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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귀농자 교육때 농기계센터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 열강 하시는 윤창신님 제주도 귀농자 교육때 농기계센터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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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울산에서 일을 하던 저는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친환경 친환경 귤농장을 하는 한 제주농부님의 도움 덕분에 낯선 제주땅에 '귀농'이라는 이름으로 발을 디디게 된 것이지요.

"농업기술원에서 하는 귀농교육 한번 받아 봅서예. 귀농 생활에 꼭 필요 할거우다."

울산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귀농한 저에겐 생소한 게 너무도 많았습니다. 우선 제주도 말을 도무지 알아 들을 수 가 없어 되묻는 일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도시생활에 젖어있는 상태라 시골살이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화장실도 멀고 시장도 멀고 버스도 자주 없더군요. 그래도 한 달 넘으니 차츰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제주농부님이 밀감농사에 대한 여러가지 기술도 알려주고 귀농교육도 받으라고 배려해 주네요. 덕분에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시부터 6시까지 하는 귀농교육을 한번도 빠짐없이 받고 있지요. 귀농교육은 총 100시간으로 짜여 있습니다. 100시간을 모두 채우면 수료증을 주는데, 그 수료증은 제주도에서 농사를 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교육시간엔 그동안 도시 생활에서 전혀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 역사에 대해서도 배웠고, 날씨와 지형 특성 그리고 각 지역에 맞는 농산물 재배 현황과 방법도 배웠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에 대비한 미래의 제주 농작물에 대해서도 연구 중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상센터, 지구온난화 대비 연구원, 특용작물연구원도 직접 가 보았습니다.

모두 처음 접해보는 것이지만 귀농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게 농기구 더라고요. 지난 4월 30일과 5월 4일엔 농기계에 대해 배웠습니다. 농기계교육장은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저는 생전처음 그곳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농기계가 아주 다양하게 많더군요. 제가 들어본 농기계라고는 트랙터와 굴삭기 정도인데 그 외에도 파쇄기, 로타리, 콤파인, 스키로더, 고소작업차, 랩핑기, 퇴비살포기, 동력제초기 등등.

그날 따라 많이 더웠습니다. 옷엔 온통 기름때를 묻힌 한 분이 농기계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열정 넘치는 설명에 귀농교육 받는 분들도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그분의 강의를 잘 들었습니다. 그분은 농기계에 대해 아주 많이 공부한 분 같았습니다. 저는 열강 하시는 그분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싶은데 살아온 이야기 좀 해주실수 있으세요?"

쉬는 시간 저는 그 분이 계신 사무실로 찾아가 그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제주농업기술원 농기계교육장 책임자로 재직중이었습니다. 농기계교육장이 뭐하는 곳인지 물었습니다.

"이곳은 제주도에서 농사 짓는 분들을 위한 곳이지요. 농기계가 모두 값이 비싸요. 농사 짓는 분들이 농기계 필요할 때마다 비싼 농기계를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 농기계를 국가 차원에서 구입해 관리하면서 저렴하게 빌려주고 고장나면 수리도 하고 오늘처럼 이렇게 교육도 하고 그럽니다."

- 선생님은 어떻게 농기계를 다루게 되셨는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기를 좋아 했지요. 다른 친구들 놀러 다닐 때도 저는 기계를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고 하는게 재미 있을 정도 였거든요."

그분은 저에게 명함을 한 장 주었습니다. 윤창신씨는 1978년 농업기술원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오로지 농기계만을 만지며 살아 왔다고 합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으나 그 쪽 공부엔 취미가 없었고 앉으나 서나 기계 만지는 게 좋아서 농기계 센터에 입사 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기계를 몰라도 기계 만지는 게 좋다면 누구나 입사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윤창신씨는 농기계의 원리와 수리법도 모두 독학으로 공부해서 터득했다고 하니 농기계에 대한 집념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줍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2년후 정년 퇴직을 하게 되네요."

올해 58세라는 윤창신씨는 60세가 되는 2년 후 정년 퇴임을 합니다. 그는 정년 퇴임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입사 후 32년이면 정말이지 적잖은 세월입니다. 20대 중반에 입사해서 청춘을 모두 바친 세월이니 참 많이도 섭섭할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계발한 농기계입니다."

귀농 교육생에게 농기계에 대해 설명 할 때 그렇게 말한 것이 3번. 윤창신씨는 교육도 하고 수리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농사를 좀 더 효율성 있게 할수 있을까를 연구하여 여러 대의 기계를 직접 만들어 특허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농기계에 대한 장인정신을 가진 훌륭한 분이 제주도에 계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2년후 정년 퇴임하는 윤창신씨에게 마음 속 담아둔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 농업기계 분야에 대한 정부 태도는 어떤가요?
"농촌에선 농업기계 분야가 꼭 필요 합니다. 옛날엔 소가 밭갈이를 담당했지만 요즘 그렇게 밭을 가는 곳이 얼마나 되나요? 모두 농기계가 다 맡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농기계 영농이 필수고 농사의 50%가 농기계로 해야 합니다."

앞으로 농기계로 농사 지어야 할 상황이고 농기계에 대한 업무는 날로 늘어나는데 정부에서는 농기계 업무 담당 공무원을 별정직으로 소외 시킨다고 합니다. 윤창신씨은 이어 말했습니다.

"제가 30년 넘게 농기계 업무에 종사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별다른 체계가 없는 상황입니다. 농기계 업무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에서는 지금 있는 인원수 마저 줄이라고 야단이고 농기계 분야는 예산도 깎아 버려요. 그게 안타깝죠."

- 정부에 건의를 한 번 해 보시죠?
"정부에 수도없이 농기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기술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먹히지 않아 이젠 포기했어요. 그분들은 연구 실적만 중요시 할 줄 알았지 농사 짓는 현장은 아주 소홀히 여겨요. 한마디로 부처이기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할까요? 그런거죠 뭐."

- 농기계 만질 날이 2년 정도 남았네요?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벌써 정년 퇴임 이야기가 나오니 참 아쉬워요. 지금 새로운 농기계 하나를 구상하고 있어요. 정년 퇴직 전까지 그 농기계를 만들어 많은 농가에 보급하고 싶어요."

농기계 분야에서 평생을 기름밥으로 살아오신 윤창신씨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장인이 아닐까요?


태그:#제주도, #귀농, #농기계,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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