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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산에서 바라본 백야대교. 2005년 3월 개통되어 연륙되었다.
 백호산에서 바라본 백야대교. 2005년 3월 개통되어 연륙되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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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맑다. 맑은 날 바다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다. 여수 백야도로 향한다. 백야라는 이름에서 러시아의 백야(白夜), 청산리전투의 백야(白冶) 김좌진 장군 등이 떠오른다. 백야도는 원래 호랑이같이 사나운 사람이 산다 하여 백호도(白虎島)라 불렀으나, 1897년 돌산군 설립 당시 하얀 이끼 낀 바위가 아름답대서 백야도(白也島)로 개칭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백호산에 봉수대와 백야산성이 있었고, 말을 사육하던 백야목장이 있었다. 백야도는 얼마 전 연륙이 되었지만 그래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여수시내에서도 21㎞를 더 가서, 여수의 땅끝이라는 힛도에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 힛도라는 이름도 흰섬인 백야도를 바라보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백야도에 가면, 보고 즐길게 많지만 산정에 오르지 않고서 섬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섬을 제대로 느끼려면 섬 정상에 올라야 한다. 깊은 산에 오르면 산너울이 넘실거리는 풍광에 감탄하지만, 섬에 오르면 파란바다에 섬들이 둥둥 떠 있는 모습에 넋을 잃는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에 발길이 멈춰지는 산길

백호산은 해발 286m로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애들과 함께라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백야대교를 건너서 삼나무 숲이 보이면 길옆으로 등산로 표지판이 있다. 얕은 돌담을 따라 삼나무 숲속으로 들어간다. 나무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은은한 숲길을 비춰준다.

백야도에는 산딸기가 많다. 산길에서 따먹는 거문딸기 맛이 좋다.
 백야도에는 산딸기가 많다. 산길에서 따먹는 거문딸기 맛이 좋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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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 숲을 벗어나면 산길이 나오고, 길옆으로 산딸기가 빨갛게 익었다. 봄에 하얀 꽃을 서둘러 피더니…. 지금 익은 산딸기는 정확히는 거문딸기다. 보통 산딸기보다 더 작은 알갱이로 모여서 더욱 붉게 익는다. 산에 오르는 것을 잠시 잊고, 덤불을 헤치며 딸기를 따서 먹는다. 달다. 여러 개를 따서 한 번에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길은 편안하게 올라간다. 초여름 뜨거운 햇살이 바람에 부서진다. 발아래로 보라색 꽃이 날개를 펴고 있다. 꿀풀이 피었다. 꿀풀은 햇살을 가득 받는 곳에 모여서 핀다. 꽃대에 커다란 뭉치를 이고서 보라색 꽃잎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서로 키 자랑 하는 듯하다.

백호산 정상에서 코발트빛 바다를 보다

중턱쯤 오르면 거북이 닮은 바위를 만나고 아래로 백야대교가 내려다보인다. 하얀 다리는 파란 바다와 만나 두드러져 보인다. 고깃배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간다. 지중해의 코발트빛 바다가 부럽지 않다. 정말 맑고 아름답다.

보이는 마을이 힛도다. 뒤로 어울린 모습이 마치 백조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보이는 마을이 힛도다. 뒤로 어울린 모습이 마치 백조가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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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바다. 상화도, 하화도, 사도, 낭도가 어울린 바다는 햇살에 반짝거린다.
 백호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쪽 바다. 상화도, 하화도, 사도, 낭도가 어울린 바다는 햇살에 반짝거린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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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땅끝 힛도를 감아 돌면서 여수로 향한다. 남해안을 리아스식 해안이라고 하는데 정말 실감난다. 바다는 톱날처럼 들쭉날쭉 바다와 엉켜있다. "백조 같지 않아요?" 큰 애가 손을 가리킨 곳을 바라보니 바다와 어울린 해안선이 마치 백조처럼 보인다. 여수의 땅끝은 백조처럼 막 비상을 하려는 모양이다. 바다는 무한 상상을 키워간다.

커다란 바위벽을 타고 올라가면 반석 같은 커다란 바위가 있는 제1봉을 만난다. 일봉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바다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깨끗한 맛은 덜해도 산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똑 같이 바다 위에 섬이 떠있지만 해를 바라본 바다와 해를 등진 바다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등대, 그 불빛이 보이지 않아도...

