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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적으로 존재했던 사진

.. 즉, 한 장 한 장 단독적으로 존재했던 사진이 활동사진으로 발전하게 되는 데, 마이브리지의 영향이 컸다는 말이다 ..  <김석원-영화가 사랑한 사진>(아트북스,2005) 42쪽

'즉(卽)'은 '곧'이나 '그러니까'로 다듬고, '존재(存在)했던'은 '있던'이나 '떠돌던'으로 다듬습니다. '발전(發展)하게'는 '발돋움하게'나 '나아가게'나 '거듭나게'로 손질하고, "마이브리지의 영향이 컸다는"은 "마이브리지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단독적 : x
 ├ 단독(單獨)
 │  (1) 단 한 사람
 │   - 단독 인터뷰 / 단독 선두에 나서다 / 단독으로 결정하다
 │  (2) 단 하나
 │   - '꽃'을 단독으로 발음하면 [꼳]이 된다
 │
 ├ 한 장 한 장 단독적으로 존재했던 사진이
 │→ 한 장 한 장 따로따로 있던 사진이
 │→ 한 장 한 장 따로 있던 사진이
 │→ 한 장 한 장 있던 사진이
 │→ 한 장 한 장으로 머물러 있던 사진이
 └ …

국어사전에는 한자말 '단독' 하나만 실리고, '단독적'은 따로 실리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단독적'이라는 말마디는 제법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마디를 쓰는 자리는 하나같이 '단독'이라고만 적어도 되곤 합니다. 아니, 굳이 '-적'을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단독 인터뷰"이면 넉넉하지 "단독적 인터뷰"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단독 선두"라 하면 되지 "단독적 선두"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단독으로 결정하다"이지 "단독적으로 결정하다"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거의 아무런 생각이 없이 '-적'을 붙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이러한 글씀씀이가 이어진다면 머잖아 국어사전에 '단독적'이라는 말마디도 올림말로 실리겠구나 싶습니다. 얄궂은 말마디이건 알맞지 않은 말투이건 사람들이 익히 쓰면 어쩔 수 없이 국어사전에 싣고 있으니까요. 얄궂은 말마디를 다듬으려 애쓰지 않으며, 알맞지 않은 말투를 손질하려고 힘쓰지 않으니까요.

정부가 얄궂은 정책을 마련하려 들면 손사래를 치거나 거스르고자 하는 우리들이지만, 세상에 얄궂거나 잘못된 말마디가 퍼질 때에는 손사래를 치거나 거스르지 못하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삶을 옥죄는 뒤틀린 흐름을 바로잡자는 데에는 마음을 쓰면서도, 우리 넋을 옥죄는 뒤틀린 말글을 바로세우자는 데에는 마음을 쓰지 못합니다.

생각해 보면, "단독 인터뷰(interview)"라는 말마디는 "단독 취재"나 "단독 회견"쯤으로 적바림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헤아린다면 "나홀로 취재"나 "나홀로 회견"이나 "나홀로 만나보기"로 손질할 수 있어요. "단독 선두(先頭)에 나서다"는 "홀로 선두에 나서다"나 "홀로 맨앞에 나서다"쯤으로 적어 줄 수 있습니다. "단독으로 결정(決定)하다" 또한 "혼자 결정하다"나 "홀로 결정하다"나 "저희끼리 결정하다"나 "혼자 세우다"쯤으로 적어 볼 수 있습니다.

 ┌ 한 장씩 따로 있던 사진이
 ├ 한 장씩 떨어져 있던 사진이
 ├ 한 장씩 나뉘어 있던 사진이
 └ …

이 보기글을 다시 살펴봅니다. 이렇게 다듬거나 저렇게 다듬기보다 "한 장 한 장 존재했던 사진"으로 손보아도 잘 어울립니다. 어쩌면 '단독적으로'라는 말마디는 군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장 한 장'이라는 말마디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겹말로 잘못 썼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글쓴이로서는 좀더 또렷하게 당신 뜻을 밝히고 싶어 '단독'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싶었을 터이며, 글흐름을 헤아리며 '-적'을 붙여야 꾸밈말로 알맞겠다고 느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보기글에서 '-적'을 붙이지 않은 '단독으로'를 꾸밈말로 넣거나 아예 아무런 꾸밈말을 넣지 않을 때는 어떠할까요. 이러한 꾸밈말을 넣어야 글쓴이 뜻이 오롯이 담기거나 한결 또렷하게 살아날는지요. 우리 말은 어떠한 말이며, 우리 글은 어떠한 글일는지요.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말은 얼마나 참다운 우리 말이라 할 수 있고, 우리가 즐겨쓰는 글은 얼마나 슬기로운 우리 글이라 할 수 있을까요.

 ┌ 단독적인 행동을 금지합니다
 │→ 따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 혼자서 행동하면 안 됩니다
 ├ 여기에서만 단독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여기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 여기에서만 따로 만나볼 수 있다
 ├ 경찰의 단독적인 판단이라고 보십니까
 │→ 경찰 스스로 내린 생각이라고 보십니까 / 경찰 스스로 생각했다고 보십니까
 ├ 단독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 혼자서 밀어붙이는 일은 / 홀로 밀어붙이면
 └ …

"단독 행동 금지"와 "단독적 행동 금지"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어떻게 말을 하고 글을 써야 알맞을는지를 차근차근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여기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와 "여기에서만 따로 만나볼 수 있다"와 "여기에서만 단독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어떻게 말을 다루고 글을 가누어야 걸맞을는지를 깊이있게 톺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생각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마디를 즐겁게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넋을 가장 싱그럽게 담아내는 말투를 기쁘게 붙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마음을 가장 곱게 펼쳐낼 말결을 반갑게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이 저마다 선 자리에서 가붓하게 살피는 말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우리들 누구나 제 삶터에서 홀가분하게 보듬는 글이 되기를 꿈꿉니다. 우리들이 서로서로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고 비손을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적的#우리말#한글#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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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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