만, 인부관리에 허점이 드러나고 공사일정을 넘기고 말았다.

부실공사가 눈에 띄고 드러나는 후유증을 보니 한심했다. 게다가 잔금을 주면 해주겠다는 몰상식과 비굴함까지 드러냈다. 얼르고 타일러 공사를 끝낸 다음 잔금을 치를 수 있었던 것은 꼼꼼하고 치밀한 계약과 공사변경 없는 일관성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한 공사가 끝나고 넉살맞게 점심 사라는 말에 앙금을 풀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네사람이고 연륜이 깊은 노익장이지만 세상풍파에 시달리기도 했을 터이다. 그럴수록 원칙과 합의가 중요하고 계약과 금전 집행이 분명해야 한다. 남은 공사를 시킬까 하다가  내가 직접 마무리 하는 게 편하고 재밌겠다 싶었다.

1층 보일러실에 배관들을 철거하고 정리하면서 공간이 넓어졌다. 이곳에 세탁실 겸 욕실을 새로 만드려는 거다. 곁에서 본 것도 있고 못할 것도 없다. 모르타르는 물을 섞어 덮는 것보다 마른 모래와 시멘트를 일정 비율로 뒤섞어 덮은 다음 조리에 물을 담아 뿌리는 게 쉽고 빠르다.

모래와 시멘트를 섞을 때 시멘트 미세 가루가 날리는 데 호흡기에 치명적이다 선풍기를 틀어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잘 하고 몸 망친다면 어리석은 짓이다. 안전과 건강은 고려할 1순위다. 어떤 일이든 핵심주제는 생명이고 사람이고 행복 아닌가.

생각보다 모래가 많이 들고 모자란다. 일요일이라 파는데도 없겠다. 마당에 나뒹굴던 타일 블록 벽돌 따위를 모아 바닥에 깔았다. 마당이 말끔해지고, 모래도 적게 들고, 시간이 절약되고, 일도 편하니 1거 4득이다.

마무리 중 신경쓸 것은 물이 잘 빠지도록 경사 잡는 일이다. 물이 배수구 모서리에 고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야 한다. 스폰지에 물을 적셔 근처의 시멘트를 끌어오면서 다듬으면 된다. 어떤 일이든 중요한 것은 원칙과 마음가짐이다. 자기 집이니까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것일텐데. 부탁을 받고 하더라도 정성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렵고 힘든 세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라는 생각이 세상을 망치고 있는 거다. 몇 시간 쪼그려 일했더니 허리가 저린다.

"아이고 허리야~"

천천히 허리를 펴니 살 거 같다. 일하다 보니 끼니 챙기는 것도 귀찮다. 귀찮다기 보다 몰입하다 보니 시간이 아까운 거다. 자연 군살이 빠지고 날렵해지니 이 또한 좋은 일. 도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니 몸과 옷이 흠뻑 젖었다. 샤워하면서 시원하고 흐뭇한 느낌이 든다

확실히 수압이 높아지고 수도물도 맑아졌다. 아래층에 없던 욕실과 세탁실이 생겼다. 창조와 생산의 기쁨은 그리움의 힘이다. 그림, 글, 요리, 여행, 사랑 따위도 미장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을 시켜 하거나 살 수도 있지만 직접 만들어 가는 노동과 창조의 기쁨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욕실과 세탁 배수관 설계와 몰탈 미장하기
▲ 미장하기 욕실과 세탁 배수관 설계와 몰탈 미장하기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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