넓은 바위에 앉아 쉬었다가 2봉으로 향한다. 바위능선을 요리저리 피해가면 2봉이 나온다. 2봉에 서면 조망이 또 다르다. 발아래로 섬 풍경이 펼쳐진다. 도로가 구불구불 흘러가고, 길 끝에는 하얀 등대가 섰다. 그 뒤로 남쪽 바다가 펼쳐진다.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바다가 강물처럼 흐른다.

백호산 정상인 제2봉. 해발 286m다. 제2봉에서 바라본 바다는 코발트빛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백호산 정상인 제2봉. 해발 286m다. 제2봉에서 바라본 바다는 코발트빛으로 너무나 아름답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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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가는 길. 백호산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등대가는 길. 백호산 정상에 서면, 남해바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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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산 언저리를 돌아가는 농로길. 산행도 좋지만 바다가 보이는 이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백호산 언저리를 돌아가는 농로길. 산행도 좋지만 바다가 보이는 이 길을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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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봉은 갈 수가 없다. 사유지라 울타리가 쳐있다. 아쉽지만 3봉을 빙 돌아서 내려간다. 작은 섬이지만 숲은 깊다. 바다가 보일듯 말듯 산길을 걷는다. 30여분 도란도란 걸어서 내려오니 시멘트 농로와 만난다. 한가하게 풀을 뜯는 소를 만나고, 겁쟁이 염소도 만난다.

등대로 향한다. "등대(燈臺)...../불이 보이지 않아도/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등대를 마주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시인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를 학창시절에 즐겨 외웠다. 세월이 지나 지금은 다 외우지 못한다.

백야도 등대. 예전에 이곳에 근무하던 등대지기가 조각했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백야도 등대. 예전에 이곳에 근무하던 등대지기가 조각했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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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에 만들어진 등대는 새로 개축되어 예전의 아스라함은 없다. 하얀 등대 기둥은 바다를 향한 당당함의 상징물처럼 보인다. 하얀 이미지만 같을 뿐…. 등대 앞에는 등대지기의 그리움을 상징하는 조각 작품이 몇 점 남아있다. 여자와 등대. 잘 어울린다.

거북이 손처럼 생겨서 거북손

바닷가로 내려간다. 물이 많이 빠졌다. 바다를 향한 갯바위는 여기저기 낚시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바위위에는 많은 바다생물들이 경쟁하듯 살아가고 있다. 아니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정착생물인 말미잘과 해초를 비롯해서, 고둥, 게, 갯강구 들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바위에 붙어서 살고 있다.

등대 아래 바닷가에서 만난 거북손. 정말 거북이 손처럼 생겼다.
 등대 아래 바닷가에서 만난 거북손. 정말 거북이 손처럼 생겼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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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이것 좀 보세요." 바위틈사이로 거북손이 보인다. 거북이 손처럼 생겼다고 해서 거북손이란다. 거북손은 맛을 아는 사람들만이 즐긴다는 바다 생물이다. 바위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따기 시작한다.

거북손뿐만 아니라 고둥, 삿갓조개도 딴다. 집에 가서 물만 넣고 끓이면 맛있는 별미를 즐길 수 있겠다. 어느덧 해가 기울어간다. 작은애는 낚시 구경에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 언제 낚시라도 한번 와야겠다.

백야도 가는 길과 즐길 거리

백야도 지도와 백호산 등산로.
 백야도 지도와 백호산 등산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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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 17번 국도를 타고 오다, 덕양에서 22번 지방도를 타고 끝까지 오면 백야대교가 나온다. 여수에서 운행하는 28번 시내버스는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산행과 낚시 :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으며, 정상을 돌아 원점으로 오는 거리는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백야도 등대 아래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포구는 와달리와 백야리가 있으며, 방파제에서도 낚시를 즐긴다.

여객선 운항 : 백야포구에서 화정면 일대 섬으로 운항하는 여객선이 다닌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공룡의 섬" 사도까지 갔다 올 수 있다.

먹거리 : 백야포구에 손두부집이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서 따끈따끈한 두부에 막걸리를 곁들어 먹으면 좋다. 백야도 가는 길인 화양면에는 추어탕집들이 몇 군데 있다. 가격도 싸고 먹을 만하다.


태그:#백야도, #등대, #거북손, #백호산,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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