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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이후 각 정당은 전당대회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로 한껏 기세가 오른 민주당은 '지도부·지도체제' 개편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2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순수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순수집단지도체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지도체제라는 것이다.

 

그의 순수집단지도체제론은 "전당대회를 통한 세력교체와 임무교대"론에 맞닿아 있다. 즉 지금의 정세균 대표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박 최고위원은 "한국 민주정당 역사 속에서 4년 연속으로 총재나 대표를 한 예가 없다"며 정 대표 체제 교체를 강조했다.

 

이는 지방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당권(당 대표)과 대권(대통령 후보)을 모두 정세균 대표에게 몰아주려는 당 주류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난다. 바꾸어 말하면 정 대표의 지도력을 크게 인정치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박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인을 "국민들이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 민주당에게 잠시 '승리의 표'를 맡겨주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선거 기간 동안에 지도부는 승리의 핸들을 이미 놔버린 상태였다"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보다 어느 누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당선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당권과 대권 분리를 강조했다.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 특정인의 정치적 야욕에 의해 공당이 사당화 될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도 우려했다.

 

박 최고위원은 오는 8월 개최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서 "특정세력이 지속적으로 당을 장악하기 위한 행사로서 전당대회는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특정세력의 임무교대가 아닌 세력교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방선거 승리 요인을 두고 민주당 안팎,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의 평가가 다르게 나오고 있다. 승리 요인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

"어찌됐든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승리의 본질이 뭐냐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잘해서 민주당을 선택했다는 국민은 2.4%에 불과했다. 79%의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그게 바로 민주당 지방선거 승리의 본질이다.

 

야권의 유일한 교섭단체인 민주당을 통해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잠시 '승리의 표'를 맡겨주신 것이다. 국민들께서 잠시 이 맡긴 이 표에는 민주당이 더욱 견제와 비판을 잘하고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높이라는 채찍도 함께 포함돼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방선거 승리의 표는 국민들께서 잠시 맡겨놓으신 것이지 결코 민주당 소유가 아니다."

 

- 그렇지만 당 주류 일각에서는 야권연대 성사 등 당 지도부의 지도력이 평가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민주당이 승리를 위한 연대에 얼마나 과감한 양보를 했나? 승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 기간 동안에 지도부는 선거결과를 예상했나. 승리의 핸들을 이미 놔버린 상태였다. 출구조사도 나오기 전에 지도부에서 뭐라고 했나? '호남 외에서 두 군데 승리하면 이기는 싸움'이라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

 

민심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승리예측도 못하고, 승리의 길목조차 찾지 못해 헤맸다. 그런데 국민들께서 잠시 맡긴 표로 승리하니까 '내가 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 되나. 하늘이, 국민이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승리의 항구에 내려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당내 경선 잡음도 만만치 않았다.

"당내 경선이 치러진 곳 중 712곳에서 이의제기가 들어왔다. 유례없는 일이다. 경선이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또한 경선방법이 특정세력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치러지는 곳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승복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경선방법 때문에 당 내분의 상처가 너무 크고, 당 화합과 결속이 분열되고 이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데도 지도력 운운할 수 있나.

 

이번 표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준 것이지 특정 정치인을 좋아해서, 또 그 지도력을 지지해서 준 것이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이를 망각하고 당권욕에 빠진 특정세력이 당내 정치에 이용한다면 민주당이 정신 차리고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겸손한 자세로 승리의 본질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오는 8월 전당대회는 바로 그런 겸손한 평가와 혁신의 마당이어야 한다."

 

- 그렇다면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성격은 어떤 것이어야 한다고 보나.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교체 가능성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았다. 따라서 민주당은 2012년 대선승리의 확신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전당대회를 통해 보여드려야 한다. 제2창당에 가까운 대회로 전당대회를 치를 필요가 있다. 특정세력에 의한 임무 전횡과 회전문 인사를 통한 특정세력끼리의 임무교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특정세력이 지속적으로 당을 장악하기 위한 행사로서 전당대회는 의미가 없다. 이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행위다.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특정세력의 임무교대가 아닌 세력교체다."

