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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이 대중성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화려한 스타'라면, KBS <추적 60분>은 차근차근 연기를 다진 '실력파 배우'였다. 2006년 <추적 60분>은 평택 대추리를 찾아 미군기지 확장 문제를 심층적으로 지적했다. 2008년 초에는 대운하 건설 계획 대상 지역을 보트를 타고 종단하며 운하 건설의 문제점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등의 시민단체들은 <추적 60분>을 좋은 방송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PD수첩>이 황우석 사건이나 광우병 위험성 보도로 시사 프로그램의 '스타'로 떠올랐을 때, <추적 60분> 역시 한 편에서 자신의 책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2년 전 이야기다. 정연주 KBS 사장의 퇴임 이후 KBS가 달라졌듯 <추적 60분>도 달라졌다. 예전만큼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무뎌졌다. 민언련 이지혜 방송모니터 부장은 "지난번 시민 비평 공모 때 <추적 60분>의 밋밋한 보도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시민들이 먼저 <추적 60분>의 변화를 감지한 셈이다.

 

같은 PD저널리즘 프로그램, 같은 공영방송... 차이는?

 

 

연기력이 급속히 떨어진 배우를 시민들은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KBS는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하겠다고 결정했다. "PD저널리즘을 옥죄는 시도"라며 이관에 반발한 KBS PD들은 집단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냉담했다. <PD수첩>에 대한 검찰수사 등이 진행 될 때면 'PD수첩을 지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추적 60분>과 <PD수첩>은 공영방송이란 방송체제도 같고 PD저널리즘이라는 프로그램 성격도 같다. 그런데도 평가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지 2년 만에 갈리게 되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최승호 <PD수첩> PD는 28일 <오마이뉴스> 초청 강연에서 "MBC는 노동조합과 회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공정방송조항에 의해 방송실무 책임은 모두 국장이 갖게 되어있다"며 "본부장, 이사, 사장이 방송을 하라 마라 이런 이야기를 못한다"고 말했다.

 

최 PD는 "노동조합이 이를 목숨 걸고 지켰고, PD수첩이라는 PD문화도 이를 지켜온 것"이라며 "KBS는 조직 내에서 단계별로 사안을 체크하는 시스템이 오랫동안 작용해서 뭔가 더 세게, 여과 없이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구조를 가진 MBC가 더 강력한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경철 KBS 위원장 "정연주 퇴임 이후 PD저널리즘 예봉 꺾여"

 

엄경철 KBS 새 노조 위원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공정성의 틀에 갇힌 기자저널리즘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PD저널리즘이 의제를 던지면서 존재 가치를 사회적으로 각인 받아 왔으나 2008년 8월 8일 이후(정연주 사장 퇴임) 그런 예봉들이 다 꺾여버렸다"며 "MBC에 탄압이 들어왔을 때에는 (사람들에게) '지켜야만 하는 무언가'로 인식 되었으나 <추적 60분> 이관은 그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는 "MBC는 노동조합이 구심점이 되어서 언론 노동자들이 가야할 길을 내부 토론을 통해 만들어 왔다"며 "KBS 노조는 내부 구성원들의 관심사가 너무 다양해 극심한 분열을 겪으며 구심점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어 갈 열쇠는  KBS 구성원들이 쥐고 있는 것이다.

 

KBS 내부에서도 이러한 국민들의 평가와 KBS의 현실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KBS 새 노조는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사측과의 단체 협약 결렬에 따른 파업이자 KBS의 공영성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엄 위원장은 "이번 파업의 구호가 'KBS를 살리겠습니다'"라며 "이미 죽은 혹은 죽어가는 KBS를 살리기 위해 싸우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협을 통해 새 노조가 요구하는 공정방송위원회를 만들어 뉴스나 프로그램의 자율성 침해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PD수첩, #추적 60분, #KBS , #최승호, #엄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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