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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7·28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의 장이 아니라 은평을 위해 적합한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부정하는 동시에 "중앙당의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불광역 인근 한나라당 은평을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한나라당 중앙당 선거지원도 받지 않고 철저히 '은평구민의 선거'로 만들겠다는 것.

 

이 전 위원장은 "이번에 8곳에서 선거를 치르는데 굳이 은평에 와서 정권심판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정치인들이 은평을 정치의 선전장, 정권심판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은평구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 당이나 상대 후보가 어떻게 나오든 내 입장은 초지일관"이라며 "은평구민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나는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재오 위원장이 공천된다면 내가 앞장서서 당의 총력을 모아 반드시 당선시키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외로우리만큼 저 혼자 치르려고 한다"고 거절 의사를 확고히 했다. 그는 이어 "중앙당의 지원과 염려는 고맙지만, 이 지역 선거가 '중앙선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인사든 은평구에 와서 지원하는 것은 사절하겠다"며 "심판을 받아도 은평구민들의 심판을 받겠다, 중앙당의 지원은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사무실은 폐쇄하고 전화받는 당번만 두겠다, 회의도 거리에서 하겠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대면을 통해 지지를 얻어나가는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것.

 

그러나 "매우 힘든 선거가 될 것 같다"는 것이 이 위원장이 직접 밝힌 상황이다. 그는 "'사량침주'(捨量沈舟), 초나라가 제나라를 칠 때 식량도 버리고 배도 가라 앉히고 돌아갈 길이 없는 배수진을 치는 그런 심정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정말 인간의 본 모습 그대로 출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힘든 선거가 고난의 길이라고 할지라도 딴사람 보고 대신 나가라고 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줄 알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경전철 연장· 뉴타운역 신설 등 지역 공약 강조

 

이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문에서도 "은평구민의 과분한 사랑으로 3선 의원을 지냈지만 야당 의원이라는 한계와 정권교체에 매진해야했던 정치상황 때문에 우리 은평의 발전을 고대했던 구민들의 뜻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며 "이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자신의 '중앙정치 몰입, 지역구 관리 소홀'을 반성했다.

 

이 전 위원장은 ▲ 국립보건원사거리-불광동사거리-시외버스터미널-연신내사거리-구파발역-은평뉴타운을 잇는 거점형특화개발 ▲ 새절-은평뉴타운 경전철노선 연장 및 6호선 뉴타운역 신설 ▲ 신주택정책특별법 제정을 통한 세입자 정착율 제고 ▲ 국립보건원부지에 은평의 랜드마크 및 웰빙경제타운 조성 등 은평지역 개발 공약을 강조했다.

 

또 "이제는 외형적인 지표보다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실질적으로 나아지도록 경제정책의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며 "우리 서민들이 편안히 잠을 자고 걱정 없이 먹으며 마음껏 배우고, 아플 때 언제나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가 발벗고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내 친이-친박 갈등과 관련해서도 "저 이재오가 가진 모든 것을 던져 계파와 세대, 지역의 담을 허물고 화합의 토양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겠다"며 "한나라당 구성원 모두가 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새 출발을 하는 화합의 엔진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간 개인적으로 몇몇 친분이 있는 친박계 의원들과 만났고, 그 땐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던 때"라며 "'이제 당도 하나가 되자'는 얘길했고 그런 점에서 '내가 버릴 것이 있으면 버리겠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틀림없이 갈등이 고조될 테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하나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출마에 대해 대통령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이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 전 국무회의가 있었는데, 국무회의가 끝나고 나오면서 대통령께 캐나다 G20 정상회의 돌아오시기 전에 (국민권익위원장직을) 그만둘지도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대통령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고 전했다.

 

"어려운 지역이지만, 41년 살고 3선 한 내가 몸 던지겠다"

 

다음은 이날 이 전 위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출마선언문에 사량침주(捨量沈舟)라고 각오를 밝혔는데.

"초나라가 진나라를 칠 때 식량을 버리고 배도 가라앉히고 돌아갈 길이 없도록 한 것, 배수진을 쳤다는 의미다. 그런 심정으로 모든 것을 던진다는 자세로, 한 인간의 본 모습 그대로 선거에 임하겠다."

 

- 지방선거 패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친이-친박 갈등인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의원들과 출마에 대한 의견을 나눴나.

"그간 개인적으로 친박계 의원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 땐 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던 때다. 지방선거 이후 당·정·청 전체가 국민에게 비판받는 상황에서 뭔가 쇄신의 돌파구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차원에서 평소 가깝게 지낸 몇몇 친박 의원들과 드러내 놓고 얘길 나눴다.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또 틀림없이 당 내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봤다.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한 것도 당내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이기도 지고를 떠나 하나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본다." 

 

- 당화합 위한 밑거름이 되겠다는 것의 구체적으로 방법은?

"선거 전 너무 많은 말을 하면 받아들이기에 따라 또 '쇼 하냐'고 할 수 있다. 제가 말할 기회가 오면 하겠다."

 

- 은평을에 미래희망연대에서도 후보를 냈는데.

"정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특별히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다."

 

- 이번 선거는 불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출마를 별로 검토하지 않았다. 지방선거 이후 은평은 물론 전국적으로 한나라당이 지지도는 숫자상 야당보다 높다고 하지만, 체감되는 것은 좋지 않았기에 집권당으로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해선 누군가 돌파구 열어야 된다는 판단이었다. 어려운 지역이지만, 또 내가 여기서 41년 살았고 3선을 했기에 내가 몸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어려운 지역에 다른 사람들에게 출마해서 희생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승패를 말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로 매우 험난하다. 그걸 알고 출마하는 것이다." 

