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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장관이 천안함 침몰 사고 관련 열상관측장비(TOD) 동영상을 편집해 공개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공개됐다. 그동안 김 장관은 은폐 의혹과 관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는데 결국 국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25일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 특위'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3월 30일 합참 징후경보과에서 최초 화면이 오후 9시 23분 58초(실제 시각 오후 9시 25분 38초)에 시작하는 TOD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군은 "장관 지시사항이니 동영상을 편집하라"고 지시했고 김 장관에게 "최초 화면을 제외하고 공개하겠다"고 건의해 승낙을 받았다. 결국 군은 이날 오후 4시 40분쯤, 오후 9시 33분 28초에 시작하는 1분 21초 분량의 편집된 TOD 동영상을 공개했다.

 

"군 입장 난처해진다"... 동영상 편집 지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1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장관이 동영상 편집을 지시한 이유는 "초기 화면이 공개되면 오후 9시 30분으로 사건 발생시각을 정리해 발표한 군의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것"이었다.

 

이정희 의원은 "군이 TOD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사고시간의 혼란에 대한 군의 잘못을 숨기려는 목적으로 김태영 장관의 승인 아래 동영상 은폐가 진행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태영 장관을 상대로 "장관의 승인을 받고 TOD 동영상을 편집해 공개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 장관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즉답을 피한 모양새였지만 결국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정희 의원은 "군이 첫 번째 TOD 동영상을 공개한 후 '더 이상의 동영상은 없다'고 거짓말을 반복했지만 김 장관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런 거짓말이 되풀이된 것은 김 장관이 동영상 은폐를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감사원은 국방장관에게 (동영상 은폐에 관련된) 이들을 징계하라고 통보했지만 자신의 승낙을 받아 일한 하급자를 김 장관이 징계할 수 있겠느냐"며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군의 거짓말을 비호하지 말고 최종 책임자인 국방부 장관을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비협조로 천안함 특위 '침몰'

 

한편 국회 천안함 특위는 한나라당의 소극적인 태도와 국방부의 비협조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이날 종료됐다. 오는 27일로 특위 시한이 끝나지만 여야가 모두 참여한 정식 회의는 단 두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야당은 시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거부했다.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특위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를 기대했지만 한나라당은 일방적으로 회의를 취소하는 등 특위 활동을 무력화했다"며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함#이정희#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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