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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 김준희

 

구텐베르크 성경,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팔만대장경, 동의보감, 그림형제 동화 컬렉션, 제임스 쿡 항해일지...

 

이들은 모두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이다. 세계기록유산이란 것은 세계적 가치를 지닌 기록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해서 1997년부터 2년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기록유산을 말한다.

 

세계기록유산은 2009년 현재 193건이 지정되어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11건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폴란드와 멕시코가 9건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등 총 7건으로 아시아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기록유산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기록유산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6월 1일부터 6일까지 6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www.iace.or.kr)가 열린다. 제목 그대로 전세계의 중요 기록문화들을 한자리에서 전시하는 행사다. 1일 오전 11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6일간의 전시회가 시작되었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 인사말을 하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인사말을 하는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 김준희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전세계의 역사적인 기록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록문화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도 기록관리의 역량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개막식에서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렇게 인사말을 꺼냈다. 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축사를 사회자가 대신 낭독했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보내온 축하 영상메시지가 상영되었다. 기록유산과 관련된 외국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이들을 대표해서 베를린 국립도서관장인 바바라 슈나이더켐프는 "기록의 소중함을 생각하게하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베를린 국립도서관은 2001년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베토벤 교향곡 9번의 친필악보, 구텐베르크 42행 성경을 소장하고 있다. 바바라 슈나이더켐프는 "이들 기록물들이 아직까지 잘 보관되어 있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을 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구텐베르크 성경과 베토벤의 친필악보가 전시된다. 구텐베르크 성경은 원본을 전시하고 베토벤 악보는 복제본이 전시된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 개막식에서 조선왕조실록 봉안의식을 재현하고 있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개막식에서 조선왕조실록 봉안의식을 재현하고 있다. ⓒ 김준희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 테이프절단식을 마지막으로 개막식이 끝났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테이프절단식을 마지막으로 개막식이 끝났다. ⓒ 김준희

 

기록으로 만나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

 

개막식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전시실로 향했다. 전시영역은 세계기록유산관, 국제기록관, 대한민국기록관 이렇게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세계기록유산관에는 유네스코에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내외의 기록물들이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세계기록유산관으로 들어서면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등의 우리나라 기록유산과 브람스 컬렉션, 안데르센 원고 및 서신 등의 해외 기록유산을 볼 수 있다. 이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던 것은 진본으로 전시되고 있는 구텐베르크 성경과 그림(Grim)형제 동화 컬렉션이었다. 이 두 가지 이외의 해외 기록유산은 모두 복제본이 전시된다.

 

구텐베르크 성경과 그림형제 동화 컬렉션은 진본을 보호하기 위해서 약간 어두운 특별실 내의 두꺼운 유리상자 안에서 전시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눈으로만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지지는 못한다.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된 것은 15세기 중반의 독일이었으니, 마치 국어대사전처럼 커다랗고 두껍게 장정된 이 진본은 500년의 시간과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구텐베르크 성경 진본이 전시되고 있다
구텐베르크 성경진본이 전시되고 있다 ⓒ 김준희

 

그림형제 동화 컬렉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최초 컬러 삽화본 (1826)
그림형제 동화 컬렉션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 최초 컬러 삽화본 (1826) ⓒ 김준희

 

기록유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시물들은 문서의 형태다. 하지만 백년 전에 촬영했던 아문센 남극탐험 필름, 뤼미에르형제 영화필름, 존 마샬의 부쉬맨 필름 등은 문서가 아닌 필름이다. 이외에도 비록 복제본이지만 수많은 볼거리가 전시된다. 수에즈운하 관련 기록물, 퀸즐랜드 노동당 선언서, 베르겐 한센병 기록,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기록물 등.

 

세계기록유산관을 나와서 국제기록관으로 가면 해외각국 국가기록원의 연혁과 그곳에서 보관되고 있는 문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총 18개국의 기록관이 있다.

 

11세기 오토 3세의 복음서 필사본 이건 본제본이다.
11세기 오토 3세의 복음서 필사본이건 본제본이다. ⓒ 김준희

 

승정원일기 진본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승정원일기진본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 김준희

 

대한민국의 다양한 과거 모습들도 함께 전시

 

마지막으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기록관이 있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기록물, 인쇄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입구 쪽에는 1940년대에 만들어지고 사용됐던 태극기와 상자, 1941년에 제작된 대한민국임시정부 대일선전성명서, 1948년의 제헌헌법 초안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근현대로 넘어오면서 더 많은 전시물들이 있다.

 

1963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 60~70년대에 사용했던 100원짜리, 500원짜리 지폐도 있고 1956년에 재무부에서 발행한 100환짜리 '애국복권'도 있다. 당시에 1등 당첨금이 100만환이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 그 돈이 어느정도 큰 돈이었는지 짐작이 안된다. 1등 당첨금이 복권 단가의 1만배니까 그리 큰돈은 아니었을 것도 같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천원을 투자해서 천만원을 받아내는 셈이다.

 

대한민국기록관 오래전에 사용했던 백원짜리 지폐
대한민국기록관오래전에 사용했던 백원짜리 지폐 ⓒ 김준희

 

대한민국기록관 1963년에 만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
대한민국기록관1963년에 만든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 ⓒ 김준희

 

영화관련 기록물들도 있다. 1934년에 상영했던 <청춘의 십자로>, 1941년과 1955년에 각각 상영했던 <집없는 천사> <피아골>의 스틸사진과 전단지 등이 전시된다. 제6대 대통령선거(1967) 당시, "빈익빈이 근대화냐 썩은 정치 뿌리뽑자!!"라는 구호가 적힌 윤보선 대통령후보의 선거홍보물도 있다. 이 구호를 보니까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이외에도 오래된 우표와 교과서, 참고서, 전쟁삐라 등이 있다. 여기에 전시된 물건들은 대부분 진본이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도 진본으로 전시되고 있다. 둘러보고 있노라면 '과거의 대한민국이 저런 모습이었구나', '우리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지'하는 생각이 동시에 밀려든다. 젊은 사람들은 과거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나이든 어르신들은 추억에 잠길만한 전시공간이다. 전시회에 오면 탁본체험, 점자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세계기록유산#구텐베르크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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