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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 4만 4000원을 번다. 점심시간은 낮 12시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일하는 시간은 8시간이다. 시간당 5500원씩 받는 일용직 노동자다. 5일 일하고 이틀을 쉰다. 중간에 하루라도 빠지면 주차수당(유급휴가 하루)이 빠진다.

 

일하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돈이기에 포기하기 힘들다. 어떻게 해서든 주차수당을 잃지 않기 위해 나오며, 한달을 근속하면 월차를 받을 수 있다. 일하는 날엔 간식비 및 교통비 조로 5000원이 더 나온다. 한달 근무하면 보통 90만 원이 통장에 입금된다. 세금에 보험료를 제하고 난 '순수익'이다.

 

봄철, 꽃피는 계절이면 일이 많아진다. 주말에 할 일이 더 많아서 주말근무자가 필요하다. 주말근무는 1.5배다. 좀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싶었던 일'이나 '사고 싶었던 것'을 살수 있다. 여름휴가비라도 쓰려면 미리 조금은 모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휴가 후 2개월여 동안 생활에 타격을 입게 된다.

 

나는 노동자였다

 

 세명의 기자가 '경험'하고 쓴 노동일기
세명의 기자가 '경험'하고 쓴 노동일기 ⓒ 한겨레출판

시급 5000원 수준의 내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공장에 다니거나 현장에서 몸을 써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라고 여긴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는 스스로 비교되고 열패감을 가지는 것이 싫어서 시골로 향했다. 이곳에서도 한참을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내야 했지만 지금은 이웃과의 관계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지금 다니는 곳을 나는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불만이라면 연속적이지가 못하다는 점이다. 1년이 지나면 다시 응모를 해서 면접까지 경쟁해야 한다. 올해도 10대 1이 넘는 서류전형을 통과해서 면접 때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근을 허락받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설명하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프리랜서로 하는 사람은 고액의 '강연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쯤 외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주말출근으로 외식은커녕 출퇴근 외에 면소재지조차 가보지 못한 것이 2개월째다. 꼬박 안 쉬고 출근하면 한달에 50만 원을 더 벌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활의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버는 만큼 쓴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저축을 좀 하려고 해도 남는 돈이 없다. 쪼개고 쪼개서 적금을 들었다. 부모님께 빌린 돈을 갚기 위한 장치다. 3년 동안 부어서 마련한 목돈은 다시 부모님께 돌아간다. 그것 때문에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버느라 본래 생각해왔던 농업은 손도 못 대고 있다. 집 앞 밭도 멋대로 자라는 여러 풀들이 차지하고 있다.

 

고용 불안, 인생 불안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내년 생활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항상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뭘 해도 궁색하고 자존심이 깎인다. 그래서 좀 더 벌 생각을 한다. 이곳저곳을 알아보지만 안정되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곳은 극히 소수다. 그 자리는 누군가 이미 차지하고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안정되고 풍요로운, 교과서에서 나온 '자아실현'을 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돈이 조금 많으면 지나치게 힘들고 모욕적이거나 일이 조금 쉽다 싶으면 임금은 여지없이 적게 마련인 것이다. 4년제 대학은 나온 이들에게도 없는 자리가 고졸이하의 학력을 가진 젊은이들에게 돌아올 리 만무하다. '4천원인생'을 전전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다.

 

책 <4천원 인생>은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기자노동자'들이 쓴 글이다. 어떤 이들은 낭만적이라 생각할지 모르는 1달간의 막노동 이야기. 그것도 "힘들다, 죽겠다"가 저절로 나오는 일들이다. 그런 일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하고 있을까.

 

식당아줌마가 된 기자

 

내가 한달에 한번 가는 갈비집에서 일하는 홀 서빙 아주머니, 담배 사러 한번씩 들르는 편의점의 젊은 아가씨, 얼마 전 구매한 책장을 만들었을 방글라데시 '불법체류' 노동자, 사무실과 집에서 겨울 내내 열을 내는 난로를 조립하는 아저씨들이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 어둡고 힘든 개인 가정사는 외면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내가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기 쓰고 경쟁한다. 열심히 기 쓰고 일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고통스러운 삶은 지속된다.

 

<한겨레21>의 '노동OTL'시리즈는 기획기사가 어떤 것인지, 아니 르포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너무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고 차별적인, 인간의 삶과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노동의 현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불편하다. 몹시.

 

책을 덮고 내 삶을 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겨우 한번씩 기분내러 가는 갈비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와 눈을 맞추고 부드럽게 주문하게 되고 번거롭고 아주머니가 불편할 '추가'는 삼가게 될 것 같다. 


가구점의 가구들을 보면, 비인간적인 대우를 묵묵히 참으며 톱밥과 도장냄새 자욱한 더럽고 힘든 일들을 담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떠올릴 거다. 깨끗하게 다듬어진 전자제품을 봐도 생산라인에서 웃지도 말하지도 않고 서서 수천번의 똑같은 손놀림을 하고 있는 내 누이와 형님들을 떠올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4천원인생/ 안수찬·전종휘·임인택·임지선 지음/ 한겨레출판/ 12,000\


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한겨레출판(2010)


#4천원인생#노동일기#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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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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