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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자신과 조현오 경찰청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자신과 조현오 경찰청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이주연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한 뒤 직위 해제된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경찰 조직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채 전 서장은 29일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조 청장이 30등급제를 도입해 경찰관을 옥좼다"며 "새로운 경찰문화를 만들지 않으면 '제2의 양천서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거 만능주의 실적평가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며 "일선 경찰서 평가 기준의 핵심은 검거"라고 전제한 뒤, "평가에서 검거 점수가 제일 비중이 높으니 모든 직원이 검거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결국 주민들한테 피해가 간다"고 비판했다.

비록 직위해제를 받았지만 채 서장은 "700명 강북경찰서 직원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는 이어 "어쨌든 경찰이 조직사회인데 상사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직위해제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평소에 꼴지하던 서장이 불만을 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도둑을 잡는 것만이 경찰 임무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범죄 예방을 위한 순찰근무, 교통소통 및 안전근무, 112 신고 국민 직접 서비스 등도 경찰의 임무인데 나머지는 도외시하고 검거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자꾸 유도해나가는 조직문화를 책임지는 사람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일선 경찰관 "채 전 서장에게 한 표 던진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최지용

강희락 경찰청장이 채 전 서장을 직위해제하면서 파문을 조기 진화하고 나섰지만 하위직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채 서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조현오식 성과주의'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조 청장이 경기도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그의 성과주의는 조직 내에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2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조 청장이 경기도 경찰청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성과주의'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조 청장과 채 서장 사이에서 일어난 '성과주의' 논란에 대해 "채 서장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며 "채 서장의 생각에 공감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 청장의 성과주의는 경찰조직에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기업의 실적주의 중심의 평가 방식을 그대로 도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청장은 부산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8년 경찰 조직에 성과주의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2009년 경기도경찰청장에 부임한 그는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을 진두지휘하면서 식수와 의료품 반입을 제한해 비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누리꾼 '채 서장 지지' 서명운동... 일부는 시선 곱지 않아

경찰의 성과주의를 둘러싼 채 서장과 조 청장의 대립을 놓고 누리꾼들은 갑론을박 하며 뜨거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채 서장을 옹호하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그의 '서울경찰청장 사퇴 촉구'에 대해 '항명', '경찰대 친위쿠데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누리꾼 닉네임 '런'은 '경찰대의 친위쿠데타'라는 제목의 인터넷 게시물에서 채 서장에 대해 "경찰대 동기, 후배 감싸고 띄우기 위해서 직속상관의 뒤통수를 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차기 경찰총장 자리를 놓고 조현오 서울청장과 경쟁하는 윤재옥 경기청장이 채 서장의 경찰대학 동기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고문사건이 일어난 양천경찰서의 이재열 서장이 채 서장의 경찰대학 동기이고 형사과장은 경찰대학 후배라는 점도 지적했다.

닉네임 '우주인짱'은 "채 서장은 경찰의 순수한 임무보다는 자신의 직책을 이용하여 인맥을 형성하는데 힘써왔다"며 "물러나면서 정치적 행적을 통하여 정치에 나서려고 하는 것"이라며 채 서장의 정치권 진출을 예측하기도 했다.

일부 비판 의견이 있지만 더 많은 누리꾼이 채 서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청원게시판에는 '채수창 강북 경찰서장님을 지지합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와 29일 오후 4시 현재 1천여 명이 서명했다.

누리꾼 'Hurphist'는 "한국 사회에는 채수창 서장 같은 양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져야 한다"며 "양심의 호루라기는 내부고발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부당한 조직문화에 일침을 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마찬가지"라고 채 서장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권력의 눈치나 보는 방울고양이들이 많이 있는 한 사회는 불행한 사회"라고 정의하며 "이명박 정부에는 양심의 호루라기는 둘째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eonsoju'는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은 진정한 경찰이다"라며 "격무에 시달리시는 수많은 경찰들의 명예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그가 트위터에 남긴 이 글은 현재 백 번이 넘게 리트윗(글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전달하는 것)되며 누리꾼 사이로 퍼져가고 있다.

한편, 채 서장은 경찰청의 감찰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채 서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채 서장을 직위해제 시켰다.


#채수창#조현오#강북경찰서#경찰#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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