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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하나. 주민들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뽑은 지방의회에서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은 어떻게 선출하나?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의장단 선출은 전혀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힘쓸고 있는 영남권의 경우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독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명 의석 중 한나라당이 6명을 차지한다고 했을때, 먼저 뽑는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 6표로 선출된다. 부의장도 6표로 한나라당 의원 선출, 내무위원장도 6표로 선출… 이런식이다. 지금방식으로는 소수당은 의장단에 선출될 수 없다. 그 이유는 투표방식이다.

 

 

흔히들, 이를 두고 교황식 선출방식이라고 한다.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다수 득표자가 선출되는 것. 하지만 지방의회 의장단은 엄밀히 교황식도 아니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당의 동료의원들조차 의장후보가 누구인지, 그의 비전이 무엇인지 모른 채 표결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기들끼리 당선자 누구를 정해 놓고 표를 몰아준다. 다수당 의원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양당이 합의한 내용을 파기하고 독식하는 사례도 있다. 6.2지방선거를 통해 8대(한나라당) 6(민주노동당)의 의원 비율로 구성된 울산남구의회가 그렇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의장단을 독식하려다 민노당의 반발에 부닥치자 합의를 통해 일부 상임위원장을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표결을 할 때는 이 약속을 어기고 의장단을 독식했다. 민주적 절차나 배려라고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일들이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또 하나, 그렇다면 지방의회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들은 무슨 역할을 하나. 이렇게 자질도 검증 안된 채 의장단이 선출되지만 그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예산 심의 과정이나 조례안 제정 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해 목적을 좌지우지한다.

 

울산시의회나 기초의회의 경우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위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선출되어 왔다. 의장단을 독식한 이들은 삭감된 낭비성 예산을 부활하고, 서민조례안을 부결하는 등 반 서민적 역할을 많이 해왔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예결위에서 울산시의 낭비성 예산을 검정해 삭감한 것을 상임위에서 부할하고, 서민층 대학생들이 애타게 요구한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한 것도 그 좋은 예다.

 

이같이 어느 때부턴지 주민을 대변해야 할 지방의회가 본분은 소홀히 한 채 특정 정당의 허수아비, 집행부의 꼭두각시로 변해가고 있다.

 

잘못된 지방의회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울산에서 거세게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고 주민을 위해야 할 지방의회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소수당이 배제되어 온 것을 바로잡자는 것.

 

의장단 선출, 5대 지방의회 개혁의 출발점

 

오는 7월 8일 의장단 선출을 시작으로 출발하는 울산시의회. 며칠 전 남구의회에서 약속파기에 의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장단 독식 때문에 격랑이 예고된다.

 

지난 4대 때 15(한나라당)대 4(민주노동당)였던 울산시의회 의원 구성이 이번 선거를 통해 13(한나라당)대 7(민노당)대 2(무소속) 구도로 바뀌었다. 여기다 4명의 교육의원 중 전교조 출신 진보인사 2대 보수인사 2명의 구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시민들이 소통과 협력을 하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소속 7명의 시의원은 개원 2일을 앞둔 7월 6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는 행정도, 정치도 민심을 수용하지 않으면 심판받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고 운을 뗐다.

 

민주노동당 시의원단은 "민주적 원구성은 민심을 따르는 의회로 거듭날 것인지에 대한 시금석"이라며 "소통과 협력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했다. 의장단 선출을 민주적으로 하자는 것.

 

이들은 "의장단을 뽑을 때 최소한 정견발표를 통해 시민들이 누가 어떤 약속을 하며 선거에 출마했는지는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게 밀실에서 다수의 야합으로 진행되는 의장단 선거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식 선출방식을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

 

특히 이들은 "의회가 소통과 상생의 의회로 거듭나기 위해 다수당의 물밑논의를 통한 독식구조는 청산되어야 한다"며 "정당득표와 의원 수에 합당하게 민주노동당에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이 배려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또 "한나라당은 5대 의회 전반기 원구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며 "다수당으로서 한나라당은 의장단 선출방식 개선과 민주노동당과 교육의원, 무소속 의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과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임상우 대변인은 "만일 한나라당이 또다시 민의를 무시하고 의장단을 얼렁뚱땅 독식하려 한다면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퇴장에 의한 무력화 등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부장은 "의장단 선출방식을 비민주적 방식에서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의회 내 정치적 협의력을 높여 남구의회 같은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과 불통하고 시대를 역주하는 데 대한 대한 엄중한 평가'를 성실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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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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