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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수정안 결국 '사망선고'"

"대기업 유치 호기...2~3개 대기업과 물밑 접촉"

 

지역마다 다르다. 또 언론사마다 제각각이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 건설을 위해 발의한 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되자 다시 본색을 드러냈다. 속내는 다르지만 충청과 호남, 영남권 등 대부분 지역 언론들은 '사필귀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보수신문과 방송사들은 달랐다.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기 전부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던 보수신문들은 지난 정권 탓을 하며 수정안 편들기에 집착하는가 하면 월드컵에 올인 하고 있는 방송사들은 지역 현안을 아예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오히려 종합편성채널 사업권 획득을 위해 본색을 드러내는가 하면 시청료 인상에 골몰하는 양태다.

 

[충청권] "세종시 수정안 결국 사망선고...그럴 줄 알았다"

 

수정안 부결 소식에 가장 민감한 곳은 충청권이다. 지난해 11월 4일 이 지역 출신인 정운찬 국무총리의 세종시 수정계획 공식발표이후 올 1월 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3월 16일 세종시 수정법률안 국무회의 의결 등으로 순식간에 선회하는 것과 비례해 들끓던 충청권 민심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지역 언론들은 23일 세종시 수정안의 상임위 부결 소식을 1면 톱뉴스와 해설, 사설 등에서 다뤘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벼랑 끝에 선 세종시' 등의 제목과 함께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 중 <충북일보>는 '세종시 수정안 결국 '사망선고''란 격한 제목을 1면 머리로 뽑기도 했다. "진즉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들이다.

 

<대전일보>는 이날  사설 '상임위 부결로 새 국면 맞은 세종시 수정안'에서 "지난 9개월여 동안 논란을 빚었던 세종시 수정안이 어제 국회 상임위 표결에 부쳐져 결국 부결됐다"며 "수정안 처리 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된 배경은 최근 치러진 6.2 지방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민심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충청투데이>도 이날 ''세종시 후유증' 최소화에 나서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원칙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정략적·지역적인 이념의 틀에 갇힐수록 자꾸 꼬인다"며 "세종시에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면 이를 보완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다시 이명박 대통령 공약을 끄집어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는 대통령 공약이다"라며 "원안을 고집할 경우 '국물도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정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영남권] "대기업 물밑 접촉... 좌고우면할 것 없이 본래 취지대로 가야"

 

 

충청권 일간지 외에도 각 지역의 일간지들은 세종시 수정안 상임위 부결을 주요의제로 다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충청권과 속내는 다르다. 세종시 부결에 따라 입주 예정 대기업들이 대체부지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면에 가득 투영됐다. <대구신문>의 이날 1면 '대구시, 2~3개 대기업과 물밑 접촉'이란 제목의 기획시리즈 첫 편 기사는 다른 언론사들보다 한 발 빠르게 나아갔다.

 

"첨단의료복합단지·경제자유구역·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의 성공적 조성으로 재도약을 꿈꾸던 대구·경북은 가장 큰 과제인 대기업 투자유치에 있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 세종시와 겹치면서 또 다시 '좌절'을 겪게 됐다는 패배감에 젖었다"는 기사는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22일 국회 상임위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크게 반겼다.

 

기사는 이어 "대구·경북은 이들 기업의 투자계획이 전면 재검토 된다면 투자유치를 위한 '좋은 기회'가 다시 왔다"며 "대구시의 경우 2~3개 대기업과 벌써 '물밑 접촉'에 들어간 상태"라고 대구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제신문>은 이날 '동남권 신공항 지역이해에 매몰돼선 안 돼'란 제목의 외부 전문가 칼럼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이 지역의 상생과 국가균형발전,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전기를 만들기 위한 국책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지역경제는 물론, 자칫하면 국가경제 전체와 역사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산일보>는 이날 사설 '세종시 논란 접고 국론 분열의 상처 씻어야'에서 "세종시 원안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에서 출발하고 있다"며 "이제는 좌고우면할 것 없이 그 본래 취지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알파'논란도 이른 시일 내 매듭지어야 한다. 유념해야 할 것은 다시는 역차별 등 지역균형발전 역행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사설은 강조했다.

 

[호남권] "대기업 유치 호기...세종시 특수, 기업유치 총공세"

 

 

광주·전남과 인근 전북지역 언론들도 그동안 위축됐던 기업유치에 청신호가 드리워졌다며 들뜬 분위기를 지면에 가득 담았다. <광주일보>는 이날 '광주·전남, 대기업 유치 호기'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세종시 투자를 약속한 대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다"며 "당초 세종시에 4조51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삼성과 한화, 웅진, 롯데 등 대기업들이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대체 부지 찾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광주는 2조500억 원으로 LED·그린에너지·헬스케어(Healthcare)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삼성그룹, 전남은 1조3270억 원을 석유화학·태양전지산업 등에 투자하겠다는 한화그룹에 각각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기사는 "강운태 광주시장 당선자도 최근 '이번 지방선거로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세종시로 갈 예정이었던 기업들을 적극 접촉해 광주로 데려 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전북도민일보>도 이날 ''세종시 특수' 기업유치 총공세'란 제목의 2면 머리기사에서 "정부의 수정안이 물거품 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입주예정 기업 사냥을 본격화해야 한다"며 "앞서 국내 굴지 기업들은 수정안이 부결되면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대체 부지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혔던 만큼 전북의 유치공략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조중동] "'노무현 대못' 앞에 무릎...?", 수정안 편들기 집요

