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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는 걸 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정년퇴임해서, 이 시대 우리들의 남편으로~할아버지로~농사꾼으로 평범하게 고향을 찾으셨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는 걸까요.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인 당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다시 태어나 또 한 번 바보 같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저 또한 다시 태어나 그 나라의 행복한 국민이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노짱!"(시민 추모글)

 

백운역 앞에 위치한 부평아트센터(이하 아트센터) 주변에 '세기의 가교, 노무현'이라고 쓰인 노란색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행사가 열리고 있는 아트센터 갤러리로 찾아갔다. '국민 대통령 노무현'이라는 후보 포스터가 출입구 앞에 빗장 걸듯 놓여져 있다. 입구로 들어서자 인간 노무현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기록했던 일기나 잠언록, 추모의 글이 그의 사진들과 함께 가지런히 사람들을 반긴다. 이내 시민들은 저마다의 추억에 빠져 각자의 자리를 잡고 노간지와 마주한다. 침묵에 잠긴다.

 

"내게는 영원한 대통령인, 세상에 단 하나였던 바보 같이 순진했던 사람, 그 사람 노무현! "

 

한국의 심장, 바보 대통령, 노간지 등 국민의 가슴 속에 갖가지 수식어들을 붙여주며 그리움에 사무치게 했던, 그리고 누구보다 더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허망하게 떠나갔던, 바보 노무현의 서거1주기가 얼마 지나지 않았던 6월23일 오후5시 부평아트센터를 찾았다. 그곳에서 인천 노사모가 주관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글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인 꽃누리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이번 시민 추모글 교감 행사는 '세기의 가교, 노무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가 살아온 전 생애의 사진 모음과 동영상,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여러 신문에 실렸던 정치 역정, 그리고 대통령이었지만 평등한 시민으로서 국민들을 아끼며 사랑하고자 했던 그의 따스함이 묻어나는 스크랩 등이 전시됐다.

 

"사람다운 사람, 당당한 지도자, 노 무 현"

 

그와 평생지기로 교감을 나누었던 정치인들의 울음 섞인 사진들의 모습 속에, 그의 고향을 찾은 할아버지의 휠체어를 밀며 농을 나누던 사진 속에, 서거 당일 폭우를 온몸에 맞으면서도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엉엉 울며 그의 이름을 목 놓아 외치던 시민들의 슬픔 섞인 사진들까지 전시돼 있었다. 사람다운 사람, 당당한 지도자로 함께 하고자 했던 인간 노무현을 다시 살아나게끔 하는 생생한 모습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다시 울려놓기에 충분했다.

 

전시회에 앞서 개막행사 사회를 맡았던 신은호 부평구의회 운영위원장은 "비록 그의 육신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인간 노무현, 바보 노무현이 가고자 했던 의로운 길을 후대 세대인 우리가 몸소 실천하며 만들어 가야한다"며 " "고귀한 정신과 가치들을 올바로 발현해 참된 민주주의가 다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기꺼이 우리가 디딤돌이 돼 보듬어 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을 추모하는 동영상 '노무현의 오래된 생각'이 잔잔한 노래와 함께 상영되자 시민들은 모두 눈시울을 훔치며 빠져들었다. 특별강사로 초빙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눈을 감으며 그를 추억하는 듯 상영 내내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날 마지막 초청 강연을 진행했던 백기완 소장은 홀로 외롭게 쓰러져 간 인간 노무현을 기억하는 길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그리고 뼈 있는 시민의식을 갖고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당신과 우리가 꿈꾸는 통일 세상'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분단 조국의 오래된 역사와 불편한 진실, 현 정권의 냉전회귀에 대한 비판, 비정규직 문제, 신자유주의의 폐단, 통일운동과 관련된 개인사, 이 시대 우리가 해야 할 가치적 담론 등을 주제로 시민과 토론했다.

 

한편 이날 전시회에는 남동구청장 배진교(민노당) 당선자와 남구청장 박우섭(민주당) 당선자, 류수용(민주당) 시의원 당선자 등 6·2지방선거 당선자들이 함께해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 의미를 더해 주었다.

 

 

덧붙이는 글 | 부평신문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바보 노무현, #인간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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