 

- 출마 전 이명박 대통령과도 상의 했나

"출마 전 국무회의가 있었다. 회의 끝나고 나오면서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그만둬야할지도 모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묵묵히 들어주셨다."

 

- 쓴소리 할 부분은 하고 관철 시킬 부분은 관철시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가.

"내가 야당 생활을 10년 동안 하며 집권당에 대해 많은 비판과 견제를 했다. 여당이 되고 보니 결국 당·정·청을 잘 아는 사람이 쓴소리도 잘한다는 생각이다. 당·정·청을 제일 잘 아는 사람으로서 야당과 국민, 젊은 세대의 소리가 바른 소리라면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쓴 소리도 달게 받아들여야한다."

 

"사무실도 폐쇄하고 회의도 거리에서 하겠다"

 

- 당 내에서 선진당과의 합당 혹은 보수 대연합이라는 얘길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7·28선거 지나고 말하겠다. 제 선거 눈앞에 두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 현재 은평구청장도 야당이고, 지역을 위한 일들 실행하기에 어려운점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15대 초선했을 때도 야당이었다. 당시 민주당 구청장이었는데, 지방선거이고 지방자치니까 지역 국회의원은 서로 도와야 한다. 구청장과 협조해서 그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면 저도 도우려고 한다."

 

- 민주당은 '실패한 정권의 사람'이라고 논평했다.

"실패한 정권은 아니다. 임기가 반도 더 남았다. 전반기에 국민의 소리를 못들은 것을 종합해서 일을 제대로 할 것이다. 실패한 정권은 끝난 정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선거는 정권 심판 선거가 아니라 은평 구민들이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야당의 정치적 목소리일 뿐이다."

 

- 오늘 한나라당 오전 회의에서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재오 당선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 미리 조율한 것이 있는지.

"조율한 적 없다. 이번 선거는 외로우리만큼 혼자서 치르겠다. 이 지역 선거가 중앙선거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중앙당의 염려와 지원은 고맙지만, 외부의 어떤 인사도 은평에 와서 지원하겠다면 정중하게 사양하겠다. 심판을 받아도 은평구민의 심판을 받겠다. 마음은 고맙게 받겠다. 사무실도 가급적 폐쇄하고 거리에서 회의도 하겠다. 모든 것은 현장에서 하겠다. 가급적이면 사무실에는 전화받는 당번만 남기겠다. 표도 현장에 있지 않나."

 

- '은평 선거'를 하겠다는 것은 정권심판으로 흐르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그렇다.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 선거가 아니다. 굳이 은평에 와서 정권 심판한다는 것은 잘못됐다. 은평 구민에게 선거를 돌려줘야한다. 은평을 정권의 심판장으로 만드는 것은 구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 야당이 이재오 대항마로 거물급 인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나도 그렇게 예상하지만 상대당이나 후보가 어떻게 나오든 은평구민에게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은평구민의 표심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된다. 야당은 정권심판을 핫이슈로 올리려고 하겠지만 저는 여기 말려들지 않겠다."

 

- 지역주민들 만나면 민심은 어떤가

"후보가 되면, 자기 귀에 좋은 소리만 들리고 자기 눈에는 긍정적인 것만 보인다. 어떤 후보든 그렇다. 그러나 처음에 말했듯이 이번 선거는 매우 힘든 선거다. 나로서는 이 힘든 선거를 피할 수 있는 그것이 고난의 길이라도 할지라도 딴사람 대신 나가라고 그런 입장이 아니다. 어려운줄 알고 출마를 결심했다."

 

"한나라당에서 그래도 제일 개혁적이라고 생각"

 

 

- 외골수 이미지, 강성의 이미지가 있는데 권익위원장 하면서 탈색됐다고 보나.

"그런 이미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 원래 이미지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은평구민들이 잘 안다. 내가 아무리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를 의도적으로 반대하고 흠집내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부각시킬 것이다. 내가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8개월, 북경대에 2개월 있었다 그리고 세계를 아프리카 말고는 거의 다 돌았다. 권익위원장하면서 8만4000km를 돌았다. 서울부산을 93번 간 거리를 다니고 현장을 471군데, 청년 특강 82회. 그래서 553번을 현장을 밟았다. 그동안 내가 한길로 살아온 것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고 옳았나를 몸으로 배울만큼 배웠다. 이제는 정말로 어려운 사람을 돕고. 내 정치 철학이 그렇다. 앞으로 내 나머지 정치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동안 야당 10년하고 정권교체하면서 그 가운데서 중심에서, 다시 내가 젊은 날에 꿈꿔왔던 그런 정치를 하기 위해서 전부 같이 하겠다."

 

- 당에서 쇄신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권창출 공신이지만 옛날 정치인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아픈 말이지만, 나는 신한국당에 들어가서 그 당이 한나라당이 됐다. 그 당의 주요당직도 다 겪었다. 전당대회 당대표도 출마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그래도 제일 개혁적이라고 생각한다. 쇄신은 연령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얼마나 열려있는지, 끊임없어 변화와 개혁 추구하느냐가 총체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 처지를 강화하기 위해 그런 잣대를 들이대면 정치에서 여든 야든 옳지 않다."

 

- 그럼 그 잘못하신 점은 뭔가.

"지역에 소홀했다. 야당하면서 너무 중앙정치에만 올인했다. 경제 기업도 살펴보고 나는 정치만 잘되면 모든 게 잘 될 줄 알았는데 꼭 그것만은 아니더라. 내 생각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나 한다. 내가 이곳에 69년에 들어왔다. 그 땐 경기도였다. 73년에 서대문구가 됐고, 79년에 은평구가 됐다. 나는 41년간 은평구 역사와 함께했다. 여기서 국어교사도 했다. 은평은 제 삶의 전부다."


태그:#이재오, #은평을, #재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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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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