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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인가. 도법 스님이 계시는 실상사에서 아는 후배 목수가 생태 화장실을 만든다기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곳에서 실상사 대안학교 여선생님들과 조그만 원두막에서 밤새워 술 마셨던 게 생각날 뿐이다. 그냥 술 먹은 생각만 나고 생태 화장실은 통 기억이 안 난다. 

그때 그 후배 목수는 생태 화장실을 짓는다고 원목으로 사궤 맞춤을 해서 기둥과 보, 서까래를 만들고 나중에는 고민하다가 칼라 강판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 전북 진안에서 그런 생태 화장실을 짓는다기에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에서 많이 검색도 해보았지만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지리산 함양에서 본 원조 똥돼지 화장실.
 지리산 함양에서 본 원조 똥돼지 화장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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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함양에서 본 똥돼지 화장실의 원조. 이곳은 화장실이 너무 작았다. 똥 싸는 데는 사방 1미터도 안 되지만 밑에 똥돼지가 있는 곳이 넓어 아주 실용적이었다. 이곳이 특이한 건 화장실을 서까래에 철사로 매달아 놓았다는 것이다. 나무로 서까래에 달아낼 수도 있지만  왜 서까래에서 철사로 매달았을까? 아니면 나중에 보강한 것인가?. 

내가 문경에서 집을 지을 때 집주인이 그냥 뚝딱뚝딱 망치질하더니 훌륭한 생태 화장실을 만들었던 게 기억난다. 그냥 사각 구멍 하나 뚫어 놓은 화장실이었는데 이색적이었던 건 똥을 싸고 담배 잎사귀를 뿌려주면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옛날에 거름탕에다 돌멩이 두 개를 얹어놓고 똥을 싸던 기억과 오줌통에 오줌을 싸던 일이 먼 기억으로 생각날 뿐이다. 전라도 어느 고을에서 본 것인데 재를 쌓아놓은 거름탕 앞에  땅을 파놓고 막대기를 하나 놓고 그곳에다 똥을 싸고 막대기로 가랭이 밑으로 해서 거름탕에 던져 넣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생태 화장실을 전북 진안군 부귀면 생태마을에서 짓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 소리를 듣고 별 내색을 하지 않고 대답을 회피했다. 그건 예전에 죽어도 개집은 안 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목수가 개집을 지으면 개목수가 되니까.
   
목조주택 전문가라는 명함을 가지고 개집도 아니고 똥돼지집을 지으라니... 별로 탐탁치 않은 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일을 하다 일거리를 남겨두고 올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생전 처음으로 똥돼지 생태 화장실을 짓게 되었다.

그러나 뭐든지 하면 못하는 게 있을까? 이번에 생태화장실을 짓는 데는 우리가 익숙한 목조주택 재료를 가지고 목조주택 방식으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안에 있는 생태마을에서 똥돼지 생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구상을 했다. 이곳 주인들이신 최종수 신부님과 정병석님이 그동안의 경험과 상상력을 총동원해 생태 화장실을 고민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봤는데 절대 어디 책이나 인터넷을 뒤지는 것 같지는 않고 우선 귀로 들었던 제주도 똥돼지를 찍어놓고 그쪽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가을인가. 이분들과 실상사 도법 스님을 만나러 갔을 때 똥돼지 생태 화장실 이야기를 꺼내니까 스님께서는 "똥이 튀기는 게 문제니까 사람이 똥을 싸러 들어 가기 전에는 문이 닫혀져 있어 똥을 쌀 때 돼지가 요동쳐 사람이 불안하지 않게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생태 화장실 뒷면. 똥돼지가 살아갈 곳 이 정도면 돼지집으로는 호텔급일 것이다.
 생태 화장실 뒷면. 똥돼지가 살아갈 곳 이 정도면 돼지집으로는 호텔급일 것이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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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에 본체 건물을 마무리하고 드디어 생태 화장실을 짓기 위해 중지를 모았다. 우선 지붕의 반쪽을 썬나이트로 올리기로 했다. 썬나이트를 쓴 이유는 돼지막을 건조시키고 통풍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외부 빗물에 노출되는 곳은 방부목으로 해 나무가 썪는 걸 방지했다.

정면에는 왼쪽으로부터 남자 소변기, 남자 대변기, 여자 대변기, 남자 대변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화장실은 현대식 목조 생태 화장실이라고 명명하면 되겠다. 모든 걸 목조로 했으니까. 여기 사는 똥돼지도 목조주택에서 사는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앞에서 본 생태 화장실
 앞에서 본 생태 화장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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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성돼 가는 똥돼지 생태 화장실. 최현대식 목조방식으로 시공했다.
 거의 완성돼 가는 똥돼지 생태 화장실. 최현대식 목조방식으로 시공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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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짓고 있는 화장실은 지리산 함양에서 본 똥돼지 화장실 모습과는 형태가 천지 차이다. 기둥과 서까래는 똑같은 나무이지만 가공되고 건조된 고급 목재로 지었기 때문이다. 벽은 흙과 합판으로 다르고 계단도 돌로 쌓았다. 지붕재료도 그땐 초가지붕이었지만 지금은 싱글이나 썬나이트로 했다.
   
방부목으로 좌변기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최 신부님은 이곳에 똥은 그대로 돼지한테 선사하고 오줌은 따로 분리해서 요긴하게(?) 쓰겠단다. 그 분리 방법이 이 생태 화장실의 키포인트일 것이다. 

좌변기를 만들고 있다.
 좌변기를 만들고 있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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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마지막으로 사람이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는 좌변기를  나무로 개발해 만들었다. 최종수 신부님과 목조주택 학교에서 수강생으로 졸업한 이광택 목수님의 작품이다. 이 목조형 생태 화장실 변기는 우선 묵직하니 무게감이 있어 안전감이 있다. 

시골에 살다보면 외부에 화장실 하나씩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나 푸세식 화장실은 변이 고여 있어서 냄새가 나고 불결하기 때문에 꺼려한다. 그러나 간결하고 인간이 가장 편안하고 자연적으로 미생물들이 대변을 분해시킬 수 있는 걸 고민하면 그런 문제를 해결되리라 본다.

이처럼 화장실 하나라도 인간이 생태환경을 고민한다는 건 자연을 살아가는 생물체로서 기본적인 양심에 속할 것이다. 

완공된 똥돼지 생태 화장실.
 완공된 똥돼지 생태 화장실.
ⓒ 장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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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생태화장실 , #똥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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