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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낚시꾼들이 제일 선호하는 기장군 연화리 앞바다의 죽도 숲속에는 옹달샘이 살고 있다 하네.
전국 낚시꾼들이 제일 선호하는 기장군 연화리 앞바다의 죽도 숲속에는 옹달샘이 살고 있다 하네. ⓒ 송유미
'파스칼'은 <팡세>에서 '호기심이란 것은 실은 허영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무언가 알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만 그것에 대해서 남에게 말하고 싶어한다'고 적고 있다. 그렇다. 내가 다시 연화리 죽도를 찾은 것은 단순히 이런 호기심에서 시작됐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나는 지난 5월 29일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앞바다 죽도를 다시 찾았다. 몇 주 전에 연화리 죽도에 왔을 때 타지 못했던 배를 이번에는 꼭 타고 죽도에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새벽 일찍 도착한 포구는 대책 없이 조용했다.
 
예로부터 대밭이 무성해서 죽도라고 불리웠다는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 소재 '죽도'는 기장군 8경의 2경에 해당한다. 이 섬은 그리 오랜 옛날도 아닌 10년 전까지만 해도 암자가 있었는데 현재는 암자를 헐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개인 소유의 별장을 지었고 외부인의 접근을 금하고 있었다.
 
나는 죽도에 샘물이 있다는 소문과 암자를 헐은 자리에 지은 별장이 한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 P씨의 소유라는 입소문에도 약간은 호기심이 동했다. 그래서 나는 죽도로 가기 위해 배가 있을 듯한 포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그곳 앞 포장마차에서 고기 손질하는 해녀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에게 "죽도에 가려는데 어느 배를 타야 하냐"고 물었다. 해녀 아주머니는 이른 새벽에는 죽도 가는 배는 없다며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로 무뚝뚝하게 핀잔을 주었다. 
 
 푸른 바다를 떠 다니는 죽도, 섬
푸른 바다를 떠 다니는 죽도, 섬 ⓒ 기장군청

섬과 뭍은 고작 200m 가량 떨어져 있을 뿐인데, 죽도에 가려면 배편 이외 다른 수단은 없었다. 혹시 방파제를 이용해서 건널 수 없나 살펴봤지만 헤엄치지 않으면 도저히 갈 수 없었다. 나는 매우 아쉬워하며 먼 발치에서 숲이 울울한 죽도를 관망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별장 입구에는 철조망이 쳐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죽도에 있다는 옹달샘 구경은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죽도는 예부터 차성(기장군) 8경 중 2경에 해당하고, 기장현 읍지에는 "명승지나 고적지로서가 아니고, 그냥 차성지방의 유일한 섬으로 현청에서 남쪽 7리에 있는 무지포 앞바다에 있으며, 생긴 모양이 거북이 물에 떠 있는 것과 같다. 섬의 길이가 40척이고 넓이는 20척인데 섬 안에 대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대밭이 많아 죽도라고 불리웠으나, 현재는 대밭은 별로 없고 동백나무가 울창하여 일부사람들은 '동백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장군은 아주 먼 옛날부터 명승지로 꼽히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고장이었다. 무엇보다 바다 가운데 떠있는 죽도에 샘솟는 샘물은 바닷물이 아니고 순수한 자연생수라는 점이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신비스러운 작은 섬 '죽도'는 예로부터 '죽도야우(竹島夜雨)'라고 해서, 차성 8경 중 제2경으로 선비들이 즐겨 찾아 시를 읊고 가무를 즐겼던 곳이라고 전한다.
 
 연화 마을
연화 마을 ⓒ 송유미

부산시에서는 유일무이한 군(郡)인 기장군의 연화리는 붕장어 마을로 유명하다. 이 해역은 청정하여 기장 다시마와 기장 미역, 기장 멸치, 기장 붕장어, 기장 갈치가 유명한 고장이다.
 
인근 해광사를 비롯해 절경의 용궁사와 시랑대, 국립수산과학원과 오랑대 등을 품고 있는 기장 연화리 바다에는 '바다의 원앙새'라고 불리는 '비오리'가 무리지어 날아다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기장군의 대표적 해안절경임이 실감난다.
 
 아름다운 연화 마을
아름다운 연화 마을 ⓒ 송유미

조선 영조 때 기장현감으로 좌천된 '권적'은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원앙대에 와서 그 마음을 자주 달랬다고 전해진다. 기장군 연화리 마을은 근처 칠암 마을과 더불어 붕장어축제가 격년으로 열린다. 이 연화리(일명 신암 마을)는 일제강점기 때까지 대나무 숲이 울창했다고 한다.
 
이 마을은 수온·조류 등이 최적인 미역 어장으로, 여기서 나온 미역은 우리 나라의 최상품에 속하는 기장 미역이다. 일반적으로 미역은 칼슘이 많아 임산부와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식품이다. 붕장어 역시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연화리 기장붕장어 횟집과 붕장어 구이 집을 찾는 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시세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나지만, 붕장어는 1kg 당 1, 2만원 선이고, 갈치는 한 모(10마리)에 1만~5만원까지 다양하다. 전국 어디서나 아이스박스에 넣어 주문하면 택배로도 배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화 마을은 붕장어 마을
연화 마을은 붕장어 마을 ⓒ 송유미
호기심으로 불쑥 새벽에 찾아온 연화 마을. 안타깝게도 내 유치스러운 호기심을 채울 수는없었지만 이른 새벽부터 포구에서 만난 해녀 아주머니의 능숙한 칼솜씨에 '바다의 삶 또한 오랜 수련의 기능을 요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침 금빛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다. 황금색 햇빛의 사다리가 바다에 천천히 내려지는 것같은 아침바다를 바라보며 여기보다 더 아름다운 바다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러고보니 작은 섬(죽도) 하나가, 꼭 물동이 위에 띄운 바가지마냥 물결따라 출렁거리는 것 처럼 보인다. 다음에 와서는 저 죽도 섬의 맑은 옹달샘물 한 바가지 꼭 얻어 마시고 가리라 다짐해 본다.
 

 연화 마을
연화 마을 ⓒ 송유미

 


#죽도#연화리#기장8경#기장 2경#붕장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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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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