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 가정식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오희수씨. 사는 집을 한옥으로 바꿔놓으니 자식은 물론 손자들까지도 좋아한다고 싱글벙글이다.
 지리산 자락 구례에서 가정식 한옥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오희수씨. 사는 집을 한옥으로 바꿔놓으니 자식은 물론 손자들까지도 좋아한다고 싱글벙글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자식들, 손자들 생각해서 지었어. 돈 몇 푼씩 나눠주는 것보다 이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마침 우리 마을이 행복마을로 지정돼서 한옥을 지으면 돈도 지원해 준다고 하고…. 한옥 지어논께 모다 좋아해. 우리 부부가 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제."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 오희수(70)씨의 얘기다. 오씨는 지난해 도비 2000만원과 군비 1000만원을 지원받고 자비 1억2000만원을 더해 한옥을 지었다. 지방비 지원은 신축한 한옥의 방 한두 칸에 민박손님을 받는다는 전제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풍스럽고 생활도 편리하게 한옥을 지은 이후 자식과 손자들이 자주 찾아왔다. 예전엔 마지못해 오고 또 오더라도 불편하다며 갈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하루 이틀 머물다 가는 게 다반사다.

손자들도 할아버지의 한옥집이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올 때마다 지리산에 오르고 섬진강에서 물놀이를 하며 집에 갈 생각을 않는다. 이런 모습에 노부부가 행복해 하는 건 당연지사.

"자식들만 좋은 게 아녀. 우리 생활도 편하제. 집이 넓어서 청소가 좀 힘들긴 해도 편허고, 또 깨끗헌께 산기 좋제. 내가 췌장암 수술을 했었는디, 내 건강도 많이 좋아졌제. 한옥이 이렇게 좋은지 예전엔 미처 몰라부렀네."

오희수 씨의 한옥민박. 겉은 전통의 한옥 형태지만 내부는 완전 현대식으로 이뤄져 있어 하룻밤 묵는데 불편이 없다.
 오희수 씨의 한옥민박. 겉은 전통의 한옥 형태지만 내부는 완전 현대식으로 이뤄져 있어 하룻밤 묵는데 불편이 없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행복마을로 지정되고 장독대와 어우러진 한옥이 열댓 채 들어서고 돌담길도 고치면서 마을 분위기가 활기로 가득하다. 이 마을에서 살고 싶다며 찾아들어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주민들의 자부심도 생겼다. 귀농하는 사람도 생기고 펜션을 짓는 외지인도 생겼다. 마을구경을 위해 부러 찾는 사람들까지도 생겨났다. 이렇게 최근 1년 동안 다녀간 사람이 7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마을이 살 만한 곳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땅값도 꽤 올랐다.

부수입도 쏠쏠하다. 한옥에서 민박손님을 받고 식사를 해준 게 새로운 소득원이 되고 있다. 손님을 위한 이부자리를 빨고 말리고 정리하는 것도 재미와 함께 보람있는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관광객들도 좋아한다. 편안하고 깨끗한 집에서 그리 비싸지 않게 그리고 여유롭게 하룻밤 묵으며 정갈한 시골밥상까지 받으며 흡족해한다. 특히 안주인 왕효순(68)씨의 손맛은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왕효순 씨가 정성껏 차린 시골밥상. 골고루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럽다.
 왕효순 씨가 정성껏 차린 시골밥상. 골고루 푸짐하면서도 맛깔스럽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처음엔 가정식 민박이라고 시큰둥하던 사람들도 금세 좋아하더랑께. 고향집 같고 내집 같다고 모두 좋아해. 아거들도 그렇고…."

이 모든 것이 행복마을의 한옥 덕분이다. 주민들 생활도 편리하고 새로운 소득원도 생기고, 관광객들도 깨끗한 방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수 없는 한옥민박이다.

한편 지난 2005년 말 '한옥지원조례'를 제정한 전라남도는 마을에서 10동 이상의 한옥을 새로 지을 경우 2000만원(시·군비 지원 별도)을 지원하고, 연리 2%의 저리로 3000만원까지 융자도 해주고 있다. 이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한옥을 지어 주민들이 살기 편하도록 해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민에게도 농어촌 체험 기회를 주면서 주민소득도 높이자는 데 목적이 있다.

오희수 씨네 한옥민박. 하룻밤 묵은 슬비와 예슬이가 오씨네 한옥 앞마당에서 패드민턴을 치며 놀고 있다.
 오희수 씨네 한옥민박. 하룻밤 묵은 슬비와 예슬이가 오씨네 한옥 앞마당에서 패드민턴을 치며 놀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오희수, #한옥민박, #행복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