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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0권의 '네팔문화시리즈'를 구상하고 있는 이근후 박사(이화여대명예교수)가 <신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도서출판 하나의학사)란 제목으로 6월 10일 그 세 번째 책을 펴냈다.
 
해마다 네팔 관련 책을 발간하고 네팔화가들을 초청하여 전시회를 열며 네팔 사랑에 유별난 이근후 박사를 만나기 위해 삼청동 가족 아카데미아 네팔 캠프 사무실을 찾았다.

 

"처음 이 책이 출판될 때만 해도 네팔은 다소 생소한 나라였습니다. 세계 각국의 등반대가 찾는 히말라야가 주되게 알려진 탓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나 습관 등 삶의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 났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나머지 매년 네팔을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네팔 문화에 관한 에세이를 쓰게 되었습니다."

 

1982년 네팔을 첫 방문하면서부터 쓰기 시작한 박사님의 네팔문화 이야기는 지금도 월간 < Mountain >에 연재 중에 있다.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네팔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경험은 이 박사 개인에게는 엄청난 축복이었다는 것.

 

"그런데 네팔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 에세이를 썼던 시절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생소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네팔문화시리즈 3권으로 낸 까닭은 이런 흔적들을 오늘의 네팔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초간 때와 달라진 부분은 제가 찍었던 사진 대신 네팔 중견화가 Govinda Dongol 교수님의 그림으로 채운 것입니다."

 

원래 이 책은 1995년 같은 제목으로 '정신과 의사가 들고 온 히말라야'라는 부제를 달아 길벗출판사에서 출간했던 것을 네팔 중견화가 Govinda Dongol 교수 그림을 곁들여 다시 복간을 했다.

 

한 면에는 이근후 박사의 에세이를, 다른 한 면은 네팔화가의 그림으로 채워 넣어 한·네팔 문화교류의 장을 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책에는 네팔의 신화와 민담 등 36편에 달하는 이근후 박사의 주옥같은 에세이와 62점에 달하는 Govinda Dongol 네팔화가의 그림이 함께 실려져 있어 생동감이 한층 더 넘쳐나고 있다.

 

살아있는 처녀 신 쿠마리에서부터 우주 삼라만상을 창조하는 브라흐마, 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슈누, 파괴를 일삼는 시바, 코끼리의 얼굴을 가진 가네시 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네팔화가의 그림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흥미진진한 신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책

 

특이한 점은 Govinda Dongol 화가는 네팔에서도 주로 가네시(Ganesh) 신을 여러 가지 형태로 그리는 화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가네시에 대한 그림 7점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네팔의 수천 수만의 신들 중에서도 가네시는 축복을 내리는 신으로 네팔인들은 무슨 일을 시작할 때 가네시 신에게 가장 먼저 경배를 드린다.

 

가네시는 시바신의 아들이다. 시바 신에게는 가네시와 쿠마르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시바는 두 아들을 불러 지구를 한바퀴 돌아 여행을 하고 오라고 명령했다. 이 명령을 받은 쿠마르는 독수리를 닮은 가루다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가네시에게는 가루다 대신 작은 쥐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는 그 쥐를 타고 날 수 없었다. 그때 근심에 찬 주인 가네시를 보고 쥐가 말했다.

 

"가네시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존경해야 할 분은 부모님이시고, 부모님에게 가장 좋은 일은 효도하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쥐는 가네시에게 집안을 깨끗이 쓸고 아버지 시바를 모셔다 큰 절을 세 번 올리라고 일렀다. 가네시는 쥐가 말한 대로 하고 시바 신에게 세 번 큰 절을 올렸다. 시바는 너무 기뻐하면서 가네시에게 축복을 내렸다.

 

"누구든지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제일 먼저 너에게 예배를 드려야만 성취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네팔에서는 가네시에게 맨 먼저 디요의 등잔불을 바치는 풍습이 생겨나게 되었다. 네팔 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에도 맨 첫머리에 "스리 가네스(Sri Ganesh)"라고 쓴다.

 

가네시의 형상은 머리에는 황금빛 관을 쓰고, 얼굴은 코끼리 모습, 미간에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코는 대개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코끼리 코이며, 오른쪽 상아가 하나 부러져 있다. 팔은 보통 넷인데, 오른손에는 전투용 도끼를 쥐고 있고, 왼손에는 부러진 이빨을 들고 있다. 또 다른 왼손에는 꿀단지를 들고 있으며, 오른쪽 다른 한손은 부처님처럼 손바닥을 내보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뱀 형상으로 허리띠를 하고 있고, 다리는 가부좌를 틀고 있으며 때로는 반가상 모습을 하고 있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을 하고, 곁에는 항상 쥐를 거느리고 있다. 이 쥐가 바로 가네시에게 지혜를 준 쥐이다. 가네시는 왜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을까? 이근후 박사는 그 궁금증을 다음과 같이 풀어준다.

