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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4대강 사업 찬성자'로 지목했던 경기 여주군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이 24일 "4대강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4대강 사업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세영 스님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나섬에 따라, 김문수 후보가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륵사 주지도 4대강 사업 찬성"... 김문수의 '거짓말' 다시 논란될 듯

 

세영 스님은 이날 신륵사 옆 남한강변에서 열린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공동기도회' 환영사에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4대강 사업은 경제성도 없고 강의 생명을 해치는 사업이라고 이해했다"며 "정부는 여론을 수렴해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영 스님은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을 무의미한 사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정부가 책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4대강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단체나 학자들의 홍보가 대단히 미진한 것이 여주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꼭 중요한 국책사업이라면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고 4대강 사업이 목적에 맞나, 다시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세영 스님은 특히 "4대 종단이 이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것처럼, 앞으로도 힘을 합쳐서 4대강 사업의 실체를 바로 알려 나가자"고 당부했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지난 14일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첫 TV토론회에서 "여주 신륵사 주지스님이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환경위원장 하셨던 분인데 그 분도 4대강 사업에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유시민 후보가 "4대강 사업은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조치와 같은데, 호헌철폐 투쟁을 함께 했던 김 후보가 이에 찬성하느냐"고 공세를 펼친 데 대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유 후보가 "신륵사 주지 스님을 두 번이나 만났는데 제발 도지사 좀 돼 4대강 사업을 막아달라고 했다"고 말해, 김문수 후보의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투표 통해 민주주의 가치 실현하자"

 

밤낮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도 계속되던 4대강 공사가 4대 종단 공동기도회가 열린 이날만큼은 잠시 중단됐다. 신륵사 인근의 남한강변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는 포크레인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

 

대신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가 내려 온몸이 졌었지만, 참가자들은 우산을 내려놓고 종교의 벽을 넘어 서로 손을 맞잡으며 4대강 사업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도회에는 4대 종단 종교인들과 신도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4대 종단의 공동기도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4월에도 열렸다. 그러나 6.2 지방선거를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공동기도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종단의 종교인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규탄하는 연설을 이어갔다. 박경조 성공회 주교는 "자연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장 약자이다"며 "우리에게는 모든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이 말이 없다고 함부로 하면 큰 보복을 당할 것"이라며 "생명을 죽이는 오만한 정권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스님은 "4대강 살리기를 염원하는 종교인들은 모든 것을 바쳐 (4대강 사업을) 막아야 한다"며 "1000만 불자는 국민의 생명을 오멸하는 독재적 국책사업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원불교의 홍현두 교무는 "4대강 사업은 거짓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진리일 수 없다"며 "거짓이 판치는 세상을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원불교환경연대' 발기인 모임을 했다"며 "생명의 강을 살리는데 모든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천주교 윤종일 신부는 "종교인 들은 한목소리로 4대강 사업 반대를 외쳐야 한다"며 "생명을 살리는 것을 거부하면 참 종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신부는 "6월 항쟁의 뜨거운 마음처럼 퇴근 후 명동성당에 모여 기도하자"며 "6월 2일 투표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4개 종단이 함께 구성한 '종교환경회의'는 결의문에서 "지금 당장 뭇 생명들을 죽이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멈추"라며 "종교인들의 이러한 결의는 종교와 신앙 차원의 결단이기에 개발이 멈출 때까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계 "절박한 심정으로 (후보) 단일화를 호소한다"

 

종교인들은 이어 결의문과 별도로 6.2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경기지사 야권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호소문을 낭독하기 위해 나선 자리에서 "우리의 기도가 부족해 정치인들에게 이런 호소를 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부끄럽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단일화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 기도회에는 경기도지사 야권 후보단일화 요구를 받고 있는 당사자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신상 후보가 참석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종교계의 단일화 요구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유 후보는 기도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은 환경재앙은 물론 제2의 경제위기를 몰고 올 우려가 크다"며 "4대강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공사현장을 수습한 후, 국민과 대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심상정 후보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은 생명파괴 사업인 동시에 경제, 국가재정, 환경, 미래 등 4대 재앙을 야기할 사업"이라며 "도지사에 당선되면 모든 권한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태그:#4대강, #6.2지방선거, #김문수, #유시민, #신륵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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