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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의 흰 꽃이 흠뻑 핀 사월의 논은 차근차근 모내기를 준비한다. 새학기에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학교처럼, 논은 모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있다. 논길엔 농기계가 쿵쿵거리며 황소걸음으로 오가고, 물 댄 논은 쏟아지는 햇살을 잔물결로 흩뿌리며 찰랑거린다. 바야흐로 촉촉히 젖은 논이 보자기처럼 보드랍다.

써레질 후 물 댄 논
 써레질 후 물 댄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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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모를 맞아 여름내 키우고, 가을에 여문 벼를 보낸 후 후줄근한 몰골로 겨울을 나는 논. 논은 해마다 벼를 키우며 제 양분을 소진시키므로 그만큼 채워주어야 지속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다. 하늘의 빗물을 통해서 상당량의 양분을 자연스레 충전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양분은 인위적으로 충전해야 한다.

벼알은 인간이 가져가되 볏짚은 논으로 되돌려주는 볏짚환원, 깊은 곳의 흙을 끄집어내는 겉흙과 속흙을 섞어주는 논갈이, 부족한 양분을 직접 투입하는 거름(비료)주기 등은 논이 해마다 나락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밑심이다.

논갈이는 벼 뿌리가 잘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토양의 입단 형성과 융통성(완충능력)을 좋게한다. 논갈이는 정도에 따라 깊이갈이(심경)와 얕게갈이(천경), 시기에 따라 가을갈이(추경)와 봄갈이(춘경)로 나눈다.

깊이갈이는 보통논, 미숙논, 볏짚이나 퇴비 등을 시용한 논에 실시하는데, 양분이 적은 속흙이 섞이므로 산도(ph)는 낮아지고 유기물과 인산은 적어지는 반면에 칼리나 규산 성분은 많아진다. 얕게갈이는 모래논이나 모래자갈논에 볏짚이나 퇴비를 시용한 논에 실시한다.

가을갈이는 미숙논이나 염해논에 실시하고, 모래논에 볏짚을 400kg 시용할 때는 반드시 가을갈이를 해야한다. 봄갈이는 모래논이나 보통논에 실시하고, 유기물을 주지 않은 논은 봄갈이를 실시한다.

쟁기질한 논
 쟁기질한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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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쟁기로 땅을 갈아엎은 후 써레로 흙덩이를 잘게 부스는 작업을 따로 했지만, 요즘엔 농기계가 발달하여 트랙터에 장착한 로터리로 쟁기질과 써레질의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트랙터로 논갈이를 할 때는 보통 모내기 전에 두 차레의 써레질을 한다. 첫 써레질은 로터리로 논을 갈면서 밑거름 살포작업까지 동시에 실시한다. 써레질 후 며칠 동안 물을 깊이 대서 논이 충분히 물을 머금게 한 후 다시 써레질을 한다.

곱써레질은 모내기를 바로 앞두고 실시하는데, 질퍽한 논흙을 곤죽처럼 갈아서 방바닥을 미장하듯이 반반하게 한다. 곱써레질 후에는 논물을 얕게 대서 모내기 한 모가 잘 자리하도록 한다.

트랙터로 써레질하는 논
 트랙터로 써레질하는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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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레질 후 반반하게 고른 논
 써레질 후 반반하게 고른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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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은 한번 만들면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철따라 손을 대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논두렁에 드렁허리나 땅강아지 등이 구멍을 내면 논물이 새거나 논둑이 허물어질 수 있으므로 모내기 전에 삽이나 가래로 논둑을 깎고 진흙으로 구멍을 막고 논두렁을 손본다.

논두렁을 새로 손본 상태
 논두렁을 새로 손본 상태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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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재배하는 밭벼(육도)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벼는 거진 논벼(수도)이다. 논벼는 대부분의 생육과정 동안 물에서 자라므로 풍부한 물이 벼농사의 중요한 기반이다.
이천지역은 남한강 수계의 청미천, 복하천 등이 있어 지하수가 풍부하고, 논마다 지하수를 퍼올리는 양수기가 설치되어 물관리가 용이하다. 이천의 지하수는 양질미 생산에 필요한 무기물 특히 마그네슘 성분이 풍부하다. 좋은 물과 풍부한 물은 풍년농사에 있어 천군만마와 같다.

양수기로 지하수를 퍼올리는 논
 양수기로 지하수를 퍼올리는 논
ⓒ 박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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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지역의 지하수 무기성분 함량(ppm)
     지역    -       칼륨     /   칼슘      /   마그네슘      /   나트륨
    이천    -        2.6          22.4               3.7                21.1
    전국    -        1.05          4.79             2.1                 13.4

5월의 논은 새가 알을 품으려고 마련하는 둥지와 같다.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어린모를 품어서 벼로 잘 키워낼 것이다. 논은 벼를 통해 우리의 식량을 마련하는 생명의 보금자리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DAUM블러그 <시골뜨기의 잠꼬대>에도 기재되었습니다.



태그:#논, #벼, #모내기, #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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