 

'가네시는 처음부터 코끼리 형상은 아니었다. 시바의 부인 파르파티는 그의 몸에서 비듬을 모아 사람 형상을 만들어 갠지스 강에 띄워 보냈다. 이 비듬 모양의 사람에게 갠지스 강의 신인 강가가 생명을 불어 넣어 탄생을 시킨 것이 가네시이며, 이로 인해 파르파티와 강가가 서로 생모라고 싸웠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파르파티는 자신의 분신인 비듬 인간을 침실의 문지기로 삼고 모든 출입자를 통제하게 되었는데, 문제의 발단은 시바가 파르파티의 침실로 들어가려는 것을 막은 것에서 일어났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시바는 문지기 가네시의 목을 쳐서 죽여 버린다. 이를 안 파르파티는 충격을 받고 죽은 문지기가 바로 자신들의 아들임을 시바에게 알린다.

 

이 이야기를 들은 시바는 파르파티의 노여움과 슬픔을 풀기 위해 문지기의 머리를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요귀들이 이미 먹어치운 후였다. 시바는 파르파티에게 약속을 한다.

 

"파르파티여, 맨 처음 당신 앞에 지나가는 최초의 생명체의 머리를 죽은 문지기의 몸에 붙여 새롭게 탄생하도록 해 주겠소."

 

그런데 공교롭게도 코끼리가 제일 먼저 지나갔다. 그래서 코끼리의 목을 잘라서 문지기의 몸통에 이어줌으로써 오늘날의 가네시 형상이 탄생되었다. 정신분석학에서 흔히 인용되는 가설 가운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것이 있다.

 

이성의 부모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동성의 부모에 대한 적개심을 갖는 환상적이고 공상적인 애정의 삼각관계를 말한다. 5세 전후의 소년 소녀가 이성의 부모를 사랑하고 동성의 부모와 애정적인 경쟁을 벌인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가설을 원용하면 가네시는 부모가 이성 또는 동성의 자녀를 두고 벌이는 역설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말해도 되겠다…….

 

네팔에서는 산간 가파른 고갯길을 운전하는 버스 기사가 갑자기 핸들을 놓고 이마에 손을 조아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그때 주변을 살펴보면 길가에 영락없이 가네시 상이 앉아 있다.

 

밑에는 천길 낭떠러지여서 아차하면 불귀의 귀신이 될 터인데 가네시 상이 있는 아슬아슬한 벼랑길에 상관하지 않고 그때마다 운전수들은 두 손을 놓고 성호 비슷하게 긋는다. 보는 자는 간담이 서늘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날 지경인데…."(본문 117페이지, "코끼리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 중에서)

 

<신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는 이런 식으로 네팔의 수많은 신들에 대한 야야기를 재미나게 엮어가고 있다. 원래 이 제목은 하이네의 시 가운데 있는 구절이다. 하이네가 힌두의 신을 의식하고 썼는지, 아니면 모든 대상에서 신성을 부여하면서 썼는지는 모른다.

 

 

네팔을 여행하기 전에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내용

 

사람들은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 아니면 인생의 재충전을 위해, 8000m급 히말라야 영봉이 8좌나 있는 네팔로 모여든다. 우리나라도 이제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한 사람들이 101명이나 되고 네팔의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네팔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한번 쯤 이 책 <신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오는 8월에 또 한분의 네팔화가를 초청하여 '100 Nepal Image' 전시회를 열고, 네팔문화시리즈 4권을 하반기에 출간할 예정입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민간교류를 통해서 한국과 네팔의 문화 이해를 돕고 문화교류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면 하는 염원을 담아 봅니다."

 

이근후 박사는 올해로 16회째 네팔화가를 민간차원에서 초청하여 전시회를 열게 된다. 그렇다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네팔 문화에 대한 고집스런 탐구와 네팔을 한국에 알리고자 하는 염원은 지속되고 있다. 그것은 네팔이라는 나라가 비록 가난하지만 정신적인 풍요와 행복을 느끼게 하는 문화를 우리들에게 전수해 주기 때문이다. 

(2010.6.18 뉴스게릴라 찰라)


신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

이근후 지음, 하나의학사(2010)


태그:#네팔, #신들은 우리들의 입맞춤에도 있다, #이근후, #가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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