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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공원과 갑천지역은 '대전의 생태섬'이라 불리우는 지역이다. 120만평 정도의 녹지공간인 월평공원 갑천지역. 번식을 앞둔 도롱뇽과 두꺼비는 봄이면 이곳 작은 웅덩이를 찾아 수만개의 알을 낳아놓고 부화를 기다린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는 매년 여름 월평공원에서 '맹꽁 맹꽁'을 외쳐 한여름밤의 정취를 더한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를 볼 수 있는 곳 역시 월평공원이다. 이 밖에도 월평공원에는 수종의 법적보호종과 희귀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특정 습지에만 서식하는 식충식물인 이삭귀개와 땅귀개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월평공원의 생태적가치는 충분히 밝혀졌다. 더욱이 매일 1000여명의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월평공원은 친수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도시의 녹지로서의 기능도 충실히 하고 있다.

 

대전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한밭수목원과 월평공원의 산소배출량은 같은 면적일 경우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이는 나무와 식물 그리고 이끼 등 다양한 식생들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자연숲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지역의 환경단체는 2005년부터 월평공원 갑천지역을 습지보전지역과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도시숲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생태계와 혜택을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이런 요구들을 무시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지난 1월, 월평공원에 포클레인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어진 간벌작업으로 공원은 심각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 월평공원 관통도로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과 2008년, 대전지역에서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와 대전시가 갈등을 빚으며, 지난한 논의와 대결을 벌였지만, 결국 관통도로 건설은 승인돼 공사는 강행됐다. 지금 월평공원에 가보면 아름답던 자연이 심각하게 훼손된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싸움의 과정에서 '월평공원·갑천지역 습지보전과 생태경관보전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이하 월평공원 용역)을 추진하기로한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월평공원 용역과 관련해서 LH공사는 월평공원 갑천지키기 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와 지난 3월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기 전 첫 번째 생태계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공사만 강행되었다. 이에 대책위는 강력하게 반발했고, 첫 번째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결과를 통해 생태계 영향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기로 한 상태다.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사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공사만 진행하고 조사를 진행하지 않아 보전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수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LH(토지주택공사)사업단의 태도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LH는 관통도로건설만 강행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전용역수행을 단순한 요식행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보전용역수행의 진실성을 담보할 수도 없고, 월평공원과 갑천지역의 생태계를 지키기위한 보전지역지정도 묘연한 일이 될 것이다.

 

희귀식물인 이삭귀개를 이식하기로 했으나, 주변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6~8월 싹을 틔우는 이삭귀개를 볼 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삭귀개를 이식하는 것을 전제로 사전환경성검토가 통과되었기 때문에 이를 이식하지 못할 경우 약속이행을 못한 것으로 간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월평공원 갑천지키기 시민대책위는 6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감시와 시민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용역에 부족한 내용이나 미비한 내용들을 적극 알릴 것이며,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환경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시민대책위는 "관통도로 건설은 강행되지만, 월평공원의 생태계를 양보할 수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LH 사업단에 시민대책위 입장이 반영 되지 않는다면 물리력 행사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시민대책위가 21일 첫 번째 모니터링을 진행하였고, 17여명의 조사단이 활동을 진행했다. 비전문가의 생태모니터링이지만 미호종개와 새호리기 등의 법적보호종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들은 4개 분야로 나누어 생태모니터링을 실시했고, 공사장 현장감시 활동도 병행했다. 월평공원 인근주민이 공사현장을 수시로 왕래하면서 공사현장을 모니터링하기로 하였고, 상황실과 연락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LH공사와 대전시는 월평공원 갑천지역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이고, 관통도로건설과정에 생태적인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월평공원 용역수행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전시의 생태적 랜드마크인 월평공원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또 대책위는 이런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대책위는 LH공사와 대전시에 진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태그:#월평공원, #LH 도안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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