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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부의장 선거를 하고 있는 대전시의회.
6일 오전 부의장 선거를 하고 있는 대전시의회. ⓒ 오마이뉴스 장재완

6일 치러진 대전시의회 의장단 선거과정을 두고 또 의원들 간 갈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5대 대전시의회는 의장선거과정에서 나타난 '편 가르기'와 '나눠먹기',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었다.

 

그러한 결과가 반영되듯,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5대 의원 19명 중 단 3명만이 재입성에 성공했고, 과거를 거울 삼아 이번 6대 의회에서는 잡음 없는 의장단 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지난 5대 의회에서 교황선출방식의 의장선거 과정을 후보등록 후 정견발표, 무기명비밀투표로 변경하면서 6대 의회 의장단선거는 큰 물의 없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대전시의회는 총 정원 26명 중 자유선진당이 16명, 민주당이 5명, 한나라당이 1명, 교육의원이 4명으로 이미 자유선진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선진당은 일찍부터 당내 조율을 통해 5선인 이상태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실제 의장선거에서는 이상태 의원이 25표의 찬성을 얻어 무난하게 의장에 당선됐다.

 

문제는 부의장 선거. 두 명의 부의장을 뽑는 부의장 선거에서는 자유선진당이 의회 화합 차원에서 5명의 민주당에 1석을 배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당과 협의 후 유일한 재선의원인 김인식 의원을 부의장으로 추천키로 했고, 선진당도 1명만을 부의장으로 출마케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박종선 의원은 이 같은 민주당 내의 합의에 동의하지 않고, 부의장 후보로 등록한 뒤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 결과 박종선 의원은 15표를 얻어 10표에 그친 김인식 의원을 제치고 부의장으로 당선됐다.

 

이렇게 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인식·김명경·김종천·박정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우리는 자유선진당의 합의 정신을 존중했는데, 자유선진당은 우리와 한 약속을 깼다"면서 "시작부터 동료의원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이 '합의정신'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들. 왼쪽부터 김인식, 박정현, 김명경, 김종천 의원.
자유선진당이 '합의정신'을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들. 왼쪽부터 김인식, 박정현, 김명경, 김종천 의원. ⓒ 오마이뉴스 장재완

선진당이 '다선의원 우선배려'의 원칙에 따라 의장 후보와 부의장 후보를 내정하면서 민주당에도 한 석을 배려해 민주당 의원들은 선진당이 내세운 후보를 밀어줬는데, 선진당 의원들은 민주당 내에서 합의한 후보가 아닌 다른 의원을 밀어주어 합의정신을 깼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물론, 민주당이 당 내에서 의견일치를 이루어 내지 못한 잘못도 크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당의 합의사항을 파기할 수 있는 것이냐"며 "특히, 이상태 의장은 화합과 소통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6대 의회 시작부터 이러한 신뢰를 깨트리는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앞으로 대전시의회가 화합을 통한 원만한 운영과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번 사태에 대한 진중한 사과와 신뢰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앞으로 의회운영과 행정사무감사 등의 의정활동을 통해 자유선진당의 1당 독주를 견제하고, 대전시와 시의회 의장단에 대한 감시도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선진당 "합의내용 파기한 적 없다... 당 내 조율 실패 책임을 왜 전가하나"

 

반면, 자유선진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과의 '합의정신'을 파기한 일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진당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과 합의한 것은 김인식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하겠다는 합의가 아니라, 민주당에 부의장 한 석을 양보하겠다는 합의였다"면서 "당 내에서 조율을 하지 못해 일어난 일에 대해 그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선진당 의원도 "김인식 의원을 찍지 말라는 그 어떤 합의나 종용도 없었다"면서 "만일, 사전에 그러한 어떤 합의과정이 있었다면 15대 10의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양쪽의 주장이 맞서면서 의원들 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12일과 15일로 예정된 상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의원들 간의 이러한 신경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전참여자치연대 "또 자리다툼... 자성하는 계기 돼야"

 

한편,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대전시의회의 의장단 선출과정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5대 의회에 이어 또다시 파벌싸움과 자리다툼이 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참여자치연대는 논평에서 "이번 대전시의회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보여준 의원들의 행태는 지난 5대 의회가 보여주었던 고질적인 파벌싸움과 자리다툼의 연장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면서 "5대 대전시의회 파행의 핵심 당사자가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의장으로 선출되었고, 부의장단 선출과정에서도 결과론적으로 토론하고 협력하는 의회상은 보여주지 못한 채 집안싸움이 되고 말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는 제6대 대전광역시의회의 출범을 통해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방자치, 지방정치 발전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대전 시민들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향후 대전시의회의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참여자치연대는 끝으로 "부디, 오늘 의장단 선출과정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계기로, 대전광역시의회가 다시금 자성하고 분발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지방의회 본연의 모습으로 성장 발전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전시의회#민주당#김인식#박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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