 

지역 신문들의 들뜬 분위기와는 다르게 서울의 보수신문들은 상반된 분위기를 지면에 담았다. 묘한 분위기가 읽힌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 ''노무현 대못' 앞에 무릎 꿇고 만 이명박 정권'에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세종시 수정법안 부결을 지난 정권 탓으로 돌렸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 의견이 50%를 넘는다"는 사설은 "세종시에 중앙 부처 '9부2처2청'을 옮겨 정부를 둘로 쪼개면 행정·경제적 비효율과 낭비가 심각할 수밖에 없고,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보다 수정안에 담긴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세우는 게 충청 지역발전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국민의 절반 이상이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고 애매한 논조를 늘어놓았다.

 

그런 뒤 "정치적 망치와 장도리도 없이 '노무현 대못'을 뽑겠다고 덤벼들었다 공연히 힘만 쓰다가 만 꼴이 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기네 잇속을 챙기는 국민 마음의 허를 정확히 찌르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권의 정치 수법이 못을 뽑기에는 너무나 하수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라고 에둘러 지적했다.

 

<조선>의 '노무현 대못'을 들고 나선 이날 사설 결론은 참으로 가관이다. "북에선 김일성의 '유훈 통치'가, 남에선 노 전 대통령의 '대못 통치'가 아직도 위력을 떨치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비웃고 있는 게 한반도의 슬픈 정세"라고 비통해 했다. 그동안 얼마나 세종시 수정안에 공을 들여왔는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세종시 수정안 편들기에 집요하기는 마찬가지. <동아>는 22일 사설 '세종시 수정 결사반대… 표결은 거부하는 비겁함'에서 "지방선거 승리 이후 세종시 문제 처리에 임하는 야당의 태도가 갈수록 태산"이라며 야당에 집중포화를 가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5당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수정안 철회 및 원안 이행 등 5개항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에는 정운찬 총리 등 수정안 추진 관계자 전원에 대한 해임도 포함돼 있다. 정부를 무릎 꿇리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지나친 감이 있다."

 

그러면서 사설은 세종시 수정안 편들기를 노골적으로 했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는 9부2처2청의 이전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사안이다. 수도 분할에 버금가는 내용이다. 지난 9개월간 찬반 논란으로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반 법안과는 사뭇 그 성격이 다르다"고 침이 마르도록 수정안 사수의 뜻을 피력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에서 "세종시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은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원안대로 갈 경우 세종시에 들어가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수정안에 들어가 있는 과학비지니스벨트 조성, 저렴한 땅값,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원안에는 없어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04면 "과학비즈니스벨트도, 땅값 이점도 없는 세종시에 뭐하러…"란 제목의 기사에선 "기업들은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하고 정부와 맺은 이행각서는 세종시 수정안 통과를 전제로 맺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수정안이 아니라면 이행각서도 효력을 잃는다"는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말에서 수정안에 대한 강한 애착이 묻어난다.  

 

[지상파 방송3사] "우린 월드컵 축구에 올인"...무비판 '비난'

 

종합편성채널 사업권 획득을 위해 뛰고 있는 신문사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각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세종시 현안에서 만큼은 기이할 정도로 한 목소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KBS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신문들이다.

 

그래서 일까.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던 움직임이 포착되던 날 지상파 방송사들은 모른척하고 월드컵 축구에만 올인했다. 21일 민언련은 'MBC·SBS는 상황 전달, KBS보도 안 해'란 제목의 방송사 모니터 결과에 대한 논평에서 그 움직임을 간파했다.  

 

논평은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20일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표결에서 부결되면 원안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당초 세종시 투자를 결심할 때 주된 동기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입지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올 것이란 점과 원형지 개발이나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보고 (결심)했었기 때문에, 원안으로 하게 된다면 사실상 기업들이 입주할 유인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각종 인센티브를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방송사들의 보도행태를 주목한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방송3사는 정치권 상황 전달에 그치며,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따지지 않고 있다"며 "SBS와 MBC는 각각 19일과 20일 박 수석의 '인센티브 백지화' 발언을 전하고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나열하는데 그쳤지만 KBS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방송3사는 줄곧 전체 뉴스의 대부분을 월드컵 경기 소식과 시민들의 거리 응원을 다루는데 할애했다. 


태그:#세종시, #수정안,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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