 

- 얼마 전 정세균 대표가 '당권과 대권의 분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는 말로 당권·대권 분리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군림의 리더십 시대는 지났다. 분배와 균형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누가 대선 후보가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느 누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당선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보면 당 대의원의 65%가 당권과 대권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권한집중에는 반드시 비리와 부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대권후보가 당권까지 쥐면 당직임명이나 지역위원장, 대의원 선임을 자의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권한은 있는데 책임은 뒤따르지 않는다. 당권과 대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 특정인의 정치적 야욕에 의해 공당이 사당화 될 위험성이 너무 크다."

 

- 당 지도체제 형식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시 순수집단지도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의원들을 비롯한 많은 당내 인사들이 공감을 표했고 동의했기 때문에 박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이다. 그런데 정세균 대표가 '순수집단지도체제는 야당에 맞지 않다'고 일언지하에 일축한다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당 주인인 당원의 뜻을 무시하는 적절치 않은 언행이다. 정 대표는 진지하고 성실하게 당 지도체제와 관련한 논의의 마당을 만들고 당원의 뜻을 물어야 한다."

 

- 그렇다면 박 최고위원은 어떤 체제가 당 지도체제로 적합하다고 보는가.

"민주당 내에는 지도자로서 능력과 자질을 평가받을 수 있는 분들이 많다. 이 분들이 당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단일성지도체제에서  대표로 출마했다가 혹여 지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말 그대로 '전부 아니면 전무,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이 되고 만다.

 

정당이 활용 가능한 다양한 인물군을 육성하고, 역량의 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순수집단지도체제가 효과적이다. 순수집단체제를 도입하여 치르는 전당대회는, 새로운 인물이 부상해서 가능성을 평가받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변화하고 있구나, 민주당이 고쳐지고 있구나' 하고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새로운 인물이 전당대회를 통해 선을 보이고 새로운 지도부로 합류해서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정당이란 특정세력의 지속적인 임무연장이 아니라 전당대회를 통해 세력교체와 임무교대가 줄기차게 일어나야 하는 곳이다. 한국 민주정당 역사 속에서 4년 연속으로 총재나 대표를 한 예가 없다."

 

- 새로운 인물의 부상이 최고지도부 합류로만 이뤄지는 것은 한계가 있을 듯하다.

"그래서 '예비내각(Shadow Cabinet)제'를 도입해야 한다. 영국식 예비내각제를 도입해 당내 역량 있는 인물을 발굴해서 대중적 정치스타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총리도 예비에너지 장관, 예비노동부 장관 등으로 활동하며 대중정치인으로 정치역량을 쌓았다.

 

현재의 정책조정위원회를 예비내각제로 전환해서 인재양성, 신진인사 발굴을 확대하여 한국의 토니 블레어, 클린턴을 양성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15개 부처에 대응한 예비장관을 임명하면 대중정치인 양성과 민주당 수권능력 향상이라는 성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서 선거혁명을 주문했다.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유권자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한 새로운 변화는 세력교체를 통한 임무교대다. 이를 위해서는 당원들의 투표혁명이 절실하다. 새로운 인물을 전면배치하고, 새로운 모습의 민주당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민주당의 새로운 모습은 새롭게 기회를 보장받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순수집단지도체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올 오어 낫씽' 게임으론 당의 미래전략을 짤 수 없다. 한 사람의 출중한 능력보다는 여러 사람의 지혜와 능력이 합해져서 더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타 정치세력, 타 정파와 연대하기 위해서라도 순수집단지도체제가 바람직스럽다. 기득권을 쥔 세력에게 효율적 연대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태그:#박주선, #민주당 전당대회, #정세균, #박지원, #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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