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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음에도 괜히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오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섭외 전화를 처음 넣었는데도 목소리가 상냥하다. 전화통화 10초면 만나고 싶은 사람인지 아닌 지가 판단이 되는 법. 그녀는 만나고 싶은 목소리였다.

24일, 만나보니 역시 예상대로 그녀는 싹싹했다. 아니 유쾌발랄했다. 그녀를 평하는 주위의 목소리는 "만나면 시끄럽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란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온갖 질문을 애써 해야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녀는 달랐다. 한 번 말을 시키면 스스럼없이 자신의 시시콜콜한 것을 다 털어 놓았다. 인터뷰하기엔 더 없이 좋은 스타일이다.

이종선 일과 후에도 안성 농협에서 실시하는 지역문화센터 발표회에 참가한 후 찍었다. 죽산 농협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좀 더 알차게 꾸려가려고 이 밤에 배우러 왔다. 그녀에게 대충이란 없는 듯.
▲ 이종선 일과 후에도 안성 농협에서 실시하는 지역문화센터 발표회에 참가한 후 찍었다. 죽산 농협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를 좀 더 알차게 꾸려가려고 이 밤에 배우러 왔다. 그녀에게 대충이란 없는 듯.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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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예금업무, 밤엔 복지업무

죽산 농협에서 근무하는 그녀. 지금 맡은 일은 낮엔 예금업무, 밤엔 복지업무다. 낮엔 창구에서 예금 손님을 상대한다. 업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죽산 농협 복지업무로 또 바쁘다. 오늘도 정상업무를 마치고, 밤에 안성 농협에서 실시하는 지역문화센터 발표회에 왔다. 거기서 하는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죽산 면민을 상대로 지역문화센터 취미교실을 꾸린다. 요가, 체조, 기타 등을 배우는 교실이다. 30~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이 교실이 돌아가도록 홍보하고 챙긴다. 그녀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요즘 같은 농번기엔 6~7명이 다녔지만, 요즘은 다행히도 20여명이 다니고 있다.

죽산 면민을 상대로 '여성 산악회'와 '노인 산악회'도 꾸린다. 일주일에 두 번 산악회를 함께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죽산 노인 요양원 연꽃마을에 방문해 봉사도 한다. 

그녀는 죽산면 35개 부락 부녀회장을 꿰고 있다. 체육대회 등 죽산면 각종 행사에도 그들과 함께 출동해서 도우미 역할을 하곤 한다. 40여명의 농가주부 봉사대도 꾸린다. 봉사대는 면민으로부터 텃밭을 빌려 옥수수와 고구마를 농사지어 팔아 생긴 금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한다. 때론 장애인이나 독거노인 등과 자매결연하여 취약농가 일손 돕기에도 나선다.

수양딸로 불리는 에피소드

그녀가 만나는 죽산면 어르신들은 무조건 남성이면 아버님, 여성이면 어머님으로 호칭한다. 그러다보니 어르신들은 모두가 자신의 딸처럼 대해준다. 한 번은 남자 어르신이 자신에게만 살갑게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줄 알고 다른 어르신에게 자신의 수양딸이라고 소개했다가, 서로 서로 그러고 살았다는 걸 확인하며 웃었단다.

밭가꾸기 죽산농협 식구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도시와 달리 이런 활동들이 시골에서는 여성 복지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밭가꾸기 죽산농협 식구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도시와 달리 이런 활동들이 시골에서는 여성 복지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죽산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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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을 하면서 느낀 점 하나. 어르신들은 손 한 번 잡아주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는 것, 특히 할머니들보다 할아버지들이 더욱 그렇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이런 지경이니 어르신들은 '수양딸'에게 자신들의 텃밭에서 나는 오이와 가지 등 농작물 등을 챙겨주는 것은 부지기수다. 또 새로 산 냄비와 약초, 칼국수, 참기름 등을 알뜰히도 챙겨준다. 마치 친정부모가 딸을 챙기듯.

경찰서 손님에게도 인사했다가 오해받아

그녀는 인사하는 것이 몸에 배었다. 한 번은 경찰서에 들렀다가 용무를 보러온 사람에게 "어서오세요"라고 상냥하게 인사했다가, 괜히 아는 척 한다고 핀잔도 받았다.

다른 식당이나 미용실을 가도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웃으며 "어서오세요"라고 튀어 나와 웃음을 자아낸다고. 그것은 단순한 직업의식이 아니라 그녀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항상 생각한다. 내가 한 건 조금인데, 주위로부터 받는 사랑은 너무 과분하다고. 자신은 부족한데도 늘 많이 칭찬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이런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다. 일처리에 있어서 꼼꼼하고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 그래서 자신과 주위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때는 아주 미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인정한다.

또 한 가지.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숨김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주위로부터 바보 같다는 말도 듣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한 마음만큼 사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길을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누구보다 사람들에게 자신이 귀하게 사랑받는 법을 잘 아는, 그래서 바보 같은 게 아니라  누구보다 약은 사람임을 알고 있을까.

봉사 농협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시골 면단위이기에 이런 종류의 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 봉사 농협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시골 면단위이기에 이런 종류의 봉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 죽산 농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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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녀는 말한다. "나는 행운아예요, 주위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으니까"라고. 이런 생각이 바로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되는 최고 비결일 듯싶다.

덧붙이는 글 | 이종선씨는 안성 죽산농협 여성복지담당자로서 죽산농협 취미교실을 꾸려가고 있다. 취미교실(기타, 요가, 체조)은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죽산농협#이종선#안성 죽산#농협#여